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9

싯다르타 무케르지, '의학의 법칙들'

의학의 법칙들 - 생명의 최전선, 가장 인간적인 과학의 현장에서 TED Books 8 싯다르타 무케르지. 강병철 옮김. 문학동네 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TED북스. 얇고 작고 짧지만 재미있다. 이 시리즈, 우습게 여기지 말고 보이는 족족 읽어야겠다.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를 근래 아주 재미있게 읽은 까닭에, 그 저자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서! 펼쳐들었다. TED 강연을 정리한 간략한 책이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의사이고 학자인 무케르지의 이 책은 간단히 설명하면 그가 의학도들에게 전하는 '의사의 자세 혹은 의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은 불확실하고 시시때때로 환자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무언가를 가지고서 생명을 다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원칙..

콜린 우다드, '분열하는 제국'

분열하는 제국 American Nations: A History of the Eleven Rival Regional Cultures of North America (2012년)콜린 우다드. 정유진 옮김. 글항아리 여름 휴가 때 읽은 재미난 책. 미국 건국 시기에 형성된 '11개의 국가(nation)'을 중심으로 미국의 과거와 오늘을 설명한다. 유진이 번역답게, 한글 문장도 말끔하다. 남쪽의 히스패닉 지역인 엘노르테, 청교도 필그림들이 정착해 세운 양키덤,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기풍이 토대가 된 뉴욕 등 뉴네덜란드, 노예제에 기대어 있던 보수적인 디프사우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난민처럼 이주해온 거친 이들의 정착지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져 있는 북부 원주민들의 퍼스트네이션, 동부 ..

딸기네 책방 2017.08.13

앨버트 린드먼, 현대 유럽의 역사

현대 유럽의 역사. 앨버트 린드먼. 장문석 옮김. 삼천리. 7/29 알차다. 마크 마조워 과 이언 부루마의 과 겹치면서도 결이 달라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유대인 문제에 좀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굉장히 두껍다. 다 읽는 데에는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_- 미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19세기 이후 유럽의 혁명과 반혁명으로 시작해 20세기의 두 차례 전쟁과 냉전을 거쳐 2012년의 상황까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아우른다. 나폴레옹의 유산들로부터 유럽의 근현대를 끄집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 유럽의 역사'라고 책 제목이 박혀 있지만 시간적 폭은 상당히 넓다. 광활한 시공간적 배경을 다루면서도 여성 문제, 아일랜드 문제, 유대인 문제 등의 몇 가지 테마를 틈틈이 잊지 않고! 콕콕 짚..

딸기네 책방 2017.07.30

킹, 거리의 이야기

존 버거의 (김현우 옮김. 열화당)을 읽었다. 분명, 재미있었다. 글도 너무나 좋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재미있다'라고 말해버리기는 쉽지 않다. 서글프고 비참하니까. 거리의 풍경, 사람들의 스케치, 인생에 대한 통찰은 어찌나 씁쓸한지. 옥탄 냄새가 나는 곳, 다이아몬드 냄새와도 약간 비슷하다. 여러분은 다이아몬드 냄새를 맡아 보신 적이 없겠지만. -10쪽 개들은 모두 숲을 꿈꾼다. 거기 가 보았든, 가 보지 않았든 상관없이. 심지어 이집트의 개들도 숲을 꿈꾼다. -11쪽 요아킴이 오렌지색 페인트를 한 통 구해주었다. 자기 집에 칠하기는 너무 밝다고 했다. 가족을 위한 색이라고, 그는 말했다. -37쪽 내가 말하는 방식은 이상하다. 왜냐하면 나도 내가 누군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이 ..

딸기네 책방 2017.07.03

면역에 관하여

요즘 '안아키'라는 게 유행한다고 하는데, 마침 그 문제와 직접 연결된 책이 보여서 손에 들었다. 율라 비스의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다. 재미있었다. 아이를 낳은 엄마가 몸에 대해 생각하고 면역과 백신과 사회에 대해 이것저것 뒤지고 공부하며 생각한 것들을 쭉 풀어놓은 일종의 에세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부감의 근원과 역사를 살피고, 이런 현상이 현대 사회에 던지는 함의를 짚어본다. 백신을 거부할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왜 사람들은 거부하는가. '백신 뱀파이어'라는 제목의 1881년 전단은 백신 접종원들이 '순수한 아기'에게 가하는 '광범위한 오염'을 경고했다. 백신 접종 행위에 뭔가 성적인 면이 있을 거라는 두려움을 부추겼고, 그 불안은 팔에서 팔로 전달하는 백신 때..

