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이란 부통령 "한국에 보복"

딸기21 2010. 8. 10. 17:49
728x90
이란 정부의 핵심 인사가 한국의 이란 제재와 관련, 관세 인상과 한국 기업 상품 불매 등 ‘보복조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이란의 대통령실장 격인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제1부통령(사진)이 9일 현지 관리들과 면담하면서 한국과 호주 등 미국 주도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나라들에게 보복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AP통신은 이란 관영 파르스통신을 인용, 라히미가 이란 제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한국에 대해 “벌을 줄 필요가 있다”며 격앙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라히미는 “한국은 미국을 따라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이란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의 대이란 추가제재안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호주에 대해서도 “소몰이꾼 한 무리”라는 비하적 표현을 써가면서 맹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히미는 “(제재 참가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물품에 대해) 관세를 200% 올릴 것이고, 아무도 그 나라 상품을 사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적들의 물건을 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부모들로 하여금 외국 상품을 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국내정치에서 자주 사용해왔던 방식대로 학생들을 동원한 불매운동을 조직할 계획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자칫 이란 내에 전국적인 ‘반 한국 캠페인’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앞서 모하메드 레자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 대사는 “한국이 안보리 결의를 넘어서는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보복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라히미 부통령의 발언은 이란 정부 내 최고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맞제재’ 방침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란은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와 중앙계획경제의 실패, 1980년대 이라크와의 전쟁 등으로 인해 경제발전이 뒤쳐져 있다. 1979년 이란혁명 당시 이란의 경제규모는 한국의 2배였으나, 지금은 한국이 더 크다. 
‘서민 정권’을 표방하고 나선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005년 집권 이래로 물가를 낮추기 위해 자국 산업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한국, 중국 등 외국산 소비재 등의 수입을 늘려왔다. 이란의 주요 수입상대국 중 제재 쪽에 선 독일(9.6%), 한국(7.1%), 이탈리아(5.2%) 등을 합하면 전체 수입액의 20%가 넘는다. 하지만 이들과의 관계가 끊기더라도 또다른 주요 교역국인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늘리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수 있다.

라히미는 또 달러와 유로를 ‘더러운 돈’이라 지칭하면서 석유판매시 결제수단을 달러·유로에서 이란 리알화나 이란에 협조적인 다른 나라 화폐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결의를 어기며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두번째 원심분리기를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9일 밝혔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