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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세상]대통령이 할 일, 민주노총이 할 일  

한낮의 기온은 40도 가까이 치솟고. 남쪽 바다는 아열대로 바뀌어가고. 추위도 더위도 불평등해서, 힘든 사람은 이 폭염을 더 힘들게 견뎌내야 하고. 여전히 거리엔 천막 하나 펼쳐 놓고 농성 중인 사람들이 남아 있고. 기록적인 무더위라는 이 여름의 풍경들. 그래도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과 KTX 해고 승무원들 문제처럼 오래도록 끌어온 이슈들이 해결되는 걸 보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누군가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미완의 승리이자 부족한 타협책일 터다. 그래도 그 고통에 사회가 공감했고, 지난한 세월의 마무리를 짓게 됐다는 건 말 못할 아픔 속에 거둬낸 성과다. 그 힘든 싸움을 해낸, 이겨낸 분들을 ‘피해자’라는 말로 표현하는 건 어쩐지 죄송스럽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쌍..

맛집놀이...를 하려고 했으나 냉면이 너무 달아요

뉴콘팀에서 만든 랭면의 취향 보다가 결국 냉면 먹으러 옴. 멀리는 못 가고 이촌동면옥으로. ​ 밑반찬. 가지도 있다. 좀 달다. ​ 육수는 어느 그릇에 넣는 거지? 일단 놋그릇에 따랐다. ​냉면 나왔다. 아지님 꺼는 고기가 있는데 내껀 아무리 뒤져도 없다. 종업원에게 얘기했더니 3조각 갖다줌. 아지님이 하나를 달라고 해서 나눠줌 ​ 모듬전도 시킴. 물냉 9000원. 모듬전 작은거 15000. 냉면 맛은? 넘 차가워서 잘 모르겠다. 냉면의 취향에서 구분한 거에 따르면 놋그릇이고 삶은달걀과 무채와 오이절임이 올라옴 면발 가늘고 잘 안 끊어짐 모듬전 맛있음. 이촌동 맛집

[기협 칼럼]가짜난민

제주도에 들어온 500여명의 예멘인들을 비난하며 반대 시위를 하고, 이들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 청원을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상상했던 대로인 동시에 상상 이상이다. 이미 난민 유입문제로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던 구미 국가들도 한국의 이런 노골적인 모습에는 좀 놀란 것 같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섬으로 도망쳐온 예멘 난민 500명에 한국인들이 분노했다”고 적었고, 독일 도이체벨레는 “한국인들은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들어오자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한국의 반 난민 백래시가 전쟁을 피해 망명지를 찾아온 예멘인들에게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백래시(Backlash)인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그 역작용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는 걸 백래시라..

에릭 리우, '시민권력'

잘 익은 붉은 색 토마토를 하나 떠올려보자. 그 토마토는 6억달러에 달하는 토마토 사업의 중심지 플로리다에서 수확한 것일 가능성이 꽤 높다. 만약 그렇다면 그 토마토는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노예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이 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플로리다의 이모칼리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가보지 못한 곳이다. 토마토를 따는 일은 기계화할 수 없는 것이어서 수확은 언제나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불행히도 그 일을 하는 이들은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받고, 막대한 빚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또 따가운 햇살 아래 이뤄지는 고된 노동의 시간이 아니라 수확한 토마토의 양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그렇게 어렵사리 번 돈을 수시로 감독관들에게 빼앗긴다. 조금이라도 불만을 제기했다가는 권총 개머리판으로 얻어맞고 자..

딸기네 책방 2018.07.02

테이블야자

Chamaedorea elegans. 흔히 '테이블야자'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 영어로는 parlour palm, '거실야자'라고 한다니 비슷하긴 하다. 집에서 이 녀석들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무렵. 회사 곳곳 화분의 테이블야자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뽑아다가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고, 동네 꽃집(이 아니고 식물노점상)에서 몇 개 더 들여왔다. 연녹색 이쁜 것들이 잘 자라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포기가 굵어지면 여러 화분에 나눠 심었는데 다 죽어나가고 지금 집에 있는 화분은 2개다. 그런데 초록초록 이쁘고 여리던 것들이 어째 점점 굵어진다? 색깔도 짙어지고... 뭐랄까, 애완용에서 야생의 느낌으로 살짝 향해가는 그런 기분. 내가 너무 막 키워서 그런가? 이건 테이블용이 아닌데... 그래서 찾아보니..

