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

딸기21 2016. 12. 14. 14:00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

How We'll Live on Mars

스티븐 L. 퍼트라넥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과학저널리스트의 TED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이라, 간명하면서도 재미있다. 영화 <마션>을 매우 보고 싶었으나 못 보고 지나갔다. 집에 화성에 대한 책이 한 권 더 읽는데, 맛뵈기 삼아 이 책부터 꺼내들었다. 토요일 오후 카페에 앉아 책장을 후다닥 넘겼다. 화성 이주 프로젝트라니, 멋지다! 

화성으로 이사간다는 것은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다. 책은 상상으로 넘쳐난다. 그 상상이 그들어맞을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다.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화성 이주라는 것은 온갖 장애물들을 끌어안고 있으니. 하지만 그저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신나는 기분. 책은 화성에 가려고 애쓰는 사람들, 화성에 가기까지 넘어야 할 산들, 화성에 도착한 뒤에 맞닥뜨릴 난관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안에는 물리학, 지질학, 기후학, 테라포밍 같은 현대 과학의 고민거리들이 망라돼 있다. 

언젠가 그 날이 올까? 내 생애에 화성에 사람들이 안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만약 인간이 화성에 갈 수 있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좋건 나쁘건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 시대와 마찬가지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성 탐사로 인해 우리의 시야가 지구의 중력 범위를 벗어나 상상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확대된다는 점이다.

인류는 단순히 화성을 방문하여 정착지를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화성이라는 행성 전체를 완전히 개량하거나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화성의 대기를 산소가 풍부한 대기로 바꿔놓고, 영하 62.8도에 달하는 평균 온도를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영하 6.7도 정도로 상승시키며, 말라붙은 강바닥과 텅 빈 호수에 다시 물을 채우고,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이러한 기후대에서 번성할 수 있는 관엽식물을 심는다.

_16쪽


어쩌면 탐험에 대한 욕구는 인류의 DNA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약 6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모험을 시작한 호모사피엔스는 마침내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갈 때까지 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해나갔다. 어쩌면 탐험은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누군가 거주하고 있던 땅을 식민지로 만들거나, 문화를 파괴하고 자원을 약탈하는 행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아무런 규제안 없이 화성 정착이 실현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화성 탐사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도처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볼 때다.
_19쪽


V2 로켓이 북해를 건너 발사된 지 고작 4년 밖에 안 된 1948년, 당시 서른여섯 살이었던 베르너 폰 브라운은 미군의 포로가 되어 텍사스의 포트 블리스라는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로켓 프로그램을 이끌던 과학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인 우주 탐험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1952년이 되어서야 출간되었으며, 당시에는 <화성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독일어판만 발표되었고 1953년에 일리노이 대학 출판부에서 같은 제목으로 영어판을 출간했다. 

91쪽 분량의 이 소책자에서 폰 브라운이 제시한 비전은 장대하다. 70명을 열 대의 우주선 함대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는데, 그 중 3대는 화성에 계속 머물게 될 화물선이다. 그가 세운 계획은 지구의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선을 조립하는 것이다. 폰 브라운이 계획을 고안한 것은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1957년보다 무려 10년 전이다.

_22쪽


1960년대 후반이 되자 폰 브라운은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실어나른 새턴 5호 로켓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공로 덕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폰 브라운의 제안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책상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화성 탐사 계획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밀리고 말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군사 및 정보기관에서 우주왕복선이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수리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닉슨은 당시까지 고안된 중량 화물용 로켓 중 가장 크고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던 새턴 5호를 사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항해할 우주선을 잃자 행성 간 여행의 실현 가능성도 사라졌다. 폰 브라운은 1972년 NASA를 떠났다. 

우주왕복선은 미국의 우주 계획을 서서히 기나긴 쇠락의 길로 몰아넣었으며, NASA는 열정과 비전이 없는 공허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_31쪽


대략 30년 전, 로켓을 제작하고 위성을 발사하여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생 세 사람이 있었다. 이들이 세운 벤처기업 오비탈 사이언스는 날개가 달린 독특한 3단 로켓 페가수스를 제작했다. 최근 오비탈 사이언스는 NASA와 계약해 안타레스라는 신형 로켓과 시그너스 우주선을 제작했다. 

그 사이에 마틴 매리에타 머티리얼스라는 기업의 항공우주 엔지니어 로버트 주브린은 인간이 화성으로 향하지 않는 것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주브린은 <화성에 가야 하는 이유>라는 책을 쓰고 1998년에는 비영리단체 마스 소사이어티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바스 란스도르프와 아르노 빌더르스가 화성으로 가는 편도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마르스 원을 발족시켰으며, 2025년에는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데니스 티토가 셍ㄴ 비영리단체 인스피레이션 마스는 2021년에 부부 비행사를 태운 소형 우주선을 화성에 보낼 낙관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 기업가이자 탐험가 리처드 브랜슨 경 역시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민간 우주사업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된 사업들은 대부분 서부 개척시대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양상이지만 이번 개척지는 다름아닌 우주다. 

