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 <오프사이드>에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스타디움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녀들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된다. 남성 관객들이 있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하는 이란의 방침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웃지못할 코미디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2일 “이란 당국이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확약했다”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여성축구 관련 회의에서 “이란 당국이 여성도 축구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하면서, 다음달 월드컵 지역예선전 때부터 새 방침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남녀를 구분하는 종교법 체계인 ‘샤리아’에 따라 여성들의 경기장 입장을 금지시켰다. 공식적으로 여성이 경기장에서 축구를 관람한 마지막 기록은 1981년이었고 이후 40년 가까이 이런 전근대적인 규칙이 적용돼왔다. 선수나 고위 인사의 가족, 외교관과 취재진 등 이란축구협회가 지정한 일부 예외를 빼면 여성들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없었다.
이런 방침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이 일었던 것은 물론, 이란 내에서도 반발이 컸다. 급기야 지난 3월 테헤란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보겠다며 남장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29세 여성이 분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하르 호다야리라는 이 여성은 현지 축구클럽 에스테글랄의 팬이었고, 팀 색깔을 따 ‘블루걸’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호다야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8일 결국 숨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호다야리의 사진과 함께 여성차별에 항의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FIFA는 호다야리 사건 뒤 대표단을 보내 이란 당국 및 이란축구협회와 여성 입장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며 협상을 했다. FIFA는 22일 성명에서 “여성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설명했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여성의 수는 (당국의 제한이 아닌) 수요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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