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29

[구정은의 ‘수상한 GPS’]졌지만 이긴 시민들…홍콩의 '세 번째 싸움'이 남긴 것

중국 중앙정부에 맞선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싸움은 반년만에 당국의 무력진압으로 귀결됐다. 송환법은 보류됐고 구의원 선거는 ‘민주파’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양측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마천루와 쇼핑몰의 홍콩은 사라졌다. 점령과 봉쇄에 부서진 대학과 상점가, 실탄을 쏘는 경찰과 방독면을 쓴 시위대의 이미지가 홍콩을 덮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전문가 리처드 부시는 ‘홍콩을 위한 레퀴엠’이라는 글에서 “우리가 알던 홍콩은 더이상 없다”고 썼다. 분노한 청년들은 갇혔고, 빈부 격차는 그대로이고, 민주주의는 중국에 막혔다. 그래도 홍콩인들은 험난한 길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베이징을 대변해온 홍콩 당국은 무능했고, 중국은 상처 입은 공룡이 됐다. 중국 대 홍콩, 세 번의 싸움 ..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스라엘서도 '퀴드 프로 쿠오'...기소된 네타냐후 정치생명 끝나나

이스라엘 강경 우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0)의 정치생명이 결국 끝날 것인가. 이스라엘 검찰이 21일 네타냐후 총리를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소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요르단강 서안에 국제법에 위배되는 유대인 거주지인 ‘정착촌’을 짓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량살상하면서도 미국의 비호와 자국 우파들의 지지 속에 장기집권을 해온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사성 기소된 첫 현직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스라엘판 ‘퀴드 프로 쿠오’ 하레츠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검찰이 네타냐후를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 사기, 배임의 3가지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통신회사와 뉴스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가 샤울..

[구정은의 '수상한 GPS']‘외지 출생 40%’ 복잡한 홍콩…민족주의에 가려진 '격차'

21살 앳된 청년이 집으로 들어오자 아이들이 뛰어가 반긴다. 장난감이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 몸을 뉘인 청년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6살, 3살 두 아이와 어머니 ‘막’은 청년과는 남남이다. 하지만 시위대를 돕고 싶어서 잠자리 겸 은신처를 내준 것이다. 반년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면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 5000명이 넘는다. 그러자 곳곳에 막의 가족처럼 시위대를 돕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은 격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이타주의와 이색적인 ‘공유경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장기화된 시위가 만들어낸 풍경들을 전했다. 하지만 주말마다 이어지는 시위 중에는 오성홍기를 홍콩 깃발과 함께 흔드는 ‘친중국’ ‘친베이징’ 집회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에도 수백 명이 ..

[구정은의 ‘수상한 GPS’]중국의 홍콩 탄압, 그 배경엔 '광저우의 불안'

광둥성 82건, 허난성 76건, 산둥성 46건, 저장성 36건. 지난 5월부터 6개월 동안 중국의 주요 지역에서 일어난 노동쟁의 건수다. 홍콩 이공대 봉쇄에 시선이 쏠려 있던 18일 광둥성 선전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을 달라는 택배기사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엔 윈난성 쿤밍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체불임금을 달라고 항의했다. 12일 간쑤성 란저우 택시기사 수백명의 파업, 13일 선전 제조업체 노동자들과 건설노동자들의 연좌시위, 15일 안후이성 추저우 보온병 공장 노동자들과 16일 광저우 판위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지급요구 시위 등등 이달 들어서만 51건이 일어났다. 중국의 숨겨진 노동쟁의들 홍콩인들의 저항을 세계가 나몰라라 하고 있다지만, 진짜로 알려지지 않은 건 중국에서 일어나는 노동쟁의들이다. 중국 언..

[구정은의 '수상한 GPS']영국은 돌변, 필리핀은 걱정…홍콩을 보는 세계

홍콩 시위가 몇 달 째 계속되고 있고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중국의 강경대응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연대 집회’가 열리고 있으나 각국 정부들은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독일은 이 와중에 인민해방군 훈련 지원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해, 홍콩 청년지도자 조슈아 웡이 독일 언론에 공개 비판하는 일까지 있었다. 홍콩 문제를 대하는 반응은 각국이 중국 혹은 홍콩과 맺고 있는 관계를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양비론’ 펼친 유엔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세계에 재갈을 물리고 있고, 각국은 베이징의 눈치만 본다. 예전 아시아·중남미의 민주화 시위 때와 달리 이번엔 각국 정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단적인 것이 유엔의 태도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8월 성명에서 “시위와..

