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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선생

비디오로 '간장선생'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아지님이 빌려왔길래...당근(?) 중국영화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비디오 예고편 지나가고 나니까 화면에 '東映'이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어, 일본 영화잖어...올초에 비디오로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고나서 엄청나게 실망했으며 또한 봄에 영화관에서 '올빼미의 성'이라는 재미없고 엽기적인 영화를 본 뒤 일본 영화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차였는데... 이마무라 쇼헤이. 히히히...이름을 들어본 기억이...방금 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꽤나(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유명한 감독이군요.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 모두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인 걸 보면요. 황금종려상...이것도 유명한 상이죠, 아마. 전쟁, 공습, 폭격, 등화관제. 좋지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일본에서 2400만명이 봤다는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초대형 히트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을 봤다. 후배를 따라 시사회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몰려서 시사회장이 북적북적했다. 미야자키라는 이름, '관객동원**만명'이라는 카피의 설득력 같은 유인요인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재작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국내상영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의 그 썰렁한 반응에 비하면 어제는 영화보는 사람들 모두, 웃기거나 귀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특유의 가볍고 달콤하고 코믹한 부분들이 여러번 나왔는데 나는 사실 별로 웃지 못했다. '헤이세이 폼포코 너구리대전쟁'을 볼 때에는 달걀귀신이 나와서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는데. 영화는 아주..

와이키키 브라더스, 수안보의 신파극

며칠전 '고양이를 부탁해'의 자극이 상당히 진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영화를 또 봤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저 원래 감독 이름 알고서 영화보는 일 별로 없는데요, 신문들이 하도 극찬을 해놨길래...이름을 외워 갔지요. '세친구'라는 전작이 있다고 하는데, 보지 않아서 비교는 못하겠구요. 여튼, 이 영화 보지 마세요. 각 신문의 영화담당 기자들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답니다. 특히, 영화 팜플렛에 감상문이 한단락 소개돼 있던 한국일보의 박모 기자. "울다가 웃다가 어쩌구" 했다는데, 대체 이 영화보고 왜 울다가 웃었는지... 감정이 대단히 풍부한 모양입니다 그려.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다니! 재미 되게 없더군요. 무거운 얘기, 밑바닥 얘기만 하면 신문에..

번역이 나쁜 '좋은 책', <추악한 전쟁>

추악한 전쟁 Unholy Wars 존 K. 쿨리 (지은이) | 소병일 (옮긴이) | 이지북 | 2001-10-13 저널리스트 출신의 아프가니스탄 전문가 존 쿨리가 지난 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분석해놨다. '반소련'을 기치로 내세운 미국의 각종 '공작'과, 결국 그것을 씨앗으로 해서 자라난 이른바 '국제테러리즘 세력'의 역학관계를 아주 잘 그려낸 역작이다. 자료도 풍부하고 생생하며 아주 재미있다. 표현이 간결하고, 읽기에도 쉽다. 사실 위주로 전달돼 내용이 쏙쏙 들어올 뿐더러, 시각도 비교적 공정하다. 미국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해놓은 책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5천만의 교양도서로..

딸기네 책방 2001.10.24

숙명의 트라이앵글

숙명의 트라이앵글 1.2 노암 촘스키. 유달승 옮김. 이후 '숙명의 트라이앵글'. 노암 촘스키의 책인데, 원제는 'Fateful Triangle'이고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숙명'이라는 말, 별로 어렵잖게 접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나 자신이) 쉽게 쓰는 단어는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고, 때로는 팔레스타인의 한 여인이 된 것처럼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기도 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숱하게 교육받았던 '식민지의 참상'. 그것은 주입에 가까운 교육을 통해 내 머릿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경험해보지 않았음에도 뇌의 한 부분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그것을 일종의 '전(前)기억' 혹은 '전승(傳..

