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22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19에 유가 폭락, 그럼에도 푸틴이 건재한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28일(현지시간) 대국민 TV연설을 했다. 봉쇄조치를 다음달 11일까지 2주 더 연장한다면서, 다음달 중순부터는 조금씩 봉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의 감염자는 9만3000여명, 사망자는 800여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확산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단계가 될, 새로운 단계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모스크바의 군용기 비행쇼와 불꽃놀이 등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스크바 붉은광장 군사행진과 전국 가두행진은 미루라고 지방정부들에 지시했다. 크렘린은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노보-오가료보의 관저에서 푸틴..

[구정은의 '수상한 GPS']뉴욕에서 걸프의 섬까지, 석유거래소와 국제정치

“출발부터 징조가 이상했다. 광적인 매도 주문이 밤새 쏟아졌다. 아침이 되자 누구든 피바다가 펼쳐진 걸 볼 수 있었다. 오전 7시, 이미 유가는 28%나 떨어진 상태였다. 같은 시각 중국 선전에서는 가진 돈을 선물 투자상품에 쏟아부은 20대 커플이 저축한 돈 절반이 날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가격은 계속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이래 최저, 1970년대 석유위기 이래 최저, 그리고 사상 첫 0달러 이하. 사우디 왕자들과 텍사스 채굴꾼들, 러시아 올리가르히들 모두 공포에 떨며 -37.63달러라는 가격을 지켜봤을 것이다.” NYMEX를 뒤흔든 20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장 역사상 가장 이상했던 20분’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다. 앞서 20일 서부텍사..

[구정은의 '수상한 GPS']WTI, 브렌트, 러시아의 미스터리한 '우랄스'…벤치마크 유종들

미국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지 일주일, 여전히 WTI는 15달러대이고 그보다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던 브렌트유도 간신히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와 맞물려 유가가 이른 시일 내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WTI가 세계 유가의 동반 추락을 부르긴 했지만 원유도 생산지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브랜드’에 따라 가격 추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가 미국·유럽·중동을 대표하는 선물거래 품목이지만 미국만 해도 마스US, 루이지애나경질유, 코스털그레이드A, 기딩스, 걸프코스트HSFO 등 다양한 유종이 있다. 브렌트도 원유와 브렌트가중평균(BWA) 두 가지로 거래된다. 국가별로도 캐나다원유지수, DME오만, 러시아 우..

[구정은의 ‘수상한 GPS’]WTI는 오클라호마에 있다…‘석유의 교차로’ 쿠싱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거래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다. 근본 원인은 산업생산의 침체와 코로나19 확산이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원유를 저장할 곳이 부족해진 거래자들이 다음달 가져가야 할 상품의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송유관들 교차하는 오클라호마 시장을 강타한 WTI의 저장소가 있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쿠싱은 주민 7200명의 작은 마을이다. 1891년 인디언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기 위해 만든 ‘랜드런법’에 따라 백인 정착민들의 땅이 됐다. 쿠싱이라는 이름은 유통 재벌로 유명했던 존 워너메이커의 비서 마샬 쿠싱에서 나왔다. 20세기 초반 오일붐이 일기 시작했을 때 마샬이 이곳에 정유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쿠싱이라는 지명은 일반인들에겐 덜 유명하지만, 미국의 벤치마크(기준)..

[구정은의 '수상한 GPS']초저유가 시대의 석유지정학, "승자는 없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5월 인도분이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더니, 국제유가가 연일 바닥 모를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 모두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와 초저유가의 결합은 세계의 에너지지정학을 ‘승자 없는 싸움’으로 끌고 가고 있다. “초저유가 몇 주간 계속” 20일(현지시간) WTI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37달러라는 초유의 가격을 찍었을 때만 해도 6월 인도분은 20달러대에 거래됐다. 10월부터는 30달러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6월물 가격이 22일 곧바로 반토막나 11달러대가 됐다가 이튿날 소폭 반등했다. 22일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6월물 브렌트유가 한때 1..

[구정은의 '수상한 GPS']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미 셰일업계 '줄파산' 오나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이 20일(현지시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사실상 마비되고 항공교통까지 대부분 중단돼 석유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그동안 빚을 내 생산용량을 늘려온 미국 셰일업계의 줄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너스’ 유가? 실제는 20달러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1983년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21일 선물 인도 시한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대거 인도를 포기한 채 6월물로 갈아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거래가 거의 사라지면서, 웃돈을 얹어줘가며 팔아야 하는 시장 상황이 이론상의 ‘마이너스 유가’로 표현된 것이다. WTI의 만기일이라는 변수 때문에 일시적으로 ..

[구정은의 '수상한 GPS']산유국도 빵은 먹어야…사우디-러시아 '유가 합의'와 식량 거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시장을 놓고 벌여온 ‘치킨게임’이 12일의 감산 합의로 일단락됐다. 석유시장의 두 강국들 사이에 벌어진 싸움이 진정국면을 맞은 이면에는 ‘식량’이라는 핵심적인 이슈가 숨어 있다. 양국은 2008년 무렵부터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유가 담합을 해왔는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우디가 의도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리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우디 실세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도박 속에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위기가 겹치면서, 양국의 움직임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밀 실은 러시아 화물선 당초 분석가들 전망은 ‘사우디 우세’였다. 지난달 외환보유고를 보면 사우디는 5000억달러, 러시아는 5800억달러로 큰 차이는 없었다. 국내총생산(GDP) ..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 구세주’?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어두운 그림자

약 7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의 치료제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약이 있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렘데시버(Remdesivir)’다. 임상시험 자원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 약이 치료제가 될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게다가 길리어드는 특허를 무기로 ‘생명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회사다. 임상시험 자원자 쇄도 미국 의약전문매체 스타트 등은 6일(현지시간) 길리어드가 만든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버 임상시험이 미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진들의 독립적 연구도 있지만 가장 관심 끄는 것은 길리어드가 후원한 2가지 연구다. 하나는 코로나19 중증환자 453명 대상으로 한 시험이다. 플라시보(위약)와 비교하기 위해 의료진과 대상..

[구정은의 ‘수상한 GPS’]한국 전체보다 많은 확진자…뉴욕과 LA, ‘도시의 역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수가 5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중 절반은 뉴욕주에서 나왔다. 특히 뉴욕시는 23일(현지시간)까지 누적 확진자가 1만3000명이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해온 ‘민주당 주 정부’가 적극 검사에 나선 까닭도 있지만, 근본 문제는 ‘세계도시 뉴욕’의 밀집된 환경이다. 뉴욕시의 인구는 2010년 센서스 기준 840만명으로 미국 내 1위다. 2위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주민 수 400만명의 2배다. 문제는 밀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은 미국에서 인구밀도도 가장 높아, 1평방마일(2.6㎢)에 2만8000명이 살고 있다. 2위인 샌프란시스코는 1만7000명이다. 주민 수는 2위여도 평방마일 당 7500명이 사는 LA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아직 500명밖에 안..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 위기'와 독일의 바주카포…10년 전과 달라진 유럽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럽 경제가 “꾸준하고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위협하고 있었지만 유럽의 리스크는 낮게 봤다. 올 1분기가 지나면 감염증은 약해질 것이고 이 전염병의 “세계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고 했다. 심지어 지난 12일에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코로나19 경기대책에 대해 ECB의 일이 아닌 “정부들이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유럽은 전염병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22일까지 이탈리아의 감염자는 6만명, 스페인은 3만명에 육박한다. 10년 전 금융·재정위기에서 아직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1920년 스페인 독감 이래 ‘100년만에 최악의 전염병’ 사태를 맞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