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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우와 지젝 현재의 철학을 말하다

"먼저 버려야 할 잘못된 생각이 있는데, 철학자는 모든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철학자는 텔레비전에 밤마다 출연해 현재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 받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진정한 철학자는 중요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하는 사람인 것이다." (15~16쪽)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의 대담집인 (민승기 옮김. 도서출판 길)를 읽었다. 읽으면서 바디우의 말에 밑줄을 쫙쫙 그었는데 정리해야지 해놓고 미적미적거리다 이제야 긁어다 놓는다. 이 대담은 이라크전이 세계의 관심사였던 2004년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조금 시차가 있다. 하지만 바디우의 말은 대체로 주옥같다. 반면 지젝의 글..

딸기네 책방 2015.10.08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뒤엔 이 사람- 이란의 '다크나이트' 솔레이마니

지난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회의. 이란 장성이 시리아 지도를 펼쳐놓고 러시아 관리들에게 경고를 했다. 러시아가 지원해온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질 위기라는 것이었다. 이 장성은 “하지만 러시아가 도와준다면 승리로 바꿀 수 있다”고 설득했고, 러시아는 시리아 공습에 나섰다. 크렘린을 움직인 사람은 이란의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이다. 핵 협상이 타결돼 이란 정부가 미국과 축배를 들 때, 물밑에선 ‘아사드 구하기’를 목표로 러시아와 이란의 연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러시아 전투기는 지난달 30일부터 연일 시리아 반정부 진영을 공격하고 있고, 이란 특수부대는 지상에서 아사드를 돕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두 나라의 공조가 몇 달 전부터 준비돼왔던 것이라며 그 핵심에 있는 솔레이마니의 ‘러시아 ..

폭스바겐 게이트

1100만대 리콜. 독일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 2위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눈속임’이 대규모 스캔들로 비화했다. 각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고, 곳곳에서 소송이 이어질 조짐이다.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폭스바겐의 손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스캔들의 시작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에 차량 48만대의 리콜을 명령한 것이었다. 미국 엔지니어 존 저먼과 피터 모크는 웨스트버지니아대 대기공학 연구팀과 함께 비영리기구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폭스바겐 차량들의 배출가스를 조사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배출량 자료와 실제 배출치를 비교하면서, 이들은 처음엔 자신들에게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폭스바겐의 파사트와 제타에서 출시..

[월드피플] 페이스북과 싸워 이긴 오스트리아 청년

“축하해요, 막스 슈렘스. 당신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꿨어요.” 미 국가안보국(NSA)의 정보감시를 폭로한 뒤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가 축하를 보낸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정보보호 활동가인 슈렘스(28)라는 청년이었다. 르몽드, 가디언, 엘파이스 등 유럽 언론들은 페이스북의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없게 하라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낸 슈렘스가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고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슈렘스는 법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샌타클라라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그는 수업 중에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담당 변호사인 에드 팔미에리의 강연을 우연히 듣고 깜짝 놀랐다. 페이스북이 유럽 사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들까..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미 화물선 침몰한 듯  

‘마(魔)의 삼각지대’로 알려진 버뮤다 해역에서 미국 해물선이 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해안경비대는 미국인 28명과 폴란드인 5명 등 33명이 탄 화물선 엘파로 호가 바하마 부근에서 악천후로 침몰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5일 밝혔다. 이 배가 조난 신호를 보내고 교신이 끊어진 지 나흘 만이다. 엘파로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출발해 푸에르토리코로 향하다가 바하마 부근에서 실종됐다. 강력한 허리케인 조아킨이 맹위를 떨치고 있던 때였다. 해안경비대는 배가 허리케인의 눈 부근을 지나다가 강풍과 파도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파로는 만들어진 지 40년이 된 노후 선박이다. 엘파로가 사라진 곳은 플로리다주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영국령 버뮤다 섬 사이를 잇는 이른바 ‘버뮤다 삼각지대’였다. 이 일..

노벨상 ‘일본 파워’... 중성미자 연구한 다카아키, 물리학상 수상

노벨상에서 ‘일본 파워’는 대단했다.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도 일본의 학자가 받게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위원회는 6일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사진) 도쿄대 우주선(宇宙線)연구소장과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 퀸스대학 명예교수가 올해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1959년생인 가지타는 사이타마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대 이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주의 기본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中性微子·뉴트리노)’를 연구했다. 이미 일본 학사원상을 비롯해 실험물리학자에게 주어지는 파노프스키상 등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은 미세한 입자로, 0에 가까운 극도로 작은 질량을 지녔다. 질량이 거의 없어 우주의 여러 천체의 중력장이나 먼지, 가스 ..

노벨상 시즌 개막... 수상자들이 ‘잠자다 전화받는’ 이유는?  

5일부터 ‘노벨상 시즌’이 시작된다. 스웨덴 한림원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이날부터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속속 발표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가 스톡홀름에서 걸려왔을 때 영예의 주인공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타임스는 4일 “이유는 단순하다”며 수상자들 상당수가 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동부는 스웨덴보다 6시간이, 서부는 9시간이 느리다. 시차 때문에 자다가 전화를 받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노벨상 수상자들의 소속집단으로 보면 단일 기관으로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대학으로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이 압도적이다. 노벨상 수상자 8명은 뉴욕타임스에 ‘내가 통보를 받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다음과 같이..

[Q&A]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러시아가 시리아를 공습하기 시작했습니다. 30일 러시아 상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파병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러시아군이 시리아 홈스 지역을 공습하기 시작했지요. 지난달 28일 유엔 총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연설하고 이틀 만에 폭격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공습한 지역은 IS 근거지가 아니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는 반정부군 지역입니다. 지난달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지중해 항구에 군사기지를 만들었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근거지는 수도 다마스쿠스이고, 러시아가 공습한 건 그 사이를 잇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을 반정부군에게서 빼앗으면 아사드 정권은 보급로를 얻게 됩니다. 즉 IS 타격이 아니라 아사드 살리기 작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

팔 대통령 “이스라엘과의 협정 못 지키겠다” ...파탄난 오슬로협정  

1993년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오슬로협정’은 양측의 오랜 분쟁을 끝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할 길을 닦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졌고, 두 사람은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했던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세워졌으며,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옵서버국가가 됐다. 올해 유엔 총회에서는 처음으로 유엔본부 앞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걸렸다. 하지만 이-팔 관계는 안정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이스라엘의 도발과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가 이어졌고, 이스라엘은 수차례 침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초토화했..

폭스바겐 스캔들 폭로한 주역, 존 저먼과 피터 모크

세계를 강타한 ‘폭스바겐 게이트’ 뒤에는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분투해온 엔지니어들과 시민단체가 있었다. 스캔들의 시작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에 차량 약 50만대의 리콜을 명령한 것이었고, 그 근거가 된 것은 배출가스 정보를 분석·검증한 엔지니어 존 저먼과 피터 모크의 자료였다. 이들은 웨스트버지니아대 대기공학 연구팀과 함께 비영리기구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폭스바겐 차량들의 배출가스를 조사했다. ICCT는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환경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항공기, 연료, 지상교통과 도로, 해상교통 등 교통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기술자들의 연구를 지원, 당국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