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인공생명체 탄생...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딸기21 2010. 5.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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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DNA를 만들어, 이를 주입시킨 박테리아를 탄생시켰다. 생명의 근원인 유전정보를 인간 마음대로 조합한 인공생명체가 처음으로 탄생한 것이다.
미국 생명공학벤처 크레이그벤터연구소(JCVI) 연구팀이 인공적으로 만든 DNA로 박테리아 군체를 증식시키는 데에 성공, 21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미코플라즈마 미코이즈라는 박테리아의 유전정보를 컴퓨터로 읽은 뒤 연구실에서 화학적으로 복사해 인공 DNA 조각들을 만들었다. 조각을 하나로 이어 박테리아의 완전한 유전정보가 담긴 DNA 세트를 완성했다. 미코플라즈마 카프리콜룸이라는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 세포에서 DNA를 빼내고 인공 DNA를 집어넣었더니, 카프리콜룸에서 순전히 미코이즈의 특성만 나타났다.
10억번 넘게 자가복제(증식)를 해 군체를 형성하는 동안에도 인공 DNA는 그대로 발현됐다. 인간이 써준 대로 모든 유전정보가 입력된 생명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연구소는 2003년에도 인공 바이러스를 만든 적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달리 스스로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에너지를 낼수 없기 때문에 완전한 생명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이번 연구는 과학자들이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변형하는 단계를 넘어 완전히 ‘제조’해낸 것이어서, 생명공학 연구의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15년이 걸린 이 연구에 연구소가 쏟아부은 돈은 4000만달러(약 475억원)에 이른다.

연구를 이끈 크레이그 벤터는 1990년대 다국적 연구계획인 ‘인간게놈프로젝트’와 경쟁하며 게놈 연구를 선도한 인물이다. 벤터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큰 연구”라고 자평했다. 이번 성과를 응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잡아먹는 박테리아,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박테리아, 약용 물질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 등 다양한 종류의 인공 박테리아들을 생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벤터의 연구가 늘 그랬듯 이번에도 윤리적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런 인공조합 박테리아들이 자연계에 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알 수없다. 영국 민간단체 ‘유전자감시(Genewatch)의 헬렌 월리스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인공박테리아가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구팀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NA구조가 규명된지 반세기만에 인간게놈이 해독됐고, 그 뒤 10년도 안되어 인간-동물 유전자를 접합한 ‘미노타우로스배아’, 유전병 앓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출산하는 ‘치료용 맞춤아기’, 3인 이상 남녀의 유전자가 결합된 아기 등 과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현실화됐다. 인간이 창조주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와 반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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