_39쪽


만약 2027년에 우주비행사들을 태운 우주선이 화성에 착륙하는 위업을 달성한다면 아마도 그 시작점에는 일론 머스크가 있을 것이다. 최초의 화성 착륙선에는 스페이스X의 로고가 새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NASA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것처럼 보이던 바로 그 시기에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폰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머스크 역시 고향인 남아프리카와 캐나다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이었다. 그 또한 폰 브라운처럼 자신의 비전에 확신이 있으며 그 비전을 성취하려는 굳은 의지를 가진 완벽주의자다.

머스크가 반드시 화성에 가겠다고 말했을 때 아무도 그가 화성 탐사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수많은 만류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그 과정에서 머스크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질문을 던졌다. "화성에 가기 위해 왜 NASA가 필요한 거지?"

_41쪽


머스크는 인류가 우주를 여행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 찬동한다. 그는 인간이 지구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점을 통렬히 인식하고 있다. 

로켓 기술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딘 1969년부터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한 2002년까지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 사실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우주여행 기술은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다. "현재 미국은 유인 우주선을 궤도로조차 쏘아보낼 수 없다." 

2012년 5월에 스페이스X의 첫번째 드래건 캡슐이 성공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도달한 순간, NASA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민간기업이 해낼 수 있으며 심지어 더 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_43쪽


달은 대체로 지구에서 36만2000킬로미터에서 40만2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인간은 60일 안에 달과 지구 사이를 왕복할 수 있다. 

화성은 그보다 최대 천 배나 더 멀다. 거의 6만 년 만에 화성과 지구가 가장 가깝게 접근했던 2003년에도 두 행성 사이의 거리는 5470만 킬로미터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는 365일이고 화성의 공전 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687일이기 때문에 두 행성이 서로 엇갈려 각각 태양의 반대편에 있게 되면 거리는 4억 킬로미터로 엄청나게 늘어난다.

(폰 브라운의 화성 탐사 계획을 실현하려면 호만 전이궤도를 이용해야 한다. 지구의 원형 궤도를 도는 우주선이 짧은 기간 엔진을 점화해 태양 주위를 도는 화성 궤도와 교차하는 타원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연료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우주선은 화성에 접근할 때까지 연료를 쓰지 않고 관성으로 비행할 수 있다.)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우주선은 항상 태양계 내에 있는 천체의 궤도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경로는 곡선이 될 수밖에 없다. 향후 20년간은 편도 250일보다 짧은 시간에 화성에 도달할 수 있는 최단 경로가 생기지 않을 전망이지만 현재 스페이스X는 거리를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로켓 엔진을 설계하고 있다. 

_46쪽


탐사선을 화성에 무사히 착륙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지구에서 보내는 통신이 화성에 갔다 되돌아오는 데에 각각 21분이 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인 우주선은 응급 상황에 처할 경우 지구에 도움을 요청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_48쪽


2014년 하반기에 NASA는 새로운 오리온 우주선을 델타 4호 로켓이 실어 지구 상공 5794킬로미터의 궤도로 발사했다. 오리온은 아폴로 우주선에서 크기만 커졌을 뿐 그 이상의 기능을 찾아볼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검증된 설계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거라며 오리온을 옹호했다. 오리온은 달을 탐색한 후 2020년대에 소행성들과 만나도록 설계되었다. 

인간을 화성에 데려다줄 수 있는 두 종류의 우주선,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과 NASA의 오리온 우주선이 개발되면서 <화성 프로젝트> 이후 떠돌던 근본적인 의문 자체가 바뀌었다. 과연 우리가 화성에 갈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이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가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다면 비용은 엄청나게 절감된다. 머스크는 화성에 이주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전형을 시가 50만 달러 정도의 중산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40대로 짐작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일에 진저리가 난 나머지 전 재산을 팔아 작은 사업을 할 만큼의 돈을 남겨둔 뒤 스페이스X에서 화성행 편도 티켓을 살지도 모른다. 머스크가 추산한 범위 중 가장 작은 숫자, 즉 개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10만명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화성 정착민은 8만 명에 육박한다.

_64쪽


인간이 화성에 머무를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적절한 착륙 및 거주 장소가 확보돼야 하고, 사전에 지구에서 엄청난 양의 보급품을 보내둬야 한다.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유인 비행 이전에 보급 미션을 진행해 로봇이 거주지를 설치하고 관리하게 된다. 이런 체제를 제안한 것이 바로 마르스 원 프로젝트다. 

