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56

'생색내기' 구호품 반입

“집이 다 부서졌는데 시멘트 대신 초콜렛이 웬말이냐.” 지난달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유가자운동’ 구호선단을 공격, 구호요원들을 살해한지 한달 여가 지났다. 이스라엘은 형식적으로나마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 봉쇄조치를 완화한다고 발표했고, 1일에는 자유가자운동 선박에 실려 있던 구호품들이 유엔 요원들을 통해 가자지구에 일부 전달됐다. 하지만 여전히 봉쇄완화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1일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 한달을 맞아 가자시티 항구에서 반이스라엘 ‘꽃 시위’를 하고 있다. |AP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1일 성명을 내고 지난 4월말 이스라엘군에 습격당한 뒤 압수됐던 자유가자운동 ..

기름 먹는 '초대형 방제선' 멕시코만으로

해저 탐사로봇, 심해 잠수정, 거대한 철제 캡(뚜껑), 진흙 실린더…. 멕시코만 해저유정 기름유출 재앙을 막아 보려 온갖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온 미국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이번 ‘무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이다. AP통신은 30일 미 당국이 축구장 3.5배 길이에 1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선박을 불러다 기름 걷어들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고래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배는 길이 340m, 높이는 60m에 이른다. 배는 한국에서 제작됐고 선주는 대만의 선사 TMT다. 선적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원유와 철광석 등을 대량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멕시코만 사태가 난 뒤 TMT의 노부 쑤 최고경영자가 오일스키머(물 위에 뜬 기름을 분리·흡수하는 설비)로 개조하도록 지..

'나일강의 기적' 이집트의 꿈 이뤄질까

지난 24일 홍해에 면한 이집트의 수에즈특별경제구역(SEZ)을 방문했다. 카이로에서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달려, 아인 수크나 항구에 붙어있는 SEZ에 도착했다. 황량한 사막을 한 토막 잘라 구획지은 것 같은 너른 땅 한가운데에 새로 지은 건물과 한자가 쓰인 깃발들이 나타났다. 중국 국영 톈진경제기술개발지역공사(TEDA)가 부지를 빌려 짓고 있는 SEZ 내 ‘중국 구역’이었다. 접착식 부직포 제품들을 생산하는 중국 회사 CTMC의 현지공장에서는 히자브(머리수건)를 두른 이집트인 여성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생산된 제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CTMC는 이런 종류의 섬유제품 생산으로는 세계 3위 규모의 기업이다. 이웃한 요업공장은 이집트 기업인 클레오파트라그룹 산하 ‘세라미카 엘도라도’가 운영하는 곳..

독립언론 반세기 접고 '좌파 컨소시엄' 대주주로 맞은 르몽드

극심한 경영위기에 몰렸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 르몽드가 28일 좌파 성향 기업인들로 이뤄진 컨소시엄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게 됐습니다. 독립언론 르몽드의 신화는 반세기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르몽드는 28일 경영감독위원회 회의를 열어 라자르 투자은행 최고경영자 마티외 피가스, 이브생로랑 패션하우스 창업주인 피에르 베르제, 인터넷사업가 자비에 니엘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대주주로 맞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텔레콤의 자회사 오랑주, 프랑스의 미디어그룹인 누벨 옵세르바퇴르, 스페인 미디어그룹 프리사도 르몽드에 눈독을 들였으나 르몽드의 주주인 기자들과 임직원은 베르제-피가스-니엘 컨소시엄을 택했습니다. 3자 컨소시엄은 르몽드에 1억유로(약 1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긴급수혈되는 투자자금 대부분은 르..

피묻은 다이아몬드, 끝없는 논란

내전·아동노동 등 부당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이른바 ‘피묻은 다이아몬드’의 생산·거래를 금지한 킴벌리 프로세스(KP)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들어 앙골라 다이아몬드 광산들의 아동 노예노동이 드러난데 이어, 짐바브웨에서도 독재정권의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27일 짐바브웨의 마랑게 광산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들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야당 탄압과 억압통치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다이아몬드를 내다팔기 위해 광산지대에 군을 투입, 주민들을 노예노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KP를 주도해온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

이라크 문화유산만 생각하면 한숨이...

