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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달러 전쟁' 벌어지나

딸기21 2010. 8. 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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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제1부통령이 9일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제재에 항의해 석유 결제 대금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 강화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 간 ‘페트로달러(petrodollar) 전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라히미 부통령은 이날 교육부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와 유로화 비중을 낮추고 이란 리알화 혹은 제3국 화폐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합니다. 또 석유판매시 달러와 유로를 결제화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제1부통령은 대통령 아래 10명의 부통령 중 수석에 해당되며, 대통령실장 겸 유고시 권한대행의 역할을 맡습니다. 쿠르드족 출신인 라히미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죠. 따라서 그의 말은 아마디네자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겠고요. (저런 이야기를 부통령 맘대로 하지는 않겠죠;;)

아마디네자드는 같은 날 미국의 금융제재 강화 조치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결과만 될 것”이라 말했다고 테헤란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아마디네자드는 “저들은 자기네가 수출을 안 하면 우리 경제가 무너질 줄 알겠지만 우리 경제규모는 9000억달러(약1052조원/구매력 기준)이고 유럽으로부터의 수입은 24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Iranian President Mahmoud Ahmadinejad reacts during an official meeting with his Ginea Bissau counterpart Malam Bacai Sanha in Tehran August 9, 2010. REUTERS/Morteza Nikoubazl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이미 2005년 집권 때부터 석유결제의 수단이 되는 달러화, 이른바 ‘페트로달러’의 위상에 도전해왔습니다. 


이란은 달러야말로 미국의 ‘약한 고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석유는 어느 나라나 필요로 하는 자원이지만 생산국은 한정돼 있죠. 그러니 대부분의 나라들은 수입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석유 수입대금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한, 수입국들은 늘 거액의 달러를 비축해놔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건전성과 상관없이 달러의 가치는 유지됩니다. 그 덕에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 속에서도 지탱할 수가 있는 것이고, 엄청난 국방예산을 투입할 수가 있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페트로달러의 존재가 미국의 지구적 지배체제를 받쳐주는 수단인 셈이고요.


그만큼 미국은 달러의 안위에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특히 페트로달러가 ‘페트로유로’, 혹은 잠재적으로 ‘페트로위안’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석유결제화 중심으로 미국의 외교전략을 해석하는 이들은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사담 후세인이 달러에서 유로 결제로 바꾼 것이 결정적으로 미국의 분노를 샀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경제제재를 받던 이라크는 유엔이 인도적 차원에서 ‘석유-식량교환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식량·의료품을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의 석유거래를 허용해주자, 수출대금을 유로로 받았습니다. 2003년 미국에 점령당한 뒤 이라크 과도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를 다시 달러결제로 바꾸고 석유산업 민영화 방침을 밝힌 것이었습니다.



이란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우라늄 농축계획과 함께 석유결제를 유로화 등 달러가 아닌 화폐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이란과 함께 반미 투사로 나선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도 이에 가세,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원에서 석유결제화를 바꾸기 위한 논의를 이끌었습니다. 2006년에 OPEC이 사상 세번째 회원국 정상회담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OPEC은 정상회담을 거의 열지 않는 기구라는 것도 좀 특이했죠;;). 그 때 차베스와 아마디네자드가 나란히 반미 전선을 이끌며 목청을 높였더랬죠.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친미 국가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조금씩 이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지난해 10월 차베스는 OPEC의 13개 회원국들이 석유결제화를 달러에서 ‘달러, 유로 등이 포함된 바스켓’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천연가스 부문에서 OPEC과 같은 카르텔을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으로 부상한 중국도 ‘탈 달러’ 움직임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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