마르스 원이 웹사이트에 게시한 일정은 2024년에 화물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낸 다음 2026년부터 2년마다 네 명의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_70쪽


산소 공급 없이 4분이 지나면 인체는 뇌손상을 입는다. 사망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다. 화성에서는 우리가 직접 산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여러 해 전 화성 초기탐사 때 NASA는 "물을 따라가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의 목표는 화성에 집단 거주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으며, 그 생명체는 다름 아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 피닉스 착륙선이 화성의 북극 만년설에 착지하고 나서 화성에 얼음이 존재하며 표토에서 얼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화성의 표면적은 지구의 28%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 표면의 70%가 대양, 호수, 강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화성의 육지 넓이는 지구와 거의 비슷하다. 
화성의 물은 거의 대부분 얼음의 형태다. 얼어붙은 물의 상당량은 화성의 북극과 남극에 존재하며 일부는 얼어붙은 이산화탄소 아래에 매장돼 있다. 화성에는 수만 개의 하곡과 셀 수 없이 많은 커다란 호수 바닥이 있다. 적도 근처에 있는 광활한 평원인 엘리시움 평야는 사실 북해만큼이나 거대한 얼음덩어리일 수도 있다. 
_81쪽

가장 심각한 것은 물을 손에 넣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화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의 대부분은 아마도 표토와 섞인 얼음 형태일 것이다. 이는 소형 착암기 없이는 뚷을 수가 없다. 착암기로 추출해낸 뒤에도 얼음을 액체로 만들려면 채석 기술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여러 가지 기계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중 일부는 태양 전지로 충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소형 원자로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지하라면 흐르는 물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구덩이에서 물을 추출해내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일은 아니지만 오븐이나 증류장치를 비롯해 특화된 장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드릴로 파낸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으로 나오는 순간 즉시 얼어버리기 때문에 얼음 화산이 생기게 된다.
_84쪽

1976년 바이킹 우주선을 통해 화성의 대기가 옅기는 하지만 축축하게 젖어 있으며 습도가 100%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화성의 대기는 가장 폭넓게 분포하는 물 공급원이라 할 수 있다. 1998년 워싱턴대학에 제안한 WAVAR(수증기 흡착 장치)라는 장비는 물을 흡수하는 제올라이트라는 광물을 사용한다. 일찌감치 WAVAR를 화물 우주선에 실어 화성에 운반한 뒤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 도착하기 2년 전부터 물 제조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다.
_87쪽

2012년에 큐리어시티 로버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화성의 공기는 2%의 질소, 2%의 아르곤, 95%의 이산화탄소, 미량의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돼 있다. 유리산소 비율은 1% 이하이지만 많은 양의 산소가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한다. 개척자들이 화성 표면에서 추출해내는 물에는 더욱 많은 산소가 포함돼 있다. 

유일한 문제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2020년 발사되는 NASA의 큐리어시티 후속 로버는 화성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연료전지 MOXIE를 운반할 예정이다. 이 장비를 활용해 인간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생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로켓 연료를 위한 산화제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NASA의 목표다. 산소는 수소나 메탄 같은 로켓 추진체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NASA는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필요한 산소는 반드시 화성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_91쪽


최초의 화성 개척자들이 적도에 착륙한다면 낮 기온은 공기주입식 온실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할 것이다. 하지나 동지 무렵 일반적인 화성의 하루는 대략 12시간의 일광과 12시간의 어둠으로 이뤄진다. 식물이 무중력 상태에서도 자란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지구 중력의 38% 정도인 화성의 중력이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토양보다는 영양분이 풍부한 물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수경 재배가 성공적인 방법일 것이다. 식물학자 앙헬로 베르묄렌은 수경 생육상을 흙더미 아래에 묻어 태양복사선을 차단하거나 지하의 천연 용암동굴에 배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초기의 정착민들은 생육상과 온실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야 하지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적당히 높으면 식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수확량이 증가할 수 있다.

화성의 전체 일광량은 지구의 60%다. 밀라노, 시카고, 베이징, 삿포로 등의 약한 겨울 햇빛과 비슷한 정도라고 상상하면 된다. 화성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영양분이 풍부해야 하는 동시에 차지하는 공간도 적어야 한다. 

