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0

달빛 아래 잠들다

...라고 하니 대단히 문학적인, 내지는 만화적인 뭔가가 떠오르지? 어릴 적에, 그러니까 소녀 적에, 달을 너무너무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잠을 안 자고 달을 보고 있었으면 싶었고, 만져보고 싶었고, 달에 가서 살고 싶었다. 그냥 10대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후지디 후진 홍제동 개천가 볼품없는 난간에 올라서서 혹은 기대어서 산 위에 걸린 달을 쳐다보곤 했었다. 경치는 끝내주게 안좋았지만 달만큼은 보기 좋았으니깐. 역시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2층에서 본 거리’라는 노래가 있었지. 딱 제목만큼의, 그 부분만 간신히 기억해낼 수 있는, 스쳐지나갔던 노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2층이다. 골목길을 내려다보기엔 2층이 딱 적당한 것 같다. 서..

확률.

만일 이 우주(인지 저 우주인지)가 무한하다면 밤하늘은 까맣지 않고 별들로 가득 메워져 하얗게 보일 것이라고. 무한한 세월 저편에서 보내온 무한한 과거의 빛들과, 비교적 최근에 내뿜어진 과거의 빛들이 한데 엉켜서 밤하늘은 하얗게 보일 것이라고 하는데, 무한은 너무나 강력하고 신비스러운 것이어서,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확률까지도 절대치로 만들어버리고야 만다. 금요일 오후, 내가 하라주쿠에서 당신을 만날 확률은(여기서 굳이 '하라주쿠'를 들먹인 것은 다만 도쿄에서 내가 좋아하는 거리가 그곳이기 때문일 뿐, 당신이 '100%의 여자아이'가 아니어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금요일 오후 내가 하라주쿠에서 당신을 만날 확률이 백만분의 1이라면, 아마 당신은 나를 만나기 힘들겠거니 하고 포기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하..

딸기의 전생

나는 전생에 뭐였을까? 나를 아는 여러분들, 나는 전생에 뭐였을까요? 그럼 여러분들은 전생에 뭐였을까요? 당신은 전생에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뱀이었습니다. 아주아주 오래 살았었지요. 지금부터 수억년전, 킬리만자로가 생겨나기도 전에 거기에 살았답니다. 당신은 뱀인 주제에 감히 강을 건너려다가 강의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됐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다리가 없다는 이유로 강을 못 건너게 하다니... 물고기들도 모두 다리가 없는데...) 당신은 숲속 훑고다니기 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고, 부업으로 선악과 외판원 노릇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꼬드기기와 떠넘기기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별로 인정을 해주지를 않았습니다. 과거는 단절해버려야 합니다. 이제 당신은....: 지금 세상은 물질의 풍요와 정신..

요술공주 밍키와 추억의 마법소녀들

어렸을 때 테레비 만화영화 안 좋아했던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특히 내 몇년 아래위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다른 오락거리가 거의 없는 형편에 텔레비전 만화 많이도 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마도 나는 그중에서도 텔레비전 만화에 몹시 몰두해가며 보았던 축에 들지 않을까 싶다. 오늘 되돌아보는 것은, 요술공주의 테마. 다음은 내가 보았던 요술공주(혹은 변신소녀) 만화들에 대한 짤막한 소개다. 요술공주 새리(魔法使いサリー 마법사 샐리) 촌스런 시대상황에 맞는 촌스런 화면, '꺼벙이' 수준으로 교훈적인 결말, 내용 단순 그림 단순 초단순 애니임에도 불구하고 요술공주라는 모티브의 원조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에 남을만함. 요술천사 꽃분이(魔女っ子メグちゃん 마법소녀 메구짱)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이 애니의 성격을 ..

드디어 나왔다, 개미핥기!

영어로는 anteater- '개미먹기'... 이분은 종류부터가 웃기시다. 빈치목(貧齒目) 개미귀신과 포유류의 총칭. 몸길이는 큰 놈의 경우는 1∼1.2m, 꼬리길이는 70∼80㎝. 몸 길이에 버금가는 대단한 꼬리를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본인이 최근, 역시나 우에노동물원에서 장시간 직접 관찰한 바에 따르면, 주둥이 못잖게 웃긴 것이 바로 꼬리다. 완존 빗자루~~ 위의 사진은, 내가 직접 찾아뵙고 촬영한 것이며, 전혀 조작을 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ㅡ 저렇게 못 나온 사진이 되었다 ^^;; 백과사전을 참조해 이분의 용모를 조금 더 자세히 묘사해보면 원기둥형 머리에서 돌출한 가늘고 긴 주둥이와 혀 앞발에는 크고 단단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나 있다 이[齒]는 완전히 퇴화 음식을 갈아 으깨는 강력한 ..

하마는 소였다!

