딸기네 책방 880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일본 젊은이들의 외침

일본에는 '데모'가 별로 없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나서서 항의하길 꺼리고, '튀는 것'을 극도로 겁내고, 순응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통상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이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1960년대 전공투로 상징되는 격렬한 사회변혁 운동이 분명 있었다. 적군파같은 급진주의자들까지 있었다. 일본엔 예나 지금이나 '공산당'이 있다.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극좌파가 허용된다는 것뿐 아니라, 좀 다른 세상을 만들어보려는 풀뿌리 흐름, 비판적 지식인들의 잔잔하지만 울림 있는 목소리는 한국보다 컸으면 컸지 작지 않다. 마루야마 마사오같은 인물이 공개적으로 전쟁을 비판했던 것이나 니시카와 나가오처럼 민족주의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비판을 가하는 사람..

딸기네 책방 2017.02.08

2005년의 '문학의 해' 결심을 되돌아 보니

4권 변신.시골의사 6권 허클베리 핀의 모험 7권 암흑의 핵심 8권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 11권 인간의 굴레에서 1 12권 인간의 굴레에서 2 13권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18권 고리오 영감 19권 파리대왕 21권 파우스트 1 22권 파우스트 2 25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6권 이피게니에/스텔라 27권 다섯째 아이 29권 농담 31권 아메리칸 32권 양철북 1 33권 양철북 2 36권 마담 보바리 37권 거미여인의 키스 40권 독일어 시간 1 41권 독일어 시간 2 42권 감옥에서 보낸 편지 43권 고도를 기다리며 45권 젊은 예술가의 초상 46권 카탈로니아 찬가 47권 호밀밭의 파수꾼 48권 파르마의 수도원 1 49권 파르마의 수도원 2 51권 황제를 위하여 1 52권 황제를 위하여 2..

칼 폴라니,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칼 폴라니. 홍기빈 옮김. 길. 연말에 잼나게 읽은 책. 모두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서아프리카에 관심이 쪼마만큼 있으니 아무래도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다호메이 지역의 구체적인 역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이런 식의 지역학 연구, 이런 식의 비교경제학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본다면 꽤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낯설어도 너무 낯선 서아프리카 어느 구석탱이의 지나간 옛 자취라는 점이 아무래도 걸린다.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자본주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역사 속에는 다른 화폐, 다른 시장, 다른 체제도 많았다는 걸 알기 위해서'라는 앙상한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앙상하..

딸기네 책방 2017.01.18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이반 일리치. 권루시안 옮김. 느린걸음 지난 가을에 라카페 들렀을 때 기어이 책을 사고야 말았다. 표지도 이쁘고 질감도 좋고. 올해의 첫 책은 사실 이걸로 하고 싶었으나 어쩌다 보니 다른 책들에 밀렸다. 일리치의 책들은 나오는대로 사 모아야지. 경제학에 가려진 삶의 축복 저는 필요라는 개념의 당위성을 해체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필요로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노동보다도 더 근래에 창조된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라고 정의하는 그것은 과거 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필요와 그에 상응하는 과거의 그것은 사회의 수많은 전제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너무나 달라 서로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최근에 일어난 인식론적 단절이 우리가 '필요'라 부르는 것이 등장한 시점입니다. 1..

딸기네 책방 2017.01.17

윌리엄 이스털리, 세계의 절반 구하기

세계의 절반 구하기 윌리엄 이스털리. 황규득 옮김. 미지북스 오래 전에 빌 게이츠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 소개를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봤는데, 그 중 한 권이 이스털리가 쓴 이 책이었다. 개발경제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라 해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번역본이 없었고, 교보문고에서 영어로 된 책을 들어다놨다 반복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얼마 전 교보에 다시 들렀다가 이스털리의 또 다른 책 가 나온 것을 봤다. 결국 휴가 가기 전에 두 권 다 샀다. White Men's Burden이 원제인 이 책, 는 이미 2011년에 번역본이 나왔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펼치게 됐다.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기는 했으나 재미로 따지면 별점 2개 수준. 중언부언이 많고 설명도 부실하다. 일화들은 뜬금없고, 온통 비판으..

