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22

[구정은의 '수상한 GPS']스위스도 ‘빙하 장례식’...세계 빙하들 얼마나 녹았나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 산맥 기슭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해발고도 2700m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기린 것은 사람이 아닌 빙하였다. 알프스의 피졸 빙하가 사라지게 된 것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의식이었다. “빙하를 추모합니다” 피졸 빙하는 2006년 이후로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날 장례식은 스위스기후보호연합(SACP) 주최로 열렸고 지역 주민들과 환경운동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추모객들은 쪼그라든 빙하 앞에서 전통 악기 알펜호른을 연주하고 꽃을 놓았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의 빙하학자 마티아스 후스는 추도사에서 “스위스에서 1850년 이후 빙하 500개 이상이 사라졌다”며 추도사를 했다. ETH 연구자들은 알프스 ..

[구정은의 '수상한 GPS'] 러시아 가스프롬이 중앙아시아에 학교를 지은 까닭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9월 2일 중학교가 문을 열었다. 잘 꾸며진 교실 33개에 컴퓨터실, 멀티미디어 도서관과 실험실과 강당, 350명이 앉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 체육관 2개와 실내수영장 2개를 갖췄다. 학교 부지가 3.5㏊에 이르고, 아스팔트 진입로가 깔렸다. 중앙아시아의 최빈국인 키르기스에서 보기 힘든 호화로운 학교다. 개교식에는 수론바이 진베코프 대통령과 아지즈 수라크마토프 시장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 학교가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식 시설이어서가 아니다. 학교를 지어준 것이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가스프롬이기 때문이다. 학교 이름도 ‘가스프롬 학교’다. 2017년 8월 착공식 때에는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했다. 그 때 밀러는 “세계적인 수준의 학교를 지어 키르기스 젊은 ..

[구정은의 '수상한 GPS']우주사령부 다시 띄우는 미국···미·러·중 '군구 체계'는?

‘스타워즈’의 부활인가. 미국이 1980년대에 만들었다가 2002년 폐지했던 ‘우주사령부’를 다시 만든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야심차게 출범 일정을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령부를 두고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등은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재정 문제로 대폭 줄였던 우주개발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경기후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주전쟁 개념을 되살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힘이 실릴 지는 불투명하다. 우주사령부와 ‘우주군’ 계획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방부 산하 우주사령부가 오는 29일 발족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디펜스뉴스 등에 따르면 제이 레이먼드 사령관이 이끌 우주사령부에는 87개 산하 조직단위가 만들어져 “미사일 경보, 인공위성 작동, 우주통제..

[구정은의 '수상한 GPS']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산다고? 얼음 녹으니 곳곳에서 '눈독'

2017년 9월 프랑스 파리를 떠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3만7000피트 상공에서 고장을 일으켰다. 497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기는 다행히도 캐나다 래브라도의 공군기지에 착륙했고, 탑승자들은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사고 경위를 조사해야 하는데 덴마크의 자치지역인 그린란드 어딘가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A380 여객기의 부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2년 가까이 수색작업을 벌인 덴마크 정부가 지난 6월말 사고기의 엔진 부품을 찾아냈다. 올여름 폭염에 얼음땅이 녹으면서 부품이 드러난 것이다. 북극 밑 ‘산불 경고’ ‘북극서클트레일’은 그린란드의 시시미우트와 캉에를루수아크를 잇는 165km 길이의 트레킹 루트다. 지난달 이 일대에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일어났다. 시시미우트 당국은 더위..

[구정은의 '수상한 GPS']독일은 거부한 '호르무즈 연합', 한국은 어쩌나

“보낼 배가 없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가시화했을 때 독일 의회의 군사담당관 한스-페터 바르텔스는 이렇게 말했다. 유엔의 평화유지임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동군사작전, 유럽연합(EU)의 지중해 난민구조 임무 등에 참여하느라 미국과 이란 일에까지 끼어들 여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베를린 주재 미국 대사관은 트위터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추가로 배를 사는 게 어떤가?”라고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렸다. 미국이 에너지 요충로 호르무즈 해협을 ‘보호’하는 군사행동에 참여하라며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최대의 압박’으로 이란의 백기를 이끌어내려 하지만 압박을 당하는 대상은 이란뿐 아니라 군사행동에 가담하라는 요구를 받는 한국 등 세계의 동맹국들이다. 하지..

