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꾸란이든 성경이든

딸기21 2010. 9. 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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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있는가. 신은 중요한가. 종교는 인간의 생활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해야 할까.

알카에다의 9·11 테러에서부터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뉴욕 그라운드 제로 부근 모스크 건립 논란, 한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꾸란 불태우기 계획이 던져준 파문까지, 21세기에 들어와서 ‘종교의, 종교에 의한, 종교를 위한’ 이슈들이 연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슬람 대 기독교, 유신론 대 무신론의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성경도 꾸란도 다 태워버리자”

호주의 한 변호사가 유튜브에 도발적인 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의 제목은 ‘성경과 꾸란, 어느 쪽이 더 잘 타나’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앨릭스 스튜어트라는 남성이다.
12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스튜어트는 코란과 성경을 한 장씩 뜯어내 담배를 말아 피운다. 그는 이 ‘담배’에서 나온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시늉을 한 뒤 “신성하네(Holy)”라고 내뱉는다.



동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난 주말. 9·11 테러 9주기, 그리고 최근 미국을 달군 개신교 목사 테리 존스의 ‘코란 버닝 데이(Koran Burning Day)’ 파동과 맞물려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동영상은 곧 삭제됐고, 현재는 “코란과 성경을 태운 스튜어트”에 대해 설교를 하거나 찬성 혹은 비난을 하는 관련 동영상들만 남아 있다.
꾸란 200부를 불태우겠다고 했던 테리 존스는 거센 비난에 자신감이 없어졌는지 소각 계획을 철회한다고 했다가, 다시 “철회가 아니라 보류”라고 말을 바꿨다. 어쨌든 존스의 계획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감히’ 꾸란과 성경 모두를 찢고 불에 태운 스튜어트는 기독교도와 무슬림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동영상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덴마크에서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만평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실었던 만평작가와 우익 신문사는 무슬림 극단주의자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고, 실제로 만평작가가 신체적인 공격을 당하기도 했었다.

스튜어트는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에 소속된 변호사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13일 회의를 소집, 스튜어트를 해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학의 피터 콜드레이크 부학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꾸란과 성경을 태운) 그런 종류의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확실히, 너무나, 너무나, 불쾌하며, 실망했다(obviously extremely, extremely unhappy and disappointed)”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호주 이슬람협회(IAA)의 셰이크 무함마드 와히드 회장도 스튜어트의 비디오가 “무슬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특히 호주에서는 최근 몇년 새 점점 늘어나는 이슬람 이민자들과 기독교 원주민들 간 충돌이 벌어져 왔다. 2005년에는 레바논계 이민자 청소년들과 해안경비요원들 간 사소한 다툼이 ‘인종충돌’로 비화됐고, 2006년에는 호주 이슬람 고위 성직자가 여성비하 발언을 해 종교 갈등으로 이어졌다.

중력인가 신인가

스튜어트의 동영상은 종교 문제로 늘 다툼을 벌이는 이슬람과 기독교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아예 종교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

스튜어트는 브리스베인 지역 무신론자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는 현지 언론인 쿠리어 메일 인터뷰에서 “그 비디오는 물론 장난이었다”면서 자신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보다는 풀로 만든 것(종이)을 피우는 게 낫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무신론 진영에는 스튜어트 같은 무명인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무신론자임을 내세우는 것이 스스로를 테러범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더 더 지탄받을 일이라지만, 세계적인 과학자들 중에는 드러내놓고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신(神) 논쟁’에 불을 붙인 사람은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위 사진)이다. 그는 지난 9일 출간된 새 저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의 기원인 빅뱅은 신적 존재가 아닌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우주를 창조한 것은 신이 아니라 물리학 법칙이라는 얘기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유독 호킹의 주장이 반발에 부딪쳤던 것은, 과거 호킹이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호킹은 1988년 <시간의 역사>에서 “우리가 만일 만물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때에야 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 문장은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호킹이 신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기독교 진영에서 신의 존재를 거론할 때 종종 인용됐다.

하지만 이번 저서에서 호킹은 확실하게 무신론을 견지하고 있다. 우주가 혼돈에서 생겨났을 리는 없다는 아이잭 뉴턴의 전근대적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중력과 같은 물리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무(無)에서 스스로 창조될 수 있다”면서 ‘자연발생적인 창조’를 강조한 것이다. 이번 저서는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물리학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와 함께 썼다.

두 사람은 끈 이론의 일종인 ‘M이론’을 만물이론의 후보로 제안했다. 만물이론(theory of everything) 혹은 ‘통일장 이론’은 뉴턴 물리학의 세계와 양자역학의 세계 모두를 관통하는 ‘완전한 물리 법칙’을 가리키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찾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생각한다.

호킹은 지난 10일 미국 CNN방송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 “신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창조자의 도움 없이도 과학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호킹의 ‘과학적 주장’에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옥스퍼드 링컨 대 수전 그린필드 교수는 얼마전 BBC방송 인터뷰에서 호킹처럼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탈레반 같다”고 맹비난했다.

‘주전자 종교’ 대 근본주의자들의 싸움

호킹에 앞서 이미 세계 과학계는 신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으로 몇년 째 떠들썩했다. 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역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다.
2007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뽑은 ‘세계의 지식인’ 2위(1위는 노엄 촘스키)를 차지하기도 했던 도킨스는 2003년 발표한 <악마의 사도(Devel‘s Chaplain)>에서 버트란드 러셀의 ‘찻주전자 비유’를 재인용하면서 종교에 일격을 날렸다. 러셀은 ‘태양 주위를 도는 중국의 찻주전자를 신봉하는 사람들’에 종교를 비유한 바 있다. 도킨스는 “종교는 러셀의 찻주전자보다 훨씬 강력하고 세금을 공제받는데다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체계적으로 주입된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찻주전자의 경우, 아이들이 그걸 다룬 다룬 엉터리 책들을 암기하라고 강요받지는 않는다. 찻주전자 신자들은 찻주전자 불신자, 찻주전자 배교자, 찻주전자 이단자, 찻주전자 모독자를 돌로 쳐죽이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하나가 아니라 세 개의 찻주전자를 믿는 비정통파 부모의 딸과 혼인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는다.”

도킨스는 2006년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펴내 아예 종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책 역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에 대한 종교 진영의 반론도 쏟아졌다.

2007년에는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가 출간돼 역시 벌집을 들쑤신 것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히친스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이나,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도덕적인 이유’를 들며 지지하는 등 돌출적인 행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상 파괴자’를 자처하는 히친스는 1995년에는 가톨릭 성녀로 추앙받는 마더 테레사를 비판한 <자비를 팔다(The Missionary Position : Mother Teresa in Theory and Practice)>를 써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도킨스와 히친스는 지난 4월 가톨릭 교황을 ‘인류에 대한 범죄’ 혐의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 다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인류에 대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는 인종말살·대량학살 등의 전쟁범죄를 가리키는 말로 ‘반인도 범죄’라 옮기기도 한다.
두 사람은 교황 베네딕토16세가 영국에 오면 반인도범죄자로 기소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교황청이 가톨릭 교회 내 성추행 등 반인권적인 사건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교황은 오는 16일부터 영국을 방문한다.
교황이 이들의 요구대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반인도범죄자로 기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종교 혹은 무신론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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