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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바이든과 푸틴, 노련한 두 사람의 만남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바이든은 러시아 측의 잇단 미국 주요 시설 해킹 공격에 항의했다. 미국의 핵심 인프라 목록 16개를 러시아에 건네기도 했다. 이 시설들에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을 가하면 보복을 불사할 것이며, 러시아의 송유관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연히 해킹과 러시아가 무슨 상관이냐고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인권상황도 거론했다. 크렘린에 맞서온 인권운동가 겸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는 범죄자”라고 맞섰다. 하지만 2026년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대체할 새로운 핵군..

광화문의 아랍 건축, 그리고 오만 이야기

서울 광화문, 한글길을 살짝 올라가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아랍풍 건물이 보입니다. 주한 오만대사관입니다. 아마 지나치는 분들 모두 한번씩 고개를 돌려 쳐다봤을 겁니다. 건물이 정말 이쁘거든요. 이국적인 모양새 때문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며칠 전 기회가 왔습니다! 이란 전문가인 구기연 박사님 덕분에 중앙일보 채인택 선배, 한겨레 조일준 기자와 함께 오만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이분들과 친하게 지내면 즐거운 일이 좀 생깁니다 ㅎㅎ).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문. 아랍/이슬람 건축에서 가장 예쁜 것은, 아니 어느 곳의 건축을 찾아가도 가장 마음에 담기는 것이 제 경우에는 문이더라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실내도 이쁘죠? 넓지 않..

마이클 돕스, '1991'

3부작을 이제 다 읽었다! 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 허승철 옮김. 모던아카이브. 저자의 집필은 인데 나는 시대순으로 읽었다. 는 지겨웠다. 언젯적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상세하게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는 어떤 면에서는 더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저 그랬다. 아무리 저자가 '그 해가 중요했다'고 강조한들, 1962년을 '전후 세계가 형성된 해'나 '냉전 체제가 무너진 해'와 비슷한 비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잖아? 극적인 요소들을 집어넣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렇게 상세하게 알 필요까지야2'가 되었다. 반면 은 셋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셋 중에서가 아니더라도 그냥 재미있었다. 첫째, 이 또한 3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비교적 ..

딸기네 책방 2021.06.05

[구정은의 '수상한 GPS']암매장된 캐나다 원주민 아이들

지난달 말,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땅 속에 묻힌 아이들 215명의 유해가 발견됐다. 현지 원주민 (Tk'emlúps te Secwépemc) 공동체는 "캄루프 인디언 주거학교 학생들의 유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실종된 원주민 아이들 문제가 불거졌고 정부가 조사를 했는데, 이번에 유해로 발견된 아이들은 실종자로 기록되지도 않은 사망자들이라고 했다. 유해 가운데에는 3살 아이의 것도 있었다.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숨졌는지는 조사 중이다. 유해를 검시하고 조사를 계속한 뒤 이달 중순 결과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캐나다 식민지를 만든 백인들은 원주민을 학살하고 핍박했다. 인종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열등하다고 규정했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주거학교였다. 20세기 인종주의 우생..

유라시아의 교차로, 신장의 역사

제임스 밀워드의 (김찬영, 이광태 옮김. 사계절)를 읽었다. 당초 목화와 로프노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는데 책이 정말 방대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166만 49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지닌 신장은 영국, 프랑스, 독일과 스페인을 합한 것과 동일한 크기이다. 만약 이 지역이 국가라면 리비아보다는 작고 이란 보다는 큰,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국가가 될 것이다. 신장은 중화인민공화국 면적의 6분의 1을 이루고 있으나 2000년에는 중국 인구의 1.5퍼센트만이 이 지역에 거주했다. 공식적인 자료들은 신장이 기원전 60년부터 중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나 이 지역의 주민들은 겨우 지난 세기에 중국어를 말하게 되었고 중국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희소하다. 신장은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경..

딸기네 책방 2021.05.30

[구정은의 '수상한 GPS']3000년 만에 돌아온 태즈메이니아의 악마

"호주에 악마가 돌아왔다!" 호주에 3000년만에 태즈메이니아 데빌(Tasmanian devil)이 살게 됐다는 뉴스가 떴다. 멸종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호주 본토에서는 사라졌던 유대류다. 그런데 지난 24일 악마 11마리가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겨왔다. 동물보호단체 ‘오시 아크(Aussie Ark 호주의 방주)’가 10년 동안 노력해서 이 동물들을 번식시켰고 호주 본토로 보낸 것이다. [오시 아크] #DevilComeback 태즈메이니아악마, 학명은 Sarcophilus harrisii. 유대목 유대류이고 작은 개 크기라고 한다. 타일라신(Thylacine)이라는 또 다른 유대류가 있었는데,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고도 하고 '태즈메이니아 늑대'라고도 한다. 1936년 이 종은 멸..

[라운드업]도쿄 올림픽은 어떻게 되려나

일본 도쿄 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7월 23일 개막, 8월 8일까지 열리는 도쿄 올림픽은 지난해 열렸어야 했지만 코로나19로 한 해 연기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최근 “올림픽을 최우선에 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대응이 더 급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른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 차례 연기하면서 “재연기는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대회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IOC와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 일본 정부 조정위원회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화상..

마사 누스바움, '세계시민주의 전통'

"이처럼 도덕적으로 위험한 시대에,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출생이나 국적 같은 우연이 공동의 책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상의 고귀한 전통에 대해 숙고해보면 다시 용기가 날지 모르겠다. 내가 이 책에서 탐구하는 철학적 전통은 이런 생각을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라고 부른다." 마사 누스바움의 (강동혁 옮김. 뿌리와이파리)을 읽었다. 누스바움의 책은 처음 읽는 것이고, 사실 어떤 학자인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극적이진 않지만 찬찬히 설명해주는 좋은 책. 키케로, 그로티우스, 애덤 스미스의 글들을 중심으로 세계시민주의의 바탕을 훑고, 지금, 현대의 세계시민주의의 한계와 지향점을 짚는다.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라 이론을 바탕으로 틀을 잡아가는 것이어서 오..

딸기네 책방 2021.05.20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시험대의 바이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또다시 충돌이 벌어졌고,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10일부터 공습하고 있다. 2008년 말~2009년 초 가자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1400여명이 사망했다. 2014년에도 가자지구를 공격해 이스라엘군 60여명이 숨지고 팔레스타인인 2300여명이 사망했다. 그후 7년만에 다시 비극이 일어나려 한다. 14일에는 이스라엘 지상군도 가자지구에 들어갔다. 예비군 7000명도 대기중이라고 한다. 말이 좋아 '충돌'이지, 군사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측 희생이 이번에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양측 전투력의 비대칭을 생각하면 ‘전쟁’이라 부르기도 부적절하다. 이미 14일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00명이 넘었다. 그 중 어린이들과 여성이 40..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19와 콜롬비아 유혈사태

콜롬비아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반 두케 대통령의 세제개혁안에 반대는 시위가 벌어지더니, 당국의 유혈진압으로 학생들과 진압경찰 1명 등 25명이 사망했다. 지난 5일 수도 보고타를 비롯해 전국에서 이어진 시위를 당국이 강경진압하면서 유혈사태로 간 것이다. 몇몇 외신들은 사망자가 30명이 넘고 수십명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소총과 반자동소총까지 들고 시위대를 겨냥했다고 했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들에도 경찰의 폭력적 진압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유혈 진압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시위대는 버스를 불태우고 상점들을 약탈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케 대통령은 무장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동료 시민들을 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