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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아편전쟁 하려는 거냐" 홍콩 놓고 자극하는 영국, 성난 중국

딸기21 2020. 7. 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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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영국 총리실·AFP연합뉴스

 

“제2의 아편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냐.”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의 5일 기사 제목이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군이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며 영국 해군 수백 명이 이집트 수에즈운하 ‘동쪽’에 상설배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근해에 항공모함이라도 보낼 참인가, 새로운 아편전쟁이라도 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영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영국의 ‘황금 시대’를 다시 불러낼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영국이 중국을 도발했던 제국주의, 팽창주의 시절의 인식을 고집하고 있다며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중국은 세계에서 군림하려는 야망이 없으며 서구의 의심과 달리 중국이 주도하는 개발은 저개발국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홍콩보안법을 계기로 영국이 중국에 맞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법이 발효된 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쿠바는 53개국이 서명한 ‘중국 지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이 이에 맞서 ‘반중국’ 대표로 규탄 성명을 읽었다. 이 성명은 27개국의 지지를 얻었다. 숫자로는 패했지만 영국으로선 오랜만에 국제문제에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중국 테크기업 화웨이 장비를 5G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했다. 존슨 총리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주요 7개국(G7) 회의를 확대한 ‘D(민주주의)10’ 회의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4일 홍콩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무장경찰이 행인을 검문검색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존슨 총리가 홍콩인 300만명에게 원할 경우 영국 시민권을 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도미니크 라브 외교장관은 의회에 나와 몇 명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홍콩인들을 위한 ‘맞춤형 이민 절차’를 거론했다. 영국은 1997년 홍콩 주권을 중국에 넘기기 전 일부 홍콩인들에게 재외국민(BNO) 여권을 내줬다. 35만명에 이르는 BNO 여권 소지자들과 그 자녀들의 경우 일단 5년간 영국에 체류한 뒤 ‘영주 지위’와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고 라브 장관은 말했다. BNO 여권을 300만명에게 확대하겠다는게 존슨 정부의 입장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될 무렵 홍콩인 수십만명이 캐나다, 영국, 미국 등으로 향했다. 이번 보안법 발효 뒤 영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은 앞다퉈 “홍콩인들의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300만명을 받겠다는 영국의 주장은 정치적 망명의 범위를 넘어선다. 그 밑에는 ‘홍콩인들이 영국인이 되고 싶어할 것’이라는 우월주의가 깔려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홍콩 주민 730만명 가운데 홍콩 태생은 60%뿐이며 인구의 20%는 홍콩에 산 지 10년이 안 된 중국·마카오 출신들이다.

 

홍콩의 영국영사관 일했던 한 중국인 직원은 영국으로 망명한 뒤 지난 3일 “홍콩 민주운동가들이 해외에 망명정부를 세우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콩인들이 중국의 주권 자체를 부인할 지는 역시 회의적이다. 홍콩 민주화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은 영국 시절에 대한 향수가 전혀 없는 젊은이들이다. 익명의 한 청년운동가는 영국의 제안에 대해 AFP에 “우리는 여기서 계속 싸워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2015년 10월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왕실 전용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가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AFP통신은 “존슨 총리는 영국을 국제무대의 역동적인 플레이어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영국인 수백만 명이 실직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적었다. 존슨 총리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선동하며 브렉시트를 주장한 사람이다. 홍콩인들을 끌어안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30일에도 영국 의회는 보수당 주도로 이민규제를 강화한 새 이민법을 통과시켰다.

 

영국의 최근 움직임은 그동안의 행보에 비춰봐도 모순적이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런던을 국빈방문했을 때 정부 관리들은 물론이고 왕실까지 나서서 ‘모시기’ 바빴다. 시 주석은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에 갔고, 영국 정부는 인권단체들의 비판 속에서도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 언론은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의 저자세를 중국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고두(kowtowing·叩頭)에 빗댔다.

 

지난해 집권한 존슨 총리는 ‘영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고 말한다. 그는 2016년 말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글로벌 브리튼’이라는 용어를 꺼내며 특히 중국과 관련해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존슨이 내세운 글로벌 브리튼 구상이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고 썼다.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우리는 중간 규모의 힘을 지닌 나라”라며 “유럽연합(EU)을 탈퇴함으로써 영국은 세계의 이슈를 함께 다룰 가장 자연스러운 파트너들조차 잃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이 홍콩인들의 출국을 막으면 영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라브 장관은 “솔직히 중국이 홍콩인들의 BNO 취득을 허용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했다.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1839~1842년)을 그린 영국 화가 리처드 심킨의 그림. 위키피디아

 

중국의 홍콩 인권탄압과 별개로, 영국측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인 이유들도 있다. 영국은 18세기 중반 아편전쟁으로 중국을 무력화시키고 수탈·착취했다. 150년 넘게 홍콩을 점령통치한 것 자체가 영국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다.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내준 뒤 영국 측 인사들은 번번이 중국의 비민주성을 공격했지만, 식민통치 시절 영국의 홍콩 탄압은 더했다. 홍콩전문가들은 “중국의 홍콩 탄압 장치들은 모두 영국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해 ‘복면금지법’의 근거로 활용한 긴급정황규제조례(긴급법)는 영국이 만든 것이고, 시위 무력진압에 나선 홍콩 경찰의 모태는 영국의 폭동진압 경찰이다. 영국은 홍콩인들에 대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차별을 제도화했으며 1956년 노동자 시위 등 홍콩인들을 반발을 무력진압했다. 주권 반환을 앞두고 영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뒤늦게 유화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영국의 유명 작가 사이먼 젠킨스는 2일 가디언 칼럼에서 “영국이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보호할 수는 없다”며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홍콩 사람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존슨의 아편전쟁’을 비난하며 “쓰지도 못할 항모를 남중국해에 보내고 싶어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영국은 중국을 막을 힘이 없으며, 서방이 아시아에서 경찰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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