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827

“짓뭉개버리겠다” 불안한 휴전 속, 에르도안의 엄포

불안한 휴전은 며칠이나 지속될 수 있을까. 터키와 쿠르드 족이 120시간 동안 교전을 멈춘다는 데에 합의했지만 시리아 북부에서 소규모 전투는 계속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짓뭉개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 행사에 나와 “휴전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120시간이 지나자마자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에르도안이 “테러범들의 머리를 짓뭉개버리겠다”며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터키는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을 침공해 쿠르드민병대 등으로 이뤄진 시리아민주군(SDF)의 거점 도시들을 점령했다. 미국 중재로 양측은 17일 오후 10시부터 120시간의 휴전에 합의했으나, 국경을 따라 ‘안..

'앗시리아 도시'에서 교차한 터키·시리아·러시아·미군…만비즈 주민들의 운명은

시리아 북부, 유프라테스강에서 30km 떨어진 만비즈는 인구가 10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소도시다. 하지만 앗시리아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30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예수 시절의 언어’라 불리는, 지금은 사멸한 고대 언어 ‘아람어’로 샘물을 뜻하는 단어에서 나온 지명이라고 한다. 시리아의 오래된 도시들이 대개 그렇듯, 만비즈도 고대 중·근동 신화 속 여신의 신전에 로마 목욕탕과 원주와 극장, 비잔틴의 교회와 성벽, 이슬람의 마드라사(학교)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해온 곳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잦은 전쟁을 겪으며 유적들은 많이 파괴됐지만 명멸해간 제국과 민족의 흔적들은 지금 이곳의 주민들에게 핏줄로 이어져 온다. 주민 80%는 아랍계이지만 19세기 후반 오스만제국 시절에 강제로 이주당한 소수민족 체르..

[뉴스 깊이보기]처형, 폭격, 피란민…터키군 잔혹행위에 시리아 북부 인도적 재앙

“세계에는 눈(eyes)이 없는가. 우리는 누구에게도,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았다.”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군의 처형과 잔혹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미국과 터키,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가 ‘지정학적 계산’에 골몰할 때 쿠르드족 민간인들은 폭격에 숨지거나 다치고,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오른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전쟁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다시 피란길...난민 13만명 터키군이 라스알아인 등 시리아 북부 도시들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한 13일, 소셜미디어에는 쿠르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폭격으로 흙먼지에 덮인 민가 주변에 아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집은 불타고 있다. 곳곳에서 주민들이 폭격을 피하기 위해..

'여성 출입금지' 40년 만에...FIFA 회장 "이란, 축구장 여성 입장 약속했다"

이란 영화 에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스타디움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녀들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된다. 남성 관객들이 있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하는 이란의 방침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웃지못할 코미디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2일 “이란 당국이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확약했다”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여성축구 관련 회의에서 “이란 당국이 여성도 축구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하면서, 다음달 월드컵 지역예선전 때부터 새 방침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남녀를 구분하는 종교..

[뉴스 깊이보기]외교전으로 넘어가는 이란-예멘 이슈...‘문제는 사우디’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일단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산유시설 공습’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엄포를 놨지만, 군사행동과는 거리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우디 산유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가열된 중동의 위기는 유엔 외교전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태의 근원인 예멘 공격을 사우디가 그만두지 않는 한 불안정은 가실 수 없다. 반군도 미국도 ‘잠시 멈춤’ ‘안사랄라(알라의 지원군)’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예멘의 친이란계 후티 반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디에 “군사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반군 지도조직의 마흐디 알마샤트 의장은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격 등 모든 종류의 공격을 중단하겠다”면서 “사우디도 호응하기를 기다..

[라운드업] 연표로 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동 지정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중동 불안정의 '원죄' 격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입니다. 통칭 '중동분쟁'이라 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가리키죠. 사실상 이스라엘이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방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고 때리고 죽이는 것이니 '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만. 그간의 일들을 연대 순으로 살펴봅니다. 열강에 의해 결정된 '유대국가 수립' 1917 발단은 영국의 이른바 '밸푸어 선언'이었습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땅에는 당연히 팔레스타인 사람들(!) 즉 아랍계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만, 영국은 자기네가 점령하고 있던 이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고 유대인들과 약속을 합니다.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러시아 등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

[정우성의 카메라]물탱크에서 내려다본 아이들은

올망졸망, 아이들이 위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듭니다. 아이들이 기대고 앉은 간이 담장 안쪽 천막에 UNHCR이라는 글자가 보이네요.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에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 난민캠프랍니다. 이라크 정부군이 북부 대도시 모술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기 위해 8개월째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술은 거의 탈환해 갑니다만, 이 과정에서 매일 6000~8000명씩 피란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 난민(실향민·유민, IDPs)’이라고 국제기구에서는 부릅니다. 그뿐 아니라 이라크에 들어와 있는 시리아 출신 난민들도 많습니다. 캠프에 들어와 있는 난민들은 이렇게 생긴 임시 주택에서 삽니다. 하지만 난민들 중 유엔이 관리하는 캠프에 들어가 있는 비율은 28%뿐이며 나머지 72..

카타르 사태 뒤에는 중동의 근본적·고질적 모순 '사우디 리스크'

어제 CNN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몇몇 이슬람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하고 나서자 '카타르 리프트(Qatar rift)'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카타르를 가운데에 놓고 중동의 '대분열'을 진단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결국 카타르가 아닌 사우디. 요즘 저도 국제이슈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업데이트가 좀 안 돼 있기는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뭔가 흔들림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변화를 향한 요동이라고 하면 너무 긍정적인 묘사같고, 한계에 이르러 터져나올 타이밍이라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한때 중동의 외교 대국이었던 이집트는 아랍의 봄과 뒤이은 무르시(무슬림형제단 출신 민선 대통령) 축출 같은 사건들을 거치면서 돈 없고 끈 떨어진 신세가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구정은의 세계]‘무슬림 입국금지’ 맞선 요르단 항공의 유쾌한 복수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중동 국가다. 주민 980만명 중 92%가 무슬림이지만 세속국가다. 인구 60%가 팔레스타인계인 아랍국이지만 이스라엘과도 국교를 맺고 있다. 절대군주제와 입헌군주제의 절반 정도에 와 있는 군주국이지만 걸프의 왕국들과 달리 이렇다할 자원도 없다. 그 대신 오래전부터 ‘줄타기(rope) 외교’를 통해 지역 내에서 입지를 확보해왔고,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나라를 오랫동안 통치했고 ‘분쟁 해결사’로 불렸던 후세인 국왕이 1999년 2월 타계했을 때에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등이 일제히 수도 암만을 찾아 조문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의 두 차례 행정명령 모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으..

IS 성노예 참상 알린 ‘야지디족’ 여성들,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

이라크 이슬람국가(IS)의 성노예로 잡혀 있다가 탈출한 여성운동가들이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인권상인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유럽의회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이라크 소수 야지디족 여성 나디아 무라드(23)와 라미아 아지 바샤르(18)에게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여했다. 두 사람은 이라크의 소수 민족·종교집단인 야지디 여성들이다. 무라드는 2014년 6월 IS가 이라크 북부를 점령하고 칼리프국가 수립을 선언한 뒤 모술로 끌려가 석달 동안 성폭행과 고문을 당했고, IS 전투원들 사이에서 성노예로 팔려다녔다. 바샤르도 비슷한 시기에 IS에 납치돼 성폭행 등 고초를 겪었다. 이라크 북부 신자르 산악지대에 사는 야지디는 IS에게 터전을 점령당한 뒤 학살과 고문을 당했고, 여성들은 성노예로 팔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