[구정은의 '수상한 GPS']"체제 전복" VS "미국에 죽음을" 갈등 커지는 이란

레바논, 이라크에 이어 이란까지 반정부 시위가 번졌다. 휘발유값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2009년 대선 부정선거 항의 시위 이래 10년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다. 레바논과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도 사실상 ‘반이란 시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개입해온 이란이 안팎에서 역풍을 맞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란 100여개 도시에서 휘발유값 인상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단은 지난 15일 정부가 휘발유값을 50% 인상하고 한달 구매 상한을 60ℓ로 정한 것이었다. 이란은 세계 5위 안에 드는 석유·천연가스 보유국이지만 오랜 제재로 정유시설이 낙후해 늘 에너지난에 시달린다. 소셜미디어 차단에 대량 사망..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번엔 블룸버그? 워싱턴부터 트럼프까지, 미국의 부자 정치인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경선 구도가 꼬여버렸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후보 경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만일 블룸버그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3조원의 재산을 가진 74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58조원을 가진 78세 블룸버그가 맞붙을 판이다. 미국 언론들이 시니컬하게 표현한 것처럼 ‘늙고 돈 많은 백인 남성(old, rich white guy)’들의 대결장이 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와 지지층이 겹칠 수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비상이 걸렸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다른 당내 경쟁자들도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샌더스의 캠페인매니저 파이즈 샤키르는 지지자들에게 “또다른 억만장자가 나타나 선거를 돈으로 사들이는 것이 미국이 ..

[구정은의 '수상한 GPS']'실탄 진압'…중국 공안 개입설, 홍콩 사태 어디로

홍콩 시위대 1명이 추락사한 데 이어,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까지 발사했다. 30년 전 톈안먼 사태와 같은 참사가 벌어져선 안 된다며 세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칫 유혈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진다. 페북에 생중계 된 홍콩 경찰 실탄 발사 장면 홍콩 경찰이 무방비 상태의 시민들을 상대로 실탄을 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중계되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말과는 너무 다른 반민주적이고 억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홍콩 경찰의 이런 강경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베이징이 강경 대응 방침을 결정한 이후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기도..

[구정은의 '수상한 GPS']'홍콩 문제' 떠안은 한정 상무위원, 경제통합으로 실마리 찾을까

2019.11.06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5일 홍콩과 마카오를 총괄하는 중국 최고위 지도자 한정(韓正) 상무위원과 만났다. 공산당 지도부의 ‘경제통’인 한 상무위원을 만난 직후, 캐리 람 행정장관은 광둥·홍콩·마카오를 묶는 거대 광역 경제권 조성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시위 사태의 기저에 깔린 홍콩 경제 사정에 대한 불만을 ‘경제로 풀겠다’는 공산당의 뜻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강경진압 속에서도 홍콩의 시위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고, 반중·친중 시위대의 충돌과 시위대·정치인에 대한 공격사건이 잇따르면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홍콩 문제로 공산당 지도부 안에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홍콩 업무를 담당하는 한 상무위원에 불만을 ..

[구정은의 '수상한 GPS']남극 바람이 바뀌니 불길이 치솟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어 호주 동부에서도 동시다발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온도가 올라가고, 식생이 메마르고, 산불이 잦아지는 것이라 말한다. 수십 곳에서 치솟는 화염은 기후변화의 역습인 셈이다. abc방송 등 호주 언론들은 수십 곳에서 동시에 일어난 산불로 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 일대가 불길에 휩싸여 최소 3명이 숨지고 주택 150채 이상이 불탔으며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소방당국은 12일부터 시드니 광역도시권에도 ‘대재앙’ 단계의 경보가 발령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위험도를 6단계로 나눈 화재경보체계를 2009년 도입했다. ‘대재앙’은 그중 가장 위험한 6등급이다. 시드니에 6단계 경보가 내려지는 것은 이 제도가 도입된 후 10년만에 처음이다. 남극이 더워지면 호주엔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