[구정은의 '수상한 GPS']'총기 성소' 되겠다는 마을, 총기협회와 싸우는 블룸버그

니들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콜로라도 강변, 모하비 사막 변두리에 있는 이곳은 오래 전부터 모하비 원주민들의 거주지였고 지금은 5000명가량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미국에서 잇달아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면서, 니들스에서 벌어지는 총기 옹호론자들의 ‘작은 전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탄환을 사려는 이들의 신원조회를 의무화하고 고성능 탄창을 소지할 수 없게 한 강력한 총기규제법이 2016년 발효된 뒤,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니들스 주민들은 주 정부의 규제를 피할 방법을 찾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내에서 ‘총기의 성소’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니들스 의회는 주 규제법이 자기네 지역에선 적용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 의회와 주 정부에 요청했다. “총기의..

[구정은의 ‘수상한 GPS’] 블랙호크다운과 트럼프 시대의 인종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흑인 여성 의원을 비난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규모 집회에서 ‘유색인종’ ‘여성’ 정치인들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그 와중에 난데없이 26년 전의 ‘블랙호크 다운’이 도마에 올랐다. 1993년, 모가디슈의 미군들 발단은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36)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었다. 소말리아 이민자 출신인 오마 의원은 트위터에서 한 저널리스트의 글을 공유하면서 1993년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미군 작전으로 숨진 사람들 ‘수천명’을 언급했다. 오마가 글을 올린 건 2017년 10월이었는데, 최근 우익 언론들이 이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2년이 지나 역풍을 맞았다. 미국인들은 당시 미군이 소말리아에서 숨진 사실만 기억할 뿐, 군사작..

[구정은의 '수상한 GPS']멕시코? 베트남? 미·중 무역전쟁, 컴퓨터 공장들은 어디로 갈까

노트북 컴퓨터는 세계에서 연간 1억6000만 개가 유통된다. 스마트폰(14억 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사고팔리는 전자제품이다. 세계 1·3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HP와 델은 지난해 중국의 충칭과 쿤샨에서 노트북 7000만 개를 만들었다. 이 기업들의 대규모 공장이 있는 충칭은 세계 ‘컴퓨터의 수도’라고 불린다. 하지만 언제까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HP와 델이 중국 내 노트북 생산량을 30%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 ‘테크 자이언트’들이 미·중 무역전쟁을 피해 중국 내 생산시설들을 옮기려 하고 있다. ‘중국 엑소더스’가 이미 시작됐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일각에선 이들의 탈중국 흐름이 미국의 보복관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각국의 관심은 중국을 떠..

[구정은의 '수상한 GPS']내전 끝나가는 시리아, '부동산’에 몰려드는 상어들

상어. 시리아 최고 부자라는 사메르 포즈(44)를 그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아만홀딩그룹을 이끄는 그를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 신흥재벌들에 비유해 ‘시리안 올리가르흐’라 칭한다. 2011년 내전이 터지자 시리아 정부군은 다마스쿠스, 알레포의 주거지역과 시장과 유서 깊은 옛 도심에 드럼통 폭탄과 미사일을 퍼부었다. 무너진 집들을 남기고 시민들은 피란길에 올랐다. 주민이 떠난 폐허에서 포즈 같은 사람들은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개발을 하고 있다. 다마스쿠스의 포시즌스호텔은 사우디아라비아 갑부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가 갖고 있었는데, 알왈리드 왕자가 왕실 권력투쟁에서 밀려 2017년 구속됐다. 그 후 이 호텔도 포즈가 사들였다. ‘시리안 올리가르흐’ 변호사 출신 사업가인 포즈는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

[구정은의 ‘수상한 GPS’]아프리카가 화웨이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해 프랑스 르몽드는 중국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정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부를 받아 2012년 AU가 새 건물을 지었고 화웨이가 통신설비를 맡았는데 이때부터 중국이 감청 등 정보수집을 해왔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U가 2017년 서버를 바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사 파키 마하마트 AU 의장은 “순전한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하며 화웨이 편을 들었다. 지난달 31일 AU는 중국 화웨이와 정보·통신기술 협력기간을 3년 더 늘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화웨이는 “양해각서의 목적은 브로드밴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5G, 인공지능의 5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다지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은 화웨이를 ‘세계로 퍼진 중국의 스파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