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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포르도 지하핵시설 결국 가동…핵합의 '파기'로 가나

딸기21 2019. 11. 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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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자력청이 6일 공개한 포르도 지하핵시설의 우라늄 농축설비.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깨자 대응조치로 핵합의 이행 수준을 낮춰왔고, 7일부터는 핵합의에 금지된 테헤란 남쪽 포르도의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이란 원자력청·AFP연합뉴스

 

미국이 핵합의를 폐기한데 맞서 이란도 대응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란이 ‘핵합의 이행 수준을 축소하는 4단계 조치’로 테헤란 남쪽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이란 원자력청이 포르도 핵시설에서 7일 0시(현지시간)부터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고 국영 IRNA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틀 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핵합의 이행 수준을 낮추는 네 번째 조치로 포르도 시설을 재가동한다고 발표했고, 유럽 등의 우려 속에서도 예고대로 우라늄 농축을 재개한 것이다. 원자력청은 전날 중부 나탄즈 핵시설에 있던 육불화우라늄 2000kg을 포르도로 옮겼다고 밝혔다. 원자력청은 가스 주입 과정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단이 감독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을 이용해 농도 3.67%까지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만 허용됐다. 포르도 지하시설은 핵합의에 따라 농축활동이 금지됐으며 핵물리 연구소로 전환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자 이란은 6개월 전부터 자신들도 핵합의 이행 수준을 낮추기 시작했다. 이후 60일 간격으로 대응 단계를 높이고 있으며, 7월 3단계 조치 때 이미 우라늄 농도를 4.5%로 올렸다. 포르도 시설의 우라늄 농도도 4.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테헤란 남쪽에 있는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 2013년 1월 촬영된 위성사진이다.  GETTY IMAGES

 

핵합의에 규정된 이란의 농축우라늄 저장한도는 300kg, 하루 생산량은 450g이다. 원자력청 발표에 따르면 핵합의 이행수준을 낮춤으로써 현재 저장량은 500kg으로 늘어났다. 포르도 시설이 가동되면서 농축우라늄 생산량도 하루 6kg으로 증가하게 됐다. 

 

자연상태의 우라늄 원광에는 우라늄(U)235 원자와 U238원자들이 섞여 있다. 발전용이나 무기용으로 쓰려면 농축 과정을 거쳐 U235의 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핵합의에서 정한 농도 상한선인 3.67%나 이번에 이란이 끌어올린 4.5% 정도는 모두 경수로용 연료로 쓰일 수 있는 저농축우라늄(LEU) 단계여서 큰 차이는 없다. 고농축우라늄(HEU)이 되려면 U235 농도가 20% 이상이 돼야 하고, 무기화하려면 80~90%는 돼야 한다. 

 

 

그럼에도 이란의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미국의 일방적인 행태, 미국 눈치를 보며 제재에 동참하는 유럽국들에 맞서 언제라도 핵활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최근 IAEA 검증단원이 나탄즈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상한 장비’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핵합의에 규정된 검증 절차를 막은 것이어서 파장이 일었다.

 

포르도 시설 가동은 이전의 3차례 조치와 달리, 핵합의 자체를 깰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를 하려고 애써왔던 유럽도 이란의 최근 행보에 경계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 포르도 시설 가동을 언급하며 “이란이 협정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처음으로 드러내놓고 보여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AEA는 7일 이란의 조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긴급이사회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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