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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아이티 빚탕감은 '빛 좋은 개살구'

딸기21 2010. 2. 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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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북부 이칼루이트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회의에 참석한 재무장관들이 아이티의 대외채무를 없애준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최근 몇년 새 부자나라들과 국제금융기구들은 수시로 최빈국들에 대한 빚탕감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빈국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일 뿐이라는 비판이 많다. 아이티의 경우도 G7의 조치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캐나다의 짐 플래허티 재무장관은 6일 회의에서 “아이티에 대한 채무탕감 움직임이 일고있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G7은 아이티가 회원국들에 지고 있는 채무를 모두 변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별 국가에 진 빚 외에 아이티가 다자간 기구에 지고 있는 부채도 모두 없애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영국은 이미 지난해까지 아이티의 채무를 모두 없애줬다”면서 각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지진 뒤 아이티에 제공한 긴급지원금을 포함해 아이티가 진 빚을 모두 변제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도 지난 5일 아이티 부채탕감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새천년을 앞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캠페인에 힘입어 아프리카 등지의 최빈국들에 대한 부채 탕감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1996년부터 ‘외채 과다 빈곤국 외채경감 전략(HIPC)’를 시작, 지금까지 아이티 등 26개국의 채무 총 33억5000만달러를 변제해줬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으려면 먼저 두 기관의 심사기준을 통과해 대상국으로 선정돼야 하고, 경제·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빈곤감소전략보고서(PRSP)’를 내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1인당 연간 소득 380달러 이하의 최빈국들만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부채 탕감은 때론 개발 도상에 있는 빈국들에 큰 보탬이 된다. IMF와 세계은행은 1999년 아프리카 개도국들의 빚을 없애주고 2004년 성과를 조사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이 5년 동안 학교 등록금을 없애고 교사들을 고용하고 학교를 짓는 등 교육인프라를 만들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마약시장이 극적으로 축소됐고 깨끗한 식수가 공급됐다. 우간다에서는 취학률이 두 배로 뛰었다. 이들 국가의 빈곤감소율은 2배로 올라갔다.

하지만 해당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회의론자들은 “부채 탕감은 부자나라들이 최빈국에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 지적한다.
아이티의 경우 그동안 상환액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빚을 줄여주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IMF는 르네 프레발 정부의 경제·사회개혁 성과를 인정해 지난해 9월 12억달러의 빚을 이미 없애줬다. 남은 빚 9억달러에 지진 뒤 IMF로부터 받은 지원금 1억200만달러를 더해서 아이티에는 약10억 달러의 채무가 남아있다. 그 중 절반인 5억달러는 미주개발은행(IDB)에서 빌린 것이다. 미국은 주빌리USA 등 민간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아이티가 IDB에 내야 할 2년치 원리금 1800만달러를 대신 갚아줬고, 미국에 진 채무 전액을 탕감해줬다.
나머지 빚은 주로 대만과 베네수엘라에서 꾼 것인데 이들 두 나라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아이티에 상환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아이티 채무 2억9500만달러를 면해주겠다고 밝혔다. 한껏 생색난 G7 국가들이 아이티에 받아야 할 채무는 사실상 거의 없다.

IMF와 세계은행의 프로그램이 오히려 경제·사회제도를 왜곡시켜 빈곤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많다. 빚을 내주고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강요,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해당국 정부의 부패도 빚의 악순환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BBC방송은 “각국이 아이티에 원조와 채무 탕감을 약속하고 있지만 아이티 정부의 부패 때문에 국가재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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