지난 25일 이라크 북부 중심도시 모술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무장 저항세력이 시내 알 타우바 언덕위에 세워진 나비 유누스 모스크(아래 사진)를 폭탄으로 공격한 것이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모스크를 둘러싼 성벽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 모스크는 지금은 이슬람 사원으로 쓰이고 있지만, 모스크 아래에는 고대 도시 니네베 시절의 초기기독교 유적이 자리잡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요나의 무덤이 이 사원안에 있어 ‘요나 모스크’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 공격으로 무너진 성벽의 일부는 기원전 7세기 앗시리아 왕국 시절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통에 방치된 이라크 유적들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잠시 시들해지자, 고대 유적·유물에 대한 파괴와 약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라크 ..

BP 새 '구원투수'에 멕시코만 수습 맡겨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을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의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미국인들에게 단단히 밉보인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 대신 ‘미국인 이사’를 내세워 사태수습을 맡기기로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BP의 칼 헨릭 스반베리 회장이 ‘미국민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미국인 관리담당이사 로버트 더들리(55·사진)에게 멕시코만 사태 총책임을 맡기기로 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추궁을 이리저리 피하고 보상계획 등에 대해서도 확답을 회피, 지탄받았던 헤이워드 CEO는 사태 수습에서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워드는 이날 가족과 함께 영국 와이트 섬에서 열린 요트경기에 참석해 자기 소유 요트의 경기장면을 구경하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람 ..

실크로드의 옛 도시, 오슈의 비극

톈산(천산) 산맥에서 흘러내려온 나린 강과 카라 다리야(카라 강)은 오늘날의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세 나라가 접경한 페르가나 계곡에서 만난다. 거기서 중앙아시아의 생명줄인 시르 다리야로 합쳐져 아랄해까지 흐른다. 페르가나는 오래전부터 중국과 아시아 남·서부를 잇는 비단길의 교역중심지이자 곡창이었다. 지금은 인구 22만명으로 키르기스스탄의 2위 도시가 된 오슈는 이 계곡에 자리잡은 3000년 역사를 지닌 도시다. 유서 깊은 오슈가 며칠 새 피바다로 변했다. 지난 10일부터 키르기스계 주민들이 우즈벡계 이웃들을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무차별 폭행·강간을 일삼으며 제노사이드(종족말살)나 다름없는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 18일까지 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공식집계됐으나, 실제 사망자는 ..

블러디 선데이, '영국판 광주학살'의 비극

“정당하지도 않았고, 정당화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총리가 15일 정부가 38년전 북아일랜드에서 공수부대가 저지른 ‘영국판 광주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유족들은 “늦었지만 무고함이 밝혀졌다”며 환호했지만, 법적 책임과 배상 문제 등 뒤처리를 놓고 다시 오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이래로 영국에 무력 점령돼온 북아일랜드의 런던데리에서 학살극이 일어난 것은 72년 1월 30일. 10대 소년들에서 중장년까지 포함된 민권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영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영국 육군 공수부대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시위대를 덮쳤다. 달아나던 시민들 중 일부는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몇몇 민권운동가들은 조준사격을 당한 듯 총탄세례를..

“변호사요, 고달프고 시시해요”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애덤 오시엘스키는 5년 전 학교를 졸업할 무렵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로스쿨을 나와 법무법인에 들어간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 하루 종일 바쁜 업무와 고달픈 생활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시엘스키는 로스쿨 대신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 행을 택했다. 그곳 자선단체의 집지어주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온갖 일을 했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어 전기배선·설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워싱턴의 가구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국제전기노동자연합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전기기술자격증을 땄다. 이제 29세가 된 오시엘스키는 “트럭을 몰고 달리다 보면 변호사 일 따위는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렇게 일하며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