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8

장자일기/ 이해득실에 무관

이해 득실에 무관 24. 설결이 말했다. ‘스승께서는 이로움과 해로움에 무관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至人은 이로움이니 해로움이니 하는 것을 마음에 두지 않습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至人은 신령스럽다. 큰 늪지가 타올라도 뜨거운 줄을 모르고, 황하와 한수가 얼어붙어도 추운 줄을 모르고, 사나운 벼락이 산을 쪼개고 바람이 불어 바다를 뒤흔들어도 놀라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구름을 타고 해와 달에 올라 四海 밖에 노닐지. 그에게는 삶과 죽음마저 상관이 없는데, 하물며 이로움이니 해로움이니 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聖人의 경지 25. 瞿鵲子(겁 많은 까치 선생)가 長梧子(키다리 오동나무 선생)에게 물었다. ‘내가 큰 스승 [공자님]께 들었네만, 성인은 세상 일에 종사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거나 손해를..

2007 기억할 일들, 기억할 사람들

영웅은 시대를 만들고 시대가 모여 역사가 된다. 학자들은 역사를 `미래의 거울'이라 부른다. 2007년, 아직 지나가지 않은 시간들 속에도 과거가 숨어있고 현재가 흐르고 있다. 세계인들은 무엇을 되돌아보고 무엇을 기념할까. 훗날 사람들은 2007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역사 속 사건들을 되짚어본다. 러시아 혁명 90주년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미국 언론인 존 리드는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라 표현했다. 한 세기를 풍미했던 소련이라는 나라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의 독립으로 인해 지도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졌고 냉전은 지나간 역사가 되어버렸다. 내년 11월7일은 레닌의 소비에트 혁명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옛 소련의 흔적을 지우는 `탈소련화' 작업..

무지개를 빙자한, 양심불량 독일여행기

일단, 내용과 전혀 상관 없이,독일 월드컵 한국팀 대 토고 팀의 동반 결승 진출을 염원하며무지개 한 장 깔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무려 아우토반에서 나를 반긴 무지개.(쟤가 눈치가 좀 있네) 지난해 말, 나는 독일에 무엇을 하러 갔던가.축구장을 보기 위해 갔었다... 축구를 보기 위해 간 것이라면 오죽 좋았으랴마는. 내년 6월13일 한국 대표팀이 아프리카 토고와 첫 월드컵 본선 경기를 갖게 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를 찾았다. 때는 12월9일. 새로 지어지기 전 원래 이름은 발트슈타디온, `숲의 경기장(Wald Stadion)'이라는 그 말처럼 한적한 숲 속에 거대한 축구장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 월드컵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밤에 이런 곳에 가서 쌩쑈 하는 것 ..

이 섬을 아시나요

태평양 한가운데, 남회귀선 바로 아래에 핏케언 아일랜드(Pitcairn Island·지도)라는 영국령의 섬나라가 있다. 면적 47㎢, 인구 45명의 이 나라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선거를 실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나라는 2002년과 2004년에 이어 올해에도 12월24일에 총선을 치른다. 의원 수는 총 8명. 그중 임기 1년의 선출직 의원 5명은 전체 주민투표로 뽑히며, 이 5명이 또다른 1명을 추천한다. 나머지 2명은 국가원수 격인 총독이 지명한다. 원래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거를 치르게끔 돼 있지만 2003년과 2005년은 주민들 뜻에 따라 전년도 선출된 의원들이 계속 자리를 지켜 선거를 생략했다. 이 섬은 원래 타히티계 주민들이 거주하던 곳이었으나 1767년 서양인들에게 존재가 ..

장자일기/ 사람과 미꾸라지

사람과 미꾸라지 23. 자네에게 묻겠네. 사람이 습지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고 반신불수가 되겠지. 미꾸라지도 그럴까? 사람이 나무 위에서 산다면 겁이 나서 떨 수밖에 없을 것일세. 원숭이도 그럴까? 이 셋 중에서 어느 쪽이 거처(居處)에 대해 바르게 안 것일까?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올빼미는 쥐를 좋다고 먹지.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맛을 바르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원숭이는 비슷한 원숭이와 짝을 맺고, 순록은 사슴과 사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놀지 않는가. 모장(毛嬙)이나 여희(麗姬)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보자마자 물 속 깊이 들어가 숨고, 새는 보자마자 높이 날아가버리고, 사슴은 보자마자 급히 도망가 버린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장자일기/ 요 임금과 세 나라

요 임금과 세 나라 21. 엣날에 요 임금이 순 임금을 보고 말했다. ‘내가 종(宗), 회(膾), 서오(胥敖) 세 나라를 치려 하오. 내가 왕위에 오른 후 [이 나라들이] 마음에 걸려 꺼림칙하니 웬일이오.’ 순 임금이 대답했다. ‘이 세 나라의 왕들은 아직도 잡풀이 우거진 미개지에 살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꺼림칙해 하십니까? 전에 해 열 개가 한꺼번에 나와서 온 세상을 비춘 적이 있습니다만 임금님의 덕을 비춘다면 어찌 해 같은 데 비길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요순이 나와 이상하다 했는데, 워낙 이 문장이 여기 있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고 한다. 요 임금이 순 임금의 말을 듣고 미개지에 살던 세 나라를 너그러이 용납해주고 해같은 은덕을 비춰주었다면 잘 된 일이겠지만. 앎과 모름 22. 설결(이빨 없..

장자일기/ 道에는 경계도 이름도 없다

道에는 경계도 이름도 없다 19. 사실 도에는 경계가 없고 말(言)에는 실재가 없다. 말 때문에 분별이 생겨나는데 이 분별에 대해 말해 보기로 하자. 왼쪽(左)과 오른쪽(右), 논의(倫)와 논증(義), 분석(分)과 변론(辯), 앞다툼(競)과 맞겨룸(爭) 등이 있는데 이를 일러 여덟 가지 속성이라 하지. 성인들은 우주 밖에 있는 [초월적인] 것에 대해 존재 정도는 이야기하지만, 논의하려 하지는 않는다. 성인들은 세상 안에 있는 [내재적인]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는 하지만 논증하려 하지는 않는다. 또 역사적인 기록과 선왕들의 역대기에 대해 논증하기는 하지만 변론하려 하지 않는다. 분석하려 해도 분석할 수 없는 것이 있고, 변론하려 해도 변론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왜 그럴까? 성인들은 [도를] 마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