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걸쳐 싸웠고, 싸우기 위해 썼고, 가진 것들을 빼앗겼고, 오랜 세월을 갇혔고, 쓴 것들마저 빼앗겨야 했던 사람. '읽을 사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써야 했'던 작가. 그에게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으며, 그의 글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여운경 옮김. 후마니타스)는 미국인 다큐멘터리 제작자 안드레 블첵과 인도네시아의 건축가 겸 작가 로시 인디라가 늙고 쇠약해진 프람(프라무댜의 약칭)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대담집이다. 서문부터 옮긴이 후기까지, 번역을 비롯해 모든 게 재미있고 힘이 넘치는 책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책을 읽을 때에 호세 리잘의 작품을 몰라 답답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정작 프람의 작품을 접해본 적 없어 속이 상했다. 국내에 번역된 것이 없거나 일부만 번역됐거나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