_96쪽


복사선은 여전히 큰 골칫거리다. 가장 해로운 것은 태양 플레어(태양 표면의 거대한 폭발)나 코로나 질량 방출(태양풍 폭발 현상으로, 플라스마와 태양 전기장이 코로나 영역을 넘어 분출하는 현상)로 인한 복사선이다. 행성 사이를 오가는 우주선에 응급 대피 공간을 설계할 수는 있다. 복사선을 막는 데 도움이 될 대기층도 충분치 않고 복사선을 차단할 자기권이나 밴앨런 복사 대역이 존재하지 않는 화성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폐쇄된 환경이나 지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_60쪽


우주복사선은 매우 두꺼운 금속조차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복사선 노출 빈도가 잦으면 암 사망 위험도 높아진다.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거의 모든 종류의 복사선이 신체에 해롭다. 화성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머리 위로 몇 미터 이상 쌓아올린, 표토나 바위로 된 은신처가 필요하다. 로버트 주브린은 화성 표토로 벽돌을 만들어 아치형 천장의 건물을 짓자고 제안한다. 이런 건물을 여러채 나란히 늘어놓으면 화성의 추위뿐만 아니라 태양 및 우주복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있으며, 특히 건물을 3미터 정도의 표토로 덮어두면 차단 효가는 더욱 커진다.
_102쪽

화성에는 의복으로만 해결 가능한 독특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낮은 기압이다. 기압이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는 몸 밖으로 밀어내는 힘을 눌러줄 여압복 없이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물이나 산소, 식량, 하다못해 주거지 문제와는 달리 압력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늘 여압복을 입고 다니는 것뿐이다. 
MIT 교수 다바 뉴먼이 설계 중인 세컨드 스킨 바이오슈트는 폴리머오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해 현재의 여압복보다 훨씬 신축성이 뛰어나고 덜 거추장스럽다. 뉴먼은 이동성을 위해 보호복에 필요 이상의 복사선 차페를 하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탐사용 자동차나 차폐 처리된 주거지에서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_104쪽

화성의 온도를 높이면 현재 얼어붙은 상태인 기체도 자유롭게 분리될 것이며, 이 기체가 대기로 유입되면 대기의 밀도가 높아지고 온실효과가 발생한다. 기온이 상승하면 적도 근처 표면의 얼음이 녹고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주민들이 온실 밖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면 식물이 대기중으로 산소를 배출해낸다. 칼 세이건은 1961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금성을 이렇게 테라포밍해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테라포밍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것이고, 천 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성의 적정 지역 온도를 단 몇 도만이라도 조절할 수 있다면 그 후 화성에서의 삶은 훨씬 쾌적해질 것이다. 고작 몇 세기 안에 실외에서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화성의 온난화를 위해 신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대한 거울을 만들어서 햇빛을 화성 표면에 반사하는 것이다. 거울은 솔라세일처럼 유연해야 하고, 극도로 얇은 알루미늄 막으로 코팅된 폴리아미드를 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대각선 길이가 240킬로미터나 되는 엄청나게 거대한 것이어야 한다. 지구에서 제작한 화물선이 화성으로 비행할 때 사용하는 솔라세일을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_109쪽

온도가 상승하면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돼 온실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표토의 얼음이 녹아 또하나의 강력한 온실가스인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물이 흐를 수 있을 정도로 화성의 온도가 올라가면 지구의 식물들을 화성으로 옮겨 심을 수 있고, 이 식물들은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화성의 대기 덕분에 쉽게 번성할 것이다. 무성하게 자라 폭넓게 퍼진 식물들은 이제 상당한 양의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산소는 온실가스가 아니므로 산소의 양이 증가하면 화성의 온도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_115쪽

화성의 대기 개량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조차 이 작업에는 9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인류도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룰 것이며, 결국 화성의 대기를 개량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추정할 이유도 충분하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지 5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_124쪽

화성의 테라포밍과 관련하여 몇 가지 예측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는 고대의 생명체가 되살아날 가능성이다. 큐리어시티 로버는 화성에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화학원소들(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이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또 하나의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는 인간과 함께 화성에 가는 생명체가 화성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화성에 생명체를 전파할 수밖에 없다. 
_120쪽


2014년 9월에 NASA의 메이븐 탐사선이 화성의 궤도에 진입했다. 화성의 상층 대기와 이온층을 연구해 화성의 기체 중 어느 정도가 태양풍에 쓸려나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때 물이 흐르고 습도가 높았으며 상당히 따뜻했던 화성이 지금처럼 건조하고 얼어붙은 곳으로 변해버린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1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확실한 사실은 화성에 대한 우리의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300년 전 인류가 어느 정도의 생물학, 화학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300년 후인 2300년대 초반에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추게 될지 상상해 보자.

_127쪽


인간이 화성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화성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을 바꾸어놓을 것인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언뜻 들으면 두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이미 우리의 수용 범위에 있다. 인간의 테라포밍 기술이 발전하고 유전자 조작 기술도 진보해 화성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40%로 떨어졌을 때, 마침 인간의 유전자 변형도 이뤄져 인간이 이산화탄소 40%로 이뤄진 공기를 호흡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사실 현시점에서는 화성보다 인간을 개조하는 기술이 훨씬 발전했다.

_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