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7

[노는 엄마, 노는 딸] 마라케시를 떠나 드디어 사하라!

10월 23일, 드디어 사하라로! 아침 7시20분에 제마 엘 프나 광장의 카페프랑스 앞으로. 이곳저곳 여행사와 계약한 손님들이 모여든다. 방콕에서와 똑같다. 어디서 계약했든 손님들은 승합차 기사님들 지시에 따라 이합집산. 나와 요니는 잽싸게 기사님 옆 앞자리로 올라탔다. 3박 4일간의 여행경비는 둘이 합해 1950디르함. 아침저녁 식사는 포함, 점심식사와 물값 등은 포함돼 있지 않음. 각종 입장료 중에는 포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마라케시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차가 많이 막혔다. 도시 외곽에서는 양과 말과 당나귀와 차들이 한데 뒤섞여 아수라장. 근처에 양 시장이 서는 모양이었다. 이런 광경, 우리에겐 사라져버린 근대와 전근대가 혼재해 있는 풍경을 보면 어쩐지 묘하게 즐거워진다. 뭐랄까, ..

로버트 카파

로버트 카파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소개글 옮기고 사진들은 www.lomography.com 에서 퍼옴 이번 전시회에는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로 꼽히는 로버트 카파의 작품 160점이 선을 보인다. 이 작품들에는 헌신적인 기자이자 예술가였던 카파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카파의 친구였던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은 “그의 사진에는 따뜻한 마음과 동정심이 들어있다”고 평한 바 있다. 카파는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제1차 중동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등 다섯 번에 걸쳐 전쟁을 취재했다. 하지만 카파를 단순히 종군기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는 전쟁에서 겪게 되는 모든 경험들을 찍고자 했다. 전쟁의 부당함을 규탄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승리와 평화..

[노는 엄마, 노는 딸] 마법의 도시, 마라케시의 골목들

10월 22일 월요일, 둘째 날의 마라케시 아침은 어제 챙겨 넣은 빵과 슬그머니 훔쳐온 우유;;로 호텔 옥상에서 냠냠. 점심은 엊저녁부터 단골(우리 맘대로 ㅎㅎ)된 식당에서. 따진(tagine)이라는 음식. 고기와 올리브, 노랗게 사프란 물들인 감자, 토마토나 레몬, 가지와 콩 따위를 넣고 장독 뚜껑 같은 질그릇에 익혀 내온다. 정말 맛있다! 모로코가 스페인보다 열 배는 좋다며 즐거워한 요니. 골목골목 구경하다가 모로코 특산이라는 아르간 로션 하나 사고, 제마 엘 프나에 있는 카페 드 프랑스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고 했으나... 유럽 관광객들 같은 '느긋한 포스'가 통 나지 않는다. 나는야 마음 급하고 엉덩이 가벼운 한국 여행자. 우편엽서를 붙이려고 우체국에 갔는데 줄이 길어서 포기. 여기도 온통 웨..

[노는 엄마, 노는 딸] 지브롤터를 건너 모로코로!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그라나다의 호스탈에서 체크아웃. 스페인 온 이후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7.5유로) 버스 터미널로. 버스타고 다시 알헤시라스 Algeciras로. 이베리아반도의 남단, 북아프리카와 마주보고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당초 계획은 ‘모로코로 건너간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어찌어찌 항구를 찾아간다, 다행히 표가 있으면 배를 타고 모로코로 건너간다, 탕헤르의 항구에 내려 기차역으로 찾아간다, 다행히 표가 있으면, 금상첨화로 야간열차의 침대칸 표가 있으면 기차에서 자면서 남쪽 마라케시로 이동한다는, 구체적이고도 막연하고 아무 준비 없는 계획 아닌 목표뿐이었다. 그런데 일정이 이상할 정도로 착착 진행되어, 어느 새 우리는 탕헤르의 기차역에서 야간열차를 기다리고 있..

북극곰아, 미안해

얼마 전, 쇄빙선을 밀어내는(?) 북극곰의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이 사진이었습니다.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서 유빙을 헤치고 나아가는 관광 쇄빙선에서 포착한 북극곰... 우리가 사는 곳에 오지 마, 얼음 깨지 마, 제발 저리 좀 가 줘... 하는 듯한 곰의 모습이 애절하지요... 아, 마구마구 미안해집니다... 내가 쇄빙선 타고가는 것도 아닌데... 얘네가 살고 있는 스발바르는 어떤 곳이냐면요 (사진 위키피디아) 이런 곳입니다. 척박하네요... 추워 보이네요... 1920년대부터 노르웨이 땅이었는데, 한때는 탄광이 있었고 고래잡이 배들의 기지였으나... 지금은 쇠락한 북극 관광지가 됐다는군요. 북극곰의 '위기'가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랍니까.워낙 상징성이 있고 미모가 빼어나다보니;;..

