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8

블러디 선데이, '영국판 광주학살'의 비극

“정당하지도 않았고, 정당화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총리가 15일 정부가 38년전 북아일랜드에서 공수부대가 저지른 ‘영국판 광주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유족들은 “늦었지만 무고함이 밝혀졌다”며 환호했지만, 법적 책임과 배상 문제 등 뒤처리를 놓고 다시 오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이래로 영국에 무력 점령돼온 북아일랜드의 런던데리에서 학살극이 일어난 것은 72년 1월 30일. 10대 소년들에서 중장년까지 포함된 민권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영국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영국 육군 공수부대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시위대를 덮쳤다. 달아나던 시민들 중 일부는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고, 몇몇 민권운동가들은 조준사격을 당한 듯 총탄세례를..

“변호사요, 고달프고 시시해요”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애덤 오시엘스키는 5년 전 학교를 졸업할 무렵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로스쿨을 나와 법무법인에 들어간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 하루 종일 바쁜 업무와 고달픈 생활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시엘스키는 로스쿨 대신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 행을 택했다. 그곳 자선단체의 집지어주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온갖 일을 했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어 전기배선·설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워싱턴의 가구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국제전기노동자연합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전기기술자격증을 땄다. 이제 29세가 된 오시엘스키는 “트럭을 몰고 달리다 보면 변호사 일 따위는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렇게 일하며 경력..

이스라엘이 왕따에서 벗어나려면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 해군 특공대원들을 동원해 지중해상을 지나던 구호선박을 공격했다. 이미 2008년말 가자침공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성이 세계에 알려져있는 상태이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은 크다. 이스라엘의 오만함과 무법적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커질대로 커져 있는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디테일은 아직 가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배에 탄 사람들이 검문에 나선 우리 군인들을 곤봉과 칼로 ‘린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유가자운동(FGM)이라는 단체가 주관한 구호선단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비롯해 유럽의회 의원들과 유럽 여러나라의 정치인들, 인권·구호단체 활동가들, 여러 언론의 취재진들이 타고 있었다. 배에 탔던 이들의 증언은 이스라엘측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이스라엘군 특공대원들..

대선 시위 뒤 1년, 이란은 어디로

이란 대선 부정선거 시비로 ‘테헤란판 톈안먼 사건’이라 불렸던 대규모 유혈사태가 일어난지 12일로 1년이 된다. 1년전 그날 대선에서 석연찮은 승리를 거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여전히 서방을 향해 언성을 높이면서 핵·미사일 문제로 긴장을 연출하고 있다. 대선 불복 시위대는 극심한 탄압을 받았고, 개혁파들의 요구는 물밑으로가라앉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집권층 내부의 권력투쟁과 함께 신정(神政) 체제의 균열이 노출되고 있다. 투쟁과 억압의 1년 대선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비롯한 야당과 개혁파 진영은 당초 대선 1주년을 맞아 12일 테헤란 등지에서 대규모 민주화 요구 집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고 AP통신 등이 11일 보도했다. 집회를 강행할 경우 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

중국 "이 참에 그리스를 잡아라"

“그리스를 잡아라.” 월드컵을 앞둔 한국의 구호가 아닙니다. 경제위기를 맞아 세계를 향해 SOS를 타전하고 있는 그리스를 이 참에 잡으려는 중국의 발빠른 움직임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8일 모두가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는 그리스에 수억~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를 소개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주 중으로 아테네 남서쪽 외곽의 피레우스 항구의 관할권을 중국 거대 선박회사 코스코에 넘겨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테네 코밑의 물류기지가 중국 손으로 넘어가는 셈인데요. 중국은 이미 2006년부터 그리스 측과 피레우스 임대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해 10월 ‘35년 장기임대’ 계약을 맺었습니다. 중국은 이 낡은 항구에 7억달러를 투자, 현대적인 시설로 바꿀 계획입니다. 중국..

'독재자들 재산환수' 힘겨운 싸움

찰스 테일러는 라이베리아 출신 군벌로,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한 뒤 원광석과 목재 등을 팔아 돈을 불렸다. 그걸로 다시 무기를 사서 내전을 일으켜 전국을 장악한 뒤 1997년 대통령이 됐다. 이웃한 시에라리온에까지 무기를 들여보내고 광산지대 무장세력들을 부추겨, 서아프리카를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터로 만들었다. 2003년 영국군 등 다국적 지원군이 들어가 내전을 끝내고 무장해제를 시킨 뒤에 테일러는 쫓겨났다. 체포된 테일러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감옥에 수감된 채 유엔 산하 시에라리온특별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교도소 경비 등을 포함, 재판비용으로만 다달이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이 돈은 대부분 미국이 내고 있다. 라이베리아는 내전으로 초토화된데다 국가재정이 거의 무너져..

궁지 몰린 BP 최고경영자

미국 멕시코만에서 최악의 원유유출 사태를 일으킨 영국 에너지회사 BP의 최고경영자(CEO) 앤서니 헤이워드(53·사진)가 궁지에 몰렸다. 사고가 난지 50일이 되어가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해 미 정부로부터 형사처벌 압박을 받고있는데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헤이워드 CEO는 6일 영국 BBC방송 앤드루 마(Marr) 토크쇼에 출연, 사고수습팀이 멕시코만에 가라앉은 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의 유정 구멍에 덮개를 씌우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헤이워드는 “덮개를 씌워 하루 1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해수면으로 끌어올려 뽑아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에 추가로 기름분출을 막을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기름을 깨끗이 없애고 환경 피해를 복구해 반드시 멕시코만을 이번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12) 최영진 유엔특별대표 인터뷰

지난 4월 초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의 유엔평화유지사령부(ONUCI)를 찾았다. 이 나라에서는 2002년 남북 간 분쟁이 일어나 유엔 평화유지군 1만명이 파병돼 있다. 반군의 무장해제와 차기 정부를 뽑는 선거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정부가 하지 못하는 구호·재건사업을 관리하는 것이 모두 ONUCI의 일이다. ONUCI를 이끄는 최고 책임자는 한국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명에 따라 ONUCI를 맡고 있는 최영진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를 만났다. 오랜 외교관 경험과 아프리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최대표는 단기적인 경제적 이득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글로벌 이슈들을 마주해야 한다며 한국에 ‘계몽된 국익(enlightened nation..

보이콧 이스라엘!!!

이스라엘산 물품의 불매를 주장하는 ‘보이콧 이스라엘’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려던 구호선박을 공격, 9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에 대해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구호선박 1척을 다시 나포하는 등 국제적인 비난여론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조합원 약 1500명의 스웨덴 항만노동조합은 5일 이스라엘의 구호선단 공격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스라엘 선박과 화물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항만노조는 오는 15~24일을 보이콧 기간으로 잡고, 이스라엘 선박의 출입과 하역을 모두 거부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국방부도 이달 중 오슬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취소했다. 이스라엘 군장교도 이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돼있었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군사작전 ..

오바마 정부, "BP 니네 다 죽었어!"

미국 정부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재앙을 일으킨 영국계 에너지회사 BP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BP는 하루만에 주가가 15%나 내려앉았고, 뉴욕증시 전체가 ‘BP 충격’에 휘청였다. 책임공방이 불거지는 사이에도 오염은 계속 확대돼 루이지애나·앨라배마주에 이어 미시시피주에까지 기름띠가 도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조사위원회의 밥 그레이엄, 윌리엄 라일리 공동위원장을 만나 대책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법사항이 있으면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번 사고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라 규정하면서 “법률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법을 바꾸고, 정부의 감독이 미흡했다면 그 또한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