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가이트너 vs 오스본

딸기21 2010. 5. 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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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49)이 26일 유럽으로 향했다. 무려 7500억유로(약1155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발표됐는데도 진정되지 않고 있는 유럽발 금융위기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방문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영국의 새로운 젊은 파트너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39)과 첫 만남을 가진다. 대서양 양편의 경제위기 해결사로 나선 두 사람이 묘책을 내놓을지, 오스번 장관이 사실상 데뷔무대인 이번 회동에서 가이트너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가 관심거리다.


가이트너(왼쪽)는 이날 베이징에서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마친 뒤 곧바로 유럽으로 향했다. 런던에 도착해 오스본과 만난 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와 면담하고 곧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총재(ECB)와 만난 뒤 베를린으로 가 볼프강 쇼이빌레 독일 재무장관과 회동한다.
이번 유럽방문에서 가이트너는 유럽 측에 ‘위기에 대한 단합된 대응,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을 강력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앞서 유럽연합은 7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재정지원 책을 내놨지만 남유럽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구제 패키지가 나오기까지 가이트너가 유럽을 강력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에서 ‘2차 구제안’을 내놓도록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유로화를 살리기 위해 미 정부가 힘을 보태겠다는 메시지를 보낼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미 CNBC방송은 “가이트너는 지난해 미국이 했던 것처럼 금융기관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위기대응능력 평가)를 실시하도록 유럽측에 권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독일이 최근 발표한 투기성 금융거래 규제와 같은 강력한 시장규제 정책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스본과의 만남이다. 가이트너는 지난해 취임 뒤 글로벌 금융위기 뒷수습이라는 큰일을 치렀다. 모기지시장을 안정시키고 월가의 고삐를 죄고 금융규제안을 만드는 동시에,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고 재정적자 대책을 세우는 등의 엄청난 일들을 맡아 지금까지 큰 무리없이 직무를 수행해왔다는 평이다.

가이트너는 1990년대 재무관료 시절 중남미·아시아 금융위기 대처를 맡아한 경험이 있다. 2003년에는 42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핵심인 뉴욕연방준비은행장 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을 맡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베어스턴스 뒤처리를 떠안았다.

오스본(왼쪽)에겐 그만한 경력은 없다. 또 짐바브웨·잠비아·태국·인도에서 자라고 중국에 유학한 가이트너와 달리 아일랜드계 귀족집안 출신인 오스본은 영국에서만 자라고 공부했다.
오스본은 서른 살에 하원에 진출했고, 현 외무장관인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수 시절 연설문을 쓰는 일을 맡아 당내에서 인정을 받았다. 마이클 하워드에서 다시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로 당수가 바뀌는 사이에도 계속 보좌진으로 남았다. 2005년 총선 뒤 보수당 예비내각의 재무장관으로 당시 34세였던 오스본이 지명되자 당내에서도 충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직 오스본은 경제관료로서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다만 노동당 집권 초기 토니 블레어 총리-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때처럼 캐머런 현 총리와 교감이 높은 최측근이라는 점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오스본은 재정적자 줄이기와 경제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대외적으로는 유럽 파트너들과 발맞춰 금융시장을 달래야 한다. 영국 언론들은 “오스본은 가이트너와의 대화 내용이 어떤 것이 될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회동이 오스본의 관료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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