장자일기/ 바다새의 행, 불행

바다새의 행·불행 (공자가 말했습니다.) "너는 들어 보지 못했느냐? 옛날 바다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후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구소(九韶)의 음악을 연주해 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 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 술취한 사람이 수레에서 "대개 술취한 사람은 빨리 달리는 수레에서 떨어져도 죽지는 않는다. 그 뼈마디나 관절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데 다침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은 그 의식이 온전했기 때문이지. 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떨어지는 줄도 모르니 죽고 사는 데 대한 두려움이 마음 속에 들어갈 리 없지. 따라서 사물을 대하는 데 두려움이 없네. ..

[노는 엄마, 노는 딸] 그라나다, 생각보다 별로였던 알함브라

10월 18일 목요일, 그라나다로. 역시나 아침부터 바쁜 하루. 호스탈에서 나와 배낭 매고 짐 끌고(배낭을 캐리어로 만들어주는 휴대용 간이 바퀴손잡이 정말 유용했음) 터미널로. 커피 한 잔, 주스와 식빵으로 아침 때우고 고속버스 타고 그라나다로 이동. 하마터면 목적지 놓치고 버스에서 못 내릴 뻔 했으나, 버스에 올라온 어떤 아가씨가 자리 내놓으라 하는 통에 그라나다임을 깨닫고 후다닥 내림. 터미널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틀간 묵을 그라나다에서의 숙소는 호스탈 베네치아라는 쪼마난 여관이다. 하지만 앞길에 우리 호스탈 알려주는 표지판도 있음. 무슨 가이드북에도 소개됐다고 하네. 올라가 보니 주인 안 계심. 어딘가에 갔던 주인 할아버지가 잠시 뒤 오심. 우리에게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얘기해주시고 다시..

장자일기/ 진흙 속에 꼬리를- 혜자와 장자

진흙 속에 꼬리를 장자가 복수(濮水)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사람을 보내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원컨대 나랏일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장자는 낚싯대를 진 채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습니다. "내가 듣자 하니 초나라에는 죽은 지 삼천 년이나 된 신령한 거북이가 있는데, 왕께서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고 사당 위에 잘 모셔 두었다 하더군요. 이 거북이 죽어서 뼈를 남겨 귀히 여겨지기를 바랐을까요, 살아서 진흙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었을까요?"두 대부가 말했습니다. "물론 살아서 진흙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었겠지요."장자가 말했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나도 진흙에 꼬리를 끌고 다니겠소." 원추와 올빼미 혜자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찾아가 만나려 했습니다..

[노는 엄마, 노는 딸] 발렌시아 찍고 알리칸테, 지중해에서 수영!

10월 16일 화요일. 숙소에서 짐 빼들고 개선문 들렀다가 Barcelona Nord 터미널로. 10시에 버스타고 4시간 달려 오후 2시에 발렌시아 도착. 발렌시아는 내게 ‘아이마르가 뛰던 팀이 있는 도시’, 그리고 오렌지와 바다가 있는 도시- 모두 TV에서 본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현실은? 바다... 그것이 어드메뇨. 터미널에서 친절한 시민님들의 도움을 받아 8번 버스 타고 Reina 광장으로 향했다. 발렌시아의 숙소는 미리 잡아놓지 않은 탓에, 일단 방 얻는 것부터 시작. 광장 골목에서 맛없는 빠에야 15유로에 먹고, Hostel El Cid에 방을 얻었다. 짐 들고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가장 먼저 눈에 띈 호스텔에 그냥 눌러앉았다. 1박에 35유로. 더 깎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암튼 겉보기엔 ..

장자일기/ 우물 안의 개구리, 쿠파만두카

하백과 북해약 가을에 큰물이 나서 여러 강물이 황하로 흘러들었습니다. 그 흐름이 너무나 커서 강가 양쪽이나 모래톱에서 보면 소와 말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황하의 신 하백이 흐뭇해 하며 자기가 세상의 모든 훌륭함을 독차지했다고 기뻐했습니다. 하백이 물결을 타고 동쪽으로 내려가다가 북해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동쪽을 보니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돌려 북해의 신 약(若)을 보고 한숨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옛말에 '도'에 대해 백번을 들으면 저보다 나은 이가 없는 줄 안다'고 한 말이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군요." 하백은 고구려 시조 주몽의 외할아버지인데... 저런 분(?)이었구낭. 우물 안의 개구리 북해약이 대답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