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조사관 라디카 쿠마라스와미는 14일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난민촌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쿠마라스와미 조사관은 “특히 아프리카 동부 수단과 차드,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난민촌 어린이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무장조직들이 난민촌에 들어가 궁핍한 어린이들을 소년병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단, 차드에는 다르푸르 분쟁 피란민들의 난민촌이 몰려 있고, 민주콩고에는 북·동부 국경지대 유혈분쟁에서 도망친 주민들이 역시 난민촌을 이뤄 살고 있습니다. 난민들은 유혈사태를 피해 안전을 찾아 그곳들로 모여들었으나 난민촌의 치안도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데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르푸르의 칼마 난민촌에 쌓인 쓰레기더미. /AFP자료사진
다르푸르 난민들 거주지역 몇 곳을 방문한 쿠마라스와미 조사관은 “어린이들은 땔감을 찾거나 용변을 보러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 때면 거의 늘 성폭행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며, 난민촌 주변 외진 곳에서 무장세력에게 억지로 끌려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난민촌을 관리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주체가 제각각인데 일관된 표식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합니다. 보고서는 “유엔, 외국 정부, 국제구호기구 등이 여러 난민촌을 관할하고 있으나 통일된 유니폼조차 없어 주민들이 구호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장세력 혹은 반군이 난민촌을 ‘접수’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차드 정부는 자국 내 수단 다르푸르 난민 거주지역인 우르 카소니 난민촌의 치안을 수단 출신 반군집단에게 맡겼습니다. 정의평등운동(JEM)이라 불리는 반군 조직은 수단 정부의 지원 하에 로켓추진수류탄(RPG)과 AK47 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난민촌 경비를 서게 됐습니다.
이 난민촌은 수단 국경 바로 바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드 정부는 다른 무장세력들의 난민촌 공격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서 “JEM은 외곽 경비를 설 뿐 난민촌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BBC 특파원이 찾아가본 결과, 실제로는 JEM 반군이 난민촌에 들어가 차량 수리센터나 수단 내 동료들에게로 군수품을 들여보내는 통로로 삼고 있었다고 합니다.
현지 구호활동을 벌이는 민간단체들은 이들의 존재가 오히려 난민촌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JEM은 지난해 5월 다르푸르 지역의 코르노이와 움 바루 등 마을 몇 곳을 점령했습니다. 그 뒤 우르 카소니 난민촌에서 3㎞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난민들과 구호기구들은 수단 정부군이 JEM에 대한 보복으로 폭격을 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08년 차드 등지의 난민촌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면서 다르푸르 난민촌의 치안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레바논 데일리스타는 14일 인터넷판에 중동평화협상을 앞두고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실상을 전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날부터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중동평화협상이 열립니다. 이 협상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참석합니다. 클린턴은 15일에는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계속 협상을 중재하게 되죠.
하지만 평화정착을 누구보다 고대하고 있을 난민촌은 협상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폭력사태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레바논의 유서깊은 유적도시 사이다(시돈)에 있는 아인 알 힐웨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는 지난 13일밤 레바논 정치조직 ‘알 자마아 알 이스라미야’ 멤버 살라흐 나드르가 총에 맞아 살해됐습니다. 나드르는 난민촌과 이웃한 나미르 마을에서 벌어진 레바논-시리아-팔레스타인-이라크 난민들 간 주택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분쟁이 유혈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레바논 정부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타미르와 주변 지역에 군대를 배치했습니다.
아인 알 힐웨 난민촌
아인 알 힐웨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로 팔레스타인 출신 난민들이 옮겨와 모여 사는 곳입니다. 이 난민촌을 에워싸고 있는 타미르 지역의 주민들과 팔레스타인 난민들 사이엔 여러 차례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돌아갈 기약이 없는 난민들은 사실상 영구 정착해 살고 있어, 주택난과 구직난에 시달리는 레바논인들과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난민촌에 “알카에다가 떴다”는 소문이 돌면서 레바논인들과 팔레스타인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난민촌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 배포한 성명서가 나돌았습니다. 성명은 자기네 조직 지도자를 살해한 혐의로 한 레바논인을 지목하며 살해위협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인 알 힐웨 난민촌은 주민이 7만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는 난민촌 내부문제에는 신경쓰지 않고, 다만 충돌이 밖으로 퍼지는 것만 경계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레바논 정부가 치안에 개입하지 않고 방치해놓고 있는 거지요.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촌들만 치안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해부터 아프가니스탄 난민촌들이 핍박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북부 영불해협에 위치한 항구도시 셰르부르의 아프간 난민촌에서 최근 방화사건이 잇따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 난민촌은 당국이 설치를 허용한 합법적인 마을은 아니지만 ‘관용적 차원에서’ 아프간 출신 난민들의 거주가 허용돼 왔습니다. 난민들은 여기에 천막집 13채를 짓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의 임시 모스크와 천막집 9채가 불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31명의 난민들이 얼마 안 되는 가진 것마저 화재로 모두 잃었습니다. 셰르부르 검찰은 주변지역 주민들이 저지른 방화로 보고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억압적인 우경화 조치들과 맞물려, 난민·무슬림·소수민족 등에 대한 차별과 공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르코지 정부는 로마인(집시) 수백명을 출신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로 추방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항구도시 칼레에 있는 아프간 난민촌을 강제 철거, 국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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