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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혐오증'과 인종주의

딸기21 2010. 9.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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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개신교 목사가 꾸란을 불태우겠다고 발언을 해서 난리가 났다는 군요(경향신문 8일자 기사) 이 목사는 거센 비난 속에서도 ‘소신’을 강조하며 ‘9·11 꾸란 태우기 이벤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의 발언을 한 테리 존스라는 목사는 미 CBS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모든 이슬람 신자들을 모욕하고 있는 것 맞다”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모욕한 것에 비하면 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을 장악하는 걸 막으려면 ‘극단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연방 헌법 제1조에 따라 꾸란을 태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꾸란을 소각하는 행위는 현재 소방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인데, 강행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죠. 그러면서 자신은 100건 이상 벌써 살해 협박을 받았고, 그래서 40구경 권총을 갖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복음주의 목사 "꾸란 태우는 날로 삼자"

이 목사는 9·11 테러 9주년을 앞두고 전 세계가 9월 11일을 ‘꾸란 버닝 데이’ 즉 꾸란을 불태우는 날로 삼아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죠. 문제의 목사가 일하는 곳은 플로리다주의 ‘비둘기 세계구호센터(Dove World Outreach Center)’라는 복음주의 교회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슬람을 악마로 묘사한 표지판을 내거는 교회 앞에 내거는 등, 기독교 근본주의 성향을 드러내왔던 곳이랍니다.


자기네 교회 앞에 서 있는 테리 존스 목사. Aug. 30, 2010. AP


9·11 이후에 계속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꾸란과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덴마크 만평 사태에서 보이듯,
기독교권의 누군가가 ‘표현의 자유’를 들며 이슬람을 모욕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면 이슬람권에서 거센 반대시위가 일어나 유혈사태가 빚어지고, 다시 서방에서는 ‘그것 봐라, 이슬람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거죠.

이번에도 역시 아프가니스탄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거센 비난 집회가 일어났죠. 사태가 심각해지자, 백악관과 국무부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7일 우려를 표명하고 목사 측에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꾸란을 불태우는 행위가 “우리 군대에 해를 입힐 것”이라면서 정부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존스 목사의 계획에 대해 “무례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비난을 했습니다. 7일 계획대로 국무부에 이슬람 청년 지도자들을 모아 ‘이프타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클린턴은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여론주도층, 종교지도자들이 그런 부끄러운 행동을 분명히 비판하는 걸 들으니 나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프간 미군의 작전에도 장애물 될까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아프간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극단주의자들이 꾸란을 불태우는 사진을 들고 대중 선전을 하고 폭력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퍼트레이어스는 꾸란을 태우는 일이 현실로 일어날 경우에 아프간 미군들의 안전이 크게 위험해질 것이고, 임무 수행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프간에서 미국과 함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격앙된 분위기입니다.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꾸란을 태우는 것은 나토 동맹군의 가치관에 크게 위반되는 것일 뿐 아니라, 나토군의 안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공개적으로 이런 행동을 나서서 비판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 뿐 아니고, 9.11 9주년을 앞두고서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나서서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대처방안을 논의했다는데요.

얼마 전 뉴욕에서 무슬림 택시기사를 승객이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 등, 미국 내 4개 주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범죄 5건이 일어나 법무부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것과 별개로 텍사스주, 테네시주, 캘리포니아주, 뉴욕주에서 이슬람 사원을 파손하는 범죄가 벌어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하고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반이슬람과 인종주의 범죄가 서로 겹쳐지는 양상입니다. 테네시주에서는 모스크에 불을 지른 사람 3명이 기소됐고,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흑인 교회에 불을 지른 사람이 체포돼 역시 기소됐습니다. 이런 사건이 빈발한다는 것은, 미국 사회의 관용이 줄어들고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겠죠.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 모스크를 세우지 말라며 항의시위를 하는 사람들. Aug. 22, 2010 AP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축 문제는, 이번엔 ‘찬반집회 논란’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는 11일 테러 참사 현장인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자리 '그라운드 제로'에서 오전에 추모식이 열릴 예정인데, 그 뒤에 모스크 건립에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이 각자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겁니다.

두 집회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집회의 자유가 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쪽(아무래도 민주당이겠죠)에서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해 모스크 논란을 부채질한다”며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 유가족과 이슬람 단체들 안에서도 당일 집회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고 하네요.

모스크 반대 집회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심 인물이었던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그리고 유럽에서도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네덜란드의 극우파 인종주의 정치인 헤르트 빌더스 자유당 당수가 나와 연설을 한다고 합니다.

반면 모스크를 세우는 걸 지지하는 쪽 집회에는 빌 클린턴 정권 때 법무장관을 지낸 램지 클라크가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클라크는 인권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주의자로 유명하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붙잡혀 이라크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자 후세인의 국제변호인단을 이끌었는데요. 클라크 전 장관이 이끄는 인권단체 국제행동센터(IAC)는 “반 이슬람 정서와 인종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맞불 시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재미난 건 로마 교황청입니다.

로마 교황청은 이슬람 혐오증을 비난하면서도 또한 부추기는, 두 갈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황청 신문인 ‘더 바티칸’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미국 목사의 꾸란 소각 발언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가톨릭 주교를 비롯한 교황청의 주요 인사들도 그런 행위를 종교적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교황청 관계자가 “유럽은 기독교가 다수여야 하므로 기독교도들의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바티칸 해외선교회에서 일하는 피에로 게도라는 신부의 발언인데요. 유럽의 기독교도 주민들은 출산율이 낮은데 무슬림 이민자 대가족들이 몰려오고 있어서 큰일이라는 거죠. 이 신부는 “이탈리아 인구는 낙태와 가정파괴 때문에 해마다 12만-13만 명씩 줄어드는데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전체 이민자 20만명 중 절반 이상이 무슬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신부에 따르면 해법은 가톨릭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참 여러 가지 함의가 숨겨진 말입니다. 출산율이 낮아진 것을 ‘비기독교적인 삶’과 ‘낙태’ 때문으로 보고, 인구 중 가톨릭이 다수여야 한다고 보는 것. 이런 발상이 결국 무슬림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식의 인종차별적 외국인 노동자 몰아내기로 향하겠지요.

한국의 개신교는 다를까?

국내에서도 이명박 시대를 맞아 8·15 때 개신교도들이 모여 광화문 대로를 차지(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대로를 차지한 걸 뭐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공정하게’ 누구에게든 집회장소를 열어주기만 한다면요)하고 “모세와 같은 우리 이명박 대통령을 보살펴주소서”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걸 보니(정확히 표현하자면 기도라고 하기엔 ‘소리소리 지르는 것’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꾸란 불태우자”는 소리 곧 나올 것 같습니다.

그냥 저 혼자 근거 없이 걱정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중동·이슬람·아프리카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센서에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느 선교단체 사이트에 우연히 들어갔는데 “이슬람교 노동자들 많아져서 한국 사회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을 전도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 보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거든요.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발상. 이슬람 극단주의도 정말 밉습니다만 기독교 근본주의도 그 못잖죠.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개신교회들은 어째 거의 다 근본주의 집단 같습니다.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 선교를 통해 들어온 것이라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