로지스틱스

로지스틱스 The Deadly Life of Logistics : Mapping Violence in Global Trade데보라 코웬. 권범철 옮김. 갈무리 갈무리 책답게 -_- 번역은 목에 탁탁 걸린다. 내용은 중언부언 반복이 많고, 밀도가 낮다. 사례로 든 것도 너무 적고, 한마디로 세포 없이 뼈대만 있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은 건 저자의 문제의식, 그리고 ‘로지스틱스’를 가운데에 놓고 본 세계 경제질서라는 프레임이 눈에 띄어서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띄어서’라기보다는, 이렇게 한번 봐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웃소싱, 오프쇼어링, 외주화, 글로벌화 등등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모두 이 틀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틀로 ..

딸기네 책방 2017.05.22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말레이 제도'

다윈이 맬서스의 논문을 읽고 종분화의 개념을 구체화한 지 15년 남짓 지난 1855년 여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라는 젊은 자연사학자가 '자연사연보'에 다윈의 미발표 이론에 위험하리만큼 가까이 다가선 논문을 발표했다. 월리스와 다윈은 사회적 및 이념적 배경이 전혀 달랐다. 지주이자 성직자이며, 신사 생물학자에다가 곧 영국에서 가장 찬사를 받는 자연사학자가 될 다윈과 달리, 월리스는 먼마우스셔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도 맬서스의 인구 논문을 읽었다. 다윈처럼 월리스도 표본과 화석을 채집하기 위해서 먼 해외로-브라질로-여행에 나섰고, 여행을 통해서 새롭게 변모했다.아마존에서 돌아올 때 배에 불이 나는 바람에 수중에 있던 얼마 안 되던 돈도 다 잃고 채집한 표본도 다 잃어 더욱더 가난해진 월리스는 18..

딸기네 책방 2017.05.14

10년 후 세계사

정유진과 함께 쓰고, 태권이가 그림 그려준 . “향후 10년의 미래 역사를 좌우할 빅이슈를 단숨에 읽다” 미래를 준비하는 현대인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견문 어지럽게 교차하는 수많은 이슈와 복잡한 맥락의 핵심을 단숨에 꿰뚫는다! - 불황이 연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긴축경영에 돌입해 감원 한파가 닥쳤고 청년실업은 만성적인 사회문제로 굳어졌다. 경제정책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행정부의 정책 갈등은 불확실성을 고조시켰다. - 한국사 교과서가 식민지배를 찬양하고 민주주의 운동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전개되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인터뷰에서 "일부만 떼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동일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각각의 연구이기 때문에 교과서 전체 속에서의 해석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사를 바꾼 화산 탐보라

세계사를 바꾼 화산 탐보라 TAMBORA: The Eruption that Changed the World길런 다시 우드. 류형식 옮김. 소와당 신문 북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보기는 했는데, 이미 비슷한 종류의 책인 사이먼 윈체스터의 를 읽었기 때문에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를 읽다 보니 탐보라 이야기가 나와서, 빌려 읽었다. 후다닥 읽었다. 호주 출신인 저자는 환경/과학과 문학을 연결지은 '환경문학'을 강의하는 학자라고 한다. 책은 을 비롯해 메리 셸리의 글들과 바이런 어쩌구 등등을 줄곧 인용하는데, 그런 책들이나 글들에 무지한데다 별반 관심도 없어서 몽땅 건너뛰다 보니 사실상 듬성듬성 읽은 꼴이 됐다.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확대해석과 과장이 너무 심하다. "18..

딸기네 책방 2017.05.08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글항아리에서 나온 을 읽었다. 지은이는 이나가키 히데히로, 옮긴이는 우리 회사 국제부 선배였고 지금은 체육부장인 조홍민 선배다. 일본 특파원 지낸 분이라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번역도 매우매우 훌륭하다. 실은 번역자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받았으나 회사 책상 위에 놔둔 걸 누군가가 훔쳐갔다 -_- 그래서 다시 얻어야 했다는 슬픈 사연이... '도쿠가와 가문은 어떻게 원예로 한 시대를 지배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센코쿠(전국)시대 일본의 무장들은 식물에 대해 어떤 지식을 갖고 있었고, 그걸 어떻게 치열한 승부에 활용했는가 하는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식물이 들어간 에도(도쿄) 일대의 동네 이름들로 시작해, 전국시대 무장 가문의 문장들 속 식물 이야기들까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쭉 이어진다. 구마모토..

딸기네 책방 2017.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