딸기네 책방 2001.10.17

디오자망트의 열정

장 클로드 갈 그림,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 글. 육욕에 빠져 있던 한 여자가 구도의 길로 들어서 결국 진리를 깨닫게 되는 과정. 잔혹함과 육체의 열정에만 빠져 있던 아라스의 여왕 디오자망트. (아라스-이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약탈과 강간범이 득시글거리는) 디오자망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 뭔지 모를 답답함과 열기(탐욕)에 불현듯(요 부분이 좀 미흡하다...) 싫증을 느끼고 궁전을 나선다. 사라바왕국(아라스의 반대편-화려함, 근엄함, 우주의 질서?)의 위르발 왕을 죽이기 위해 찾아간 디오자망트는 그만 '적과의 사랑'에 빠져 버리는 것이니... 육체적 욕망이 아니라 처음으로 정신적 욕망(진리에의 갈구)에 빠져든 디오자망트는 위르발을 다시 만나 영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화려하..

딸기네 책방 2001.09.24

클론 and 클론 -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클론 and 클론 -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 원제 Clone and Clone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은이), 마르타 C. 누스바움, 카스 R. 선스타인 (엮은이) 이한음 (옮긴이) | 그린비 97년 복제양 돌리 파동 직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쓰여진 시기와 상관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인간 복제에 관한 여러가지 고민들' 정도로 부제를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기적 유전자론'을 설파한 리처드 도킨스의 클론 찬성 주장,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이언 윌머트의 '나는 어떻게 복제를 해냈나', 인간복제 시나리오에 치를 떠는 스티븐 제이 굴드(도킨스와는 상극이죠)의 주장 등등이 실려 있습니다. 찬성론이든, 반대론이든간에 아직 눈에 '보이는' 증거는 대지 못하고 있습니..

이타적 유전자

이타적 유전자 The Origins of Virtue 매트 리들리 (지은이) | 신좌섭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1-08-20 그동안 일이 좀 바빠서...이제야 서평을 올리려니, 쓸 말이 목구멍에 걸려서(멍청한 뇌세포가 그새 파괴되어)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단 한마디, "강추!" '게놈'의 작가 매트 리들리의 최신 저서입니다.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 우리 말로 한다면 '미덕의 근원'이고, 좀더 정확하게 뜻을 살펴본다면 제 생각에는 아마도 '선행의 근원', '인간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작인 '게놈'(제 짧은 소견으로는, 교양과학 책 중 최고봉이 아닌가 싶습니다)에 비해 독자의 층을 확 넓혔습니다. '게놈'..

거울에 비친 유럽

거울에 비친 유럽-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Europa ante el espejo 조셉 폰타나, 김원중 옮김. 새물결 여름 휴가 기간에 딱 1권만 책을 읽자고 결심을 했는데, 당초 계획을 100% 초과달성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일본인 부부와 장애원숭이의 사연을 그린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눈물 반 웃음 반 머금어가며 읽고난 뒤에 조셉 폰타나의 '거울에 비친 유럽'을 다 읽는데 '성공' 했습니다. 책 한권 읽는데 무슨 '성공'이라는 말까지 붙이느냐. 이 책은 유럽의 언어권들을 대표하는 5개 출판사가 회심의 역작으로 기획중인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The making of Europe)라는 기획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자, 총론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가 완역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딸기네 책방 2001.08.25

제주도에서

어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 어디 갔나 궁금하셨죠?(별로 안 궁금했나?) 일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어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3박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저의 컨디션이 컨디션인지라, 사진은 별로 안 찍었어요. 덕분에 아지님도 혼자 몇장 박고 말았죠. 스캐너가 있어서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먹는데에 중점을 둔 여행이었다고나 할까요. 가기 전에 먹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두고 갔거든요. 갈치구이, 옥돔구이, 전복죽, 해물뚝배기, 갈치조림 등등. 갈치조림은 못 먹었지만 다른 것들은 다 먹었구요, 또 제주 흑돼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이랑 아주 맛있는 해물돌솥밥도 먹었답니다. 버터에 뜨거운 밥 비벼먹는 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맛있었습니다. 아휴, 또 먹고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