이젠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河馬, Hippopotamus amphibius 강에 사는 말...이라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던 모양인데, 제대로 부르려면 '하우'라고 했어야 한다고... 우제목(소목) 하마과 동물. 몸길이 3.8∼4.6m, 몸높이 1.5m, 몸무게 2∼3t. 몸이 크고 피부가 두껍다. 몸털은 겨우 입끝·귀 안쪽·짧은 꼬리 등에 센털이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지는 원통형으로 짧고 발가락이 4개 있으며, 그 사이마다 물갈퀴 비슷한 피막으로 연결되어 있다. 놀랍지 아니한가? 하마한테도 물갈퀴가! 그렇담 하마도 공룡과 마찬가지로... 조류와 모종의 혈연관계가? (음... 좀 오버로군) 물 속으로 들어가면 콧구멍이 닫혀져 5∼20분 동안 잠수할 수 있다. 물 속에서는 부력을 이용하여 비대한 몸으로..

드뎌 뜹니다, 사불상 동호회!

왜 안 뜨나, 기다렸던 분이 적어도 한 분은 계실 거라고 믿는다(본인 스스로 알겠지... 히히히). 사불상님 나타나셨다! 그런데.. 사불상님의 면모는, 곰곰히 뜯어봐야 알 수 있다. 이미 지금은 많은 인간들이 사불상님에 대해 알게 됐지만-- 흑흑 사불상이 유행을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한때, 오늘날 사불상 동호회의 모태가 된 어떤 그룹의 사람들이 사불상님을 알현하러 간 일이 있었다. 바로 딸기와 와나캣 등등인데, 과천 서울대공원의 꼭대기까지 허위허위 올라가 사불상을 보고야 말았다! 정말 황당하드만. 뭐가 황당했냐면, 공원측의 설명문이 참으로 황당했다. 알고 보면 공원측이 잘못한 게 아니라, 사불상이라는 이름 풀이를 해놓은 것 뿐이었지만. 내용인즉슨 머리는 말, 뿔은 사슴, 몸통은 나귀, 발굽은 소를 ..

코뿔소는 말이었다!

배신감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을줄로 안다. 코뿔소는 말이었다---가 아니고, 지금도 말이다. 왜냐? 말이니깐... 말이라니깐... 우리는 오늘도 집중탐구에 들어간다... 연구하는 자세로... 머리를 싸매고... 햇살이 다시 쨍쨍 비추고 있으니, 심기일전! 코뿔소님에 대해 알아보자꾸나. 말목 코뿔소과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 동남아시아·아프리카의 삼림·습지·사바나에 4속 5종이 분포하고 있다. 형태 종에 따라 크기는 다르지만, 코끼리 다음으로 하마와 맞먹는 대형의 육상동물(수수께끼: 포유류를 크기 순으로 1번부터 4번까지 불러보세요)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작으며, 몸길이 2∼4m, 몸높이 1∼2m, 몸무게 1∼3.6t 정도이다. 피부는 두껍고 단단하며, 회색·갈색·흑갈색 등으로 무늬는 없다. 털도 거의 없다..

이 분을 아시는가. 이름하여 오카피

이 분을 아시는가. 이름하여 오.카.피. 역시, 우에노 동물원에서 처음 뵌 분이시다. 나는 이 분에 대해서는, 에서도, 에서도,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이름표에는 ‘오카피’라고 쓰여 있었다. 일본어로... 이 분의 이름을 듣고 가시오가피라든가, 오가피酒 같은 것을 떠올리는 분이 제발 안 계셨으면... 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왜냐? 귀한 분이니깐... 자, 이제 프로필을 봅시다. 소목 기린과의 동물. 어깨높이 1.6m, 꼬리길이 40㎝, 몸무게 200㎏. 수컷에만 1쌍의 털이 나 있는 뿔이 있다. 목이 약간 길고 몸 뒤쪽이 낮으며 꼬리에는 송이모양 털이 있는 기린과 비슷한 점이 많으나, 몸털이 짧고 몸색은 다갈색에서 흑갈색이며, 엉덩이부분과 4다리에 흰줄무늬가 있어 발견 당시에는 말의 무리라고 오인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나는 이집트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아마 닐리리는 알겠지만) 너무 어릴적부터 이집트를 꿈꿨고-- 무슨 꿈인지는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기보다는, 그런 기분, 그런 것들을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어릴적부터 이집트에 가보고 싶어했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못 되었다) 이집트를 향한 나의 로망은 너무나 깊은 것이었기 때문에-- 어릴적의 거의 모든 꿈이 이집트를 향해 있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오늘날 나의 각종 버닝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결국 꿈에 그리던 이집트에 가게 됐다. 우습지만, 최근 몇년간 이집트에 대해서 나는 여러가지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거지같고 도둑놈들 같고, 인심 사납고 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