딸기네 책방 2017.01.15

우치다 타츠루, 하류지향

하류지향우치다 타츠루. 김경옥 옮김. 민들레 우치다의 책은 두 번째이고, 집에 한두 권 더 있는 듯 싶다. 어떻게 보면 지식인 꼰대 아저씨인데 그가 하는 진심 어린 말들이 콕콕 박힌다. '옛날엔 그래도 이렇지는 않았어, 가난했지만 희망과 열성이 있었어, 요즘엔 모든 게 돈 위주로만 돌아가서 너무 심해'라고 이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는 말씀하신다. 그럼에도 폭력적인 노친네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지금 우리 모두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모든 게 돈 위주로만 돌아가서 너무 심하다는 걸. 이 시대에 절망하고 있기에, 이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새겨듣게 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배움의 장에 서게 되면 첫 질문으로 "이걸 배우면 뭐에 도움이 되나요?"라고 묻는다. 아주 냉정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즈니스 냄..

딸기네 책방 2017.01.07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미칼 헴. 박병화 옮김. 에쎄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고 재치있지도 않았다. 신랄하게 비꼬아서 쓰려고 한 모양이지만, 독재국가에서 일어난 학살과 인권침해는 그렇게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내전을 생각하면 그곳 군벌들의 잔혹함과 그곳 사람들의 비극을 유머로 넘길 수가 없다. 두번째, 제3세계 정치구조를 딱 2mm 분량으로 얄팍하게 다루면서 독재자들의 작태를 우스개로 삼는 것이, 제3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줄까 싶다. 결과적으로 이런 종류의 글이 '아프리카 후진국들 꼬라지가 그렇지'라는 느낌만 굳히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째, 르완다의 폴 콰가메나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는 '아프리카의 무식한 독재자들'로 쉽게 치부해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4..

딸기네 책방 2017.01.03

2016년 읽은 책들

1. 현대 중동의 탄생. 데이비드 프롬킨, 이순호 옮김. 갈라파고스 왜 언론들이 이 책을 찬양하며 널리 소개했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길다. 방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 중동의 탄생을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영국의 중동정책사'다. 2.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로빈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최완규 옮김. 시공사. 1/14 3. 빌프리트 봄머트, 빵과 벽돌. 김희상 옮김. 알마 1/25 4. 이탈로 칼비노. 반쪼가리 자작. 이현경 옮김. 민음사. 2/1 5. 강윤중.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서해문집 3/6 6. 사이토 도시야, 오하라 미치요.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홍성민 옮김. 공명. 3/18 돈 아깝다... 1만3000원짜리 책인데, 2000원짜리 팜플렛으로 만들면 딱 알맞은 수준. 진짜 내용 없..

스탠리 밀그램, 권위에 대한 복종

권위에 대한 복종 Obedience to Authority스탠리 밀그램. 정태연 옮김. 에코리브르 온갖 책에 인용되는 스탠리 밀그램의 그 유명한 실험을 소개한 책을 드디어 읽었다. 1970년대에 나온 책은 사실상 밀그램의 ‘실험 결과 보고서’에 가깝다. 이미 나온 지 오래됐고 여러 곳에서 마르고 닳도록 인용됐으나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유럽계 유대인들에 대한 나치의 실험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복종이라는 미명 하에 수행한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의 극단적인 예”였고, 그 충격이 아직 사람들의 마음에서 가시기 전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안겨준 충격은 반전이었고, 이 또한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는 악’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밀그램은 미국의 ‘보통 ..

딸기네 책방 2016.12.28

존 머터, 재난 불평등

재난 불평등 THE DISASTER PROFITEERS존 C. 머터. 장상미 옮김. 동녘 번역이 별로이고, 책도 그리 재미있지 않다. 역시 빈곤이나 재난과 사회적 '건강'의 문제라면 폴 파머의 책을 읽어야. 자연과학을 하는 학자가 쓴 것이라, 사회과학과 접목되는 부분이 좀 약하다. 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미얀마 이라와디 삼각주를 강타한 태풍 나르기스와 미국 루이지애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비교, 분석한 내용이었다. 왜 저들(책임지고 무언가 대비를 하거나 사후 대응을 했어야 할 국가 기관 혹은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나? '세월호' 이후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의문이다. 왜 대통령도, 청와대의 재난 대응 라인도, 해경도, 선원들도, 어느 누구도 승객들을 구하지 않았나?..

딸기네 책방 201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