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와 K는 모두 체스의 달인이었다. 1996년 2월 10일 미국 뉴욕 에퀴터블 센터에서 세계의 관심을 모은 둘이 체스 맞대결이 펼쳐졌다. 미국 태생인 D는 2m 키의 장신에, 왕년의 미국 체스 챔피언 조엘 벤저민 등에게서 체스를 배웠다. D는 고지식해서 상대방의 눈치를 본다든가 약점을 간파하는 재주 따위는 없었지만 그 대신 치밀하고 행마를 계산하는 데에 능했고, 지칠 줄을 몰랐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K의 무기는 그동안 쌓아올린 실전 경험과 끈질긴 승부근성이었다. 하지만 대전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쳐갔고, 갈증과 함께 집중력이 떨어졌다. 순간순간 작전을 바꿔가며 D를 공략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D의 승리였다. K는 결과가 몹시 아쉬웠겠지만, 정작 D는 기쁨도 보람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이 게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