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8

노예선의 입항

1839년 쿠바에서 출발한 노예선 아미스타드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난다. 선원들은 대부분 살해되고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실려온 흑인 노예들이 배를 차지하지만, 항해기술이 없다. 그들을 태운 배는 곡절 끝에 미국 동부 롱아일랜드 해안에 기착한다. 미국에서는 남부의 노예주들과 북부의 해방론자들 사이에서 아미스타드 처리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여기에 쿠바의 식민종주국이던 스페인이 가세한다. 2년 간의 법정공방 뒤, 존 퀸시 애덤스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예들을 해방시킨다. 19세기 악명을 떨쳤던 노예선 아미스타드의 이야기는 199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그 아미스타드호의 모습을 되살려 만든 배가 미 버지니아에서 출발해 버뮤다를 거쳐 25일 쿠바 아바나의 만타사..

미-러 '핵 감축' 새 협상 마무리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핵무기 감축협정에 대한 협상을 끝내고, 다음달 초 체코 프라하에서 조인식을 갖기로 했다. 1년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프라하 방문 때 밝힌 ‘핵 없는 세상’의 비전이 현실로 한층 다가선 셈이다. 백악관과 크렘린은 협상이 사실상 완료됐음을 확인하면서, 며칠 내로 양국 정상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24일 “미국과 러시아가 프라하에서 다음달 8일 쯤 핵무기 감축을 위한 새로운 협정의 조인식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지난해 4월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핵 없는 세상’이라는 구상을 제안했다. 이에 러시아가 화답하면서 양국간 핵무기 감축협상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시한이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오바마 - 네타냐후 성과없는 싸늘한 만남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월관계에 결국 금이 가는 것일까. 양국 관계가 ‘35년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고집’ 때문에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네타냐후와 회담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조명을 못 받은 만남이었고, 평소와 달리 회담 전후의 모습조차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회담 뒤 오바마는 곧바로 관저로 올라가버렸다. 네타냐후는 집무실 옆방에서 보좌관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만남을 청해 오바마와 예정에 없던 30분간의 추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도, 선언문도 내놓지 못했다. 이날 두 정상의 ‘싸늘한 만남’은 네타..

유혈사태 끊이지 않는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에서 얼마전 또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이달초 중부 플라토주(州) 조스에서 무슬림 유목민들이 기독교도 주민 500명 이상을 살해한 것이다. 분쟁과 학살이 일어날 때에 으레 그렇듯이 희생된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외신 사진으로 전해진 ‘학살의 현장’은 끔찍했다. 곳곳에 널린 시신들을 간신히 수습한 주민들은 황무지같은 붉은 땅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주검들을 한데 모아두었다.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 대통령은 지난해말 심장병 수술을 받은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불신임 위기에 놓여 있다. 차기 집권자로 유력시되는 굿럭 조너선 부통령은 즉시 조스에 보안병력을 투입하고 공격자들을 색출·체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한두번이 아니거니와, 나이지리아 연방정부에 유혈충돌을 금지시킬 힘..

오바마의 '역사적 승리', 민주당의 '불확실한 승리'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역사적인 승리.”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1일 하원에서 보건의료개혁법안이 통과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이래 최대의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불투명했던 법안통과를 이뤄내, 개혁 드라이브를 강력 추진할 모멘텀(동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정부가 연내 추진하려 하는 두 개의 또다른 개혁법안, 즉 금융규제법안과 일자리 창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의료개혁안은 오바마가 가장 중요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뒤에도 ‘자리를 걸고’ 추진해왔던 일이다. 취임 1년여 만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뉴욕타임스는 “1960년대 민권운동 시절부터 전국민 건강보험을 추진해왔..

아일랜드 가톨릭 '성학대 스캔들'에 결국 교황이 사과

수십년 동안 가톨릭 사제들에 의해 저질러진 아동 성학대·폭력 등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아일랜드가 들끓고 있다. 급기야 교황이 공개적으로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사과 서한을 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일 아일랜드 신자들에게 보내는 사목서한에서 “아일랜드 교회가 아동 성학대 사건들을 다루는 과정에 큰 잘못이 있었다”면서 “배신감과 당혹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비통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아일랜드 교회에 대해 조사할 것을 바티칸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2008년 뮌스터 교구의 존 메이지 주교가 성추문에 연루돼 아일랜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돼 파문이 커지자 지난해 3월 교황은 아일랜드 교회에 메이지 주교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

미 동성애자 권리운동 상징 된 한국계 장교

“왜 묻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가. 우리에겐 정체성을 밝힐 자유가 있다.” 18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150여명이 모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군 내 동성애자 차별을 없애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였다. 오바마가 국방부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오랜 동성애자 금언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하러 나선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혔다는 이유 만으로 강제퇴역 처분을 받게 된 동성애자 전역병 2명은 백악관 울타리에 자신들 몸을 사슬로 감고 구호를 외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 한 명은 한국계 이민2세로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장교였던 대니얼 최(29·사진)였다..

이라크전 7년... '민주주의' 높은 평가, 정국 안정은 아직도...

기자들 수십명이 인터넷 카페로 달려간다. 손에는 CD롬 복사본들이 들려 있다. 기자들은 총선 중간개표 결과가 담긴 CD롬을 1.2달러씩 내고 복사한 뒤, 그것을 열어보고 기사를 쓴다. 그러니 선관위 주변의 인터넷 카페들은 내외신 기자들로 북새통이다. 지난 7일 선거를 치른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18개 주 총선 결과가 집계되는대로 기자들에게 알리고 TV 스크린으로 비춰줬지만, 며칠 전부터 CD롬 배포로 바꿨다. 개표가 일찍 끝난 일부 주 선거결과가 발표된 뒤 시아파 정치세력의 양대 축인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 측과 이야드 알라위 전 과도정부 총리 측이 서로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자 선관위가 발표 절차를 바꾼 것이다. 알라위 측의 항의로..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흑인들은 나가라"?

“주목! 모든 흑인들은 지금 매장을 떠나라!” 미국 뉴저지주 남쪽 워싱턴타운십의 월마트 매장. 지난 14일 이 곳에서 쇼핑을 하던 사람들은 매장 내 안내방송을 들으며 경악했다.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로 “모든 흑인들은 떠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1960년대 흑백 분리가 공공연히 이뤄지던 시절도 아니고, 사상 첫 흑인대통령까지 탄생한 마당에 흑인들에게 가게를 나갈 것을 요구하는 방송이 나오자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아직까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남성의 방송이 있고난 뒤, 월마트 직원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매장 안내방송을 통해 사과를 했다. 하지만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17일 월마트 측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아칸소주 벤튼빌에 본사를 둔 월마트 측은 “그런 일은 우리도 용납할 수..

젠더사이드, '사라지는 여성들'

얼마전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8일)을 앞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젠더사이드’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지 100년이 다 되어가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더이상 ‘여성의 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권리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존권, 이 세상에 ‘존재할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 ‘젠더사이드’라는 현상입니다. 젠더사이드(gendercide)란 성별에 따른 대량살상을 인종말살(제노사이드·genocide)에 빗댄 용어입니다. 1985년 미국 여성작가 메리 앤 워런의 라는 저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전쟁 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