앤서니 스미스, '민족의 인종적 기원'

오랜만에 제대로 공부되는 책을 읽었다. 앤서니 D. 스미스, (이재석 옮김. 그린비). 재미있고 현란하고 풍부하다. 다 읽고 나니 어질어질. 복잡하고 엄밀한 내용을 학술적으로 꼼꼼히 짚어가면서, 일관된 구조로 짜맞춰가면서,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방대한 양의 사례와 정보를 퍼부어가며 적어놨으니 그럴 수밖에. 번역이 껄끄럽다 싶은 부분이 적지 않지만 원문이 아무래도 그렇지 싶다. 글쟁이의 책이라기보다는 학자의 글이고, 꼬이거나 모호한 문장을 얼추 넘겨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이만한 넓이와 깊이의 책을 읽는 데에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할 수 있다. 생각보다는 다 읽는 데에 시간이 덜 걸렸다. 일주일. 이 정도면 쾌속 돌파한 셈이다. 책이 처음 나온 시기는 1986년. 베네딕트 앤더슨의 와 에릭 홉스봄, 테..

딸기네 책방 2018.06.17

[구정은의 세상] 김정은과 샤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으로 떠났고, 김 위원장도 한밤중 창이공항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정은은 싱가포르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묵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굉장히 비싼 방일 것은 분명하다. 세상 일은 참 재미있다. 싱가포르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원래 이 호텔은 존 제이콥 아스토르4세(John Jacob Jack Astor IV)라는 미국 기업가가 창업한 호텔 체인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 호텔은 뒤에 스타우드로 들어갔고. 스타우드는 2016년 매리어트에 인수됐다. 당시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스타우드를 사들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세계에서 전방위로 인수합병전을 펼치던..

시리아와 북한, 오바마와 트럼프

국제관계에서 솔직함 혹은 정직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어떤 기능을 할까? '기능'이라고 하니 너무 추상적이다. 좀 더 쉽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나쁜 나라, 나쁜 지도자를 나쁘다고 손가락질하고 때려주는 게 좋을까, 일단 싸움은 막고 사람들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을까. 이렇게 물으니 또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굉장히 복잡한데. 버락 오바마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이었고, 솔직하지 못했고, 무능했다. 최소한 시리아 문제에서라면. 바샤르 알아사드라는 독재자를 몰아낼 뜻이 없으면서 나쁘다고 지탄했고, 쫓겨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미국이) 쫓아내야 한다' '쫓아내겠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이란이 물밑에서 협상을 해주고, 그래서 러시아가 아사드의 안전보장을 해주면서 시리아가..

[구정은의 세상] 밥값과 평화

대학시절의 어느 겨울, 한 달 동안 ‘알바’를 했던 회사가 있었다. 종일 서서 일하느라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아 있기로는 좋은 회사였다. 4대보험에 가입시켜줬고,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에는 야쿠르트와 초코파이를 줬다. 가끔씩 그 회사를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것은 두 가지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출근하기 너무나 싫어 회사를 그만둘까 했던 기억, 그리고 국. 밥과 함께 나오는 그 국 말이다. 끼니 때마다 국물을 싹싹 퍼먹는 내게, 1cm 깊이로 퍼주는 국은 언제나 모자랐다. 낯선 분위기에서 쭈뼛거리느라고 밥 퍼주는 분에게 ‘국 더 달라’는 말도 못한 채 한 달 동안 점심을 먹었다. 기숙사는 공짜였다. 앉은뱅이 탁자 하나에 텔레비전을 놓아둔 동료 방에 놀러가기도 했다. 지방에서 온 친구들은 대개들 지하철 요금을 ..

산책인 줄 알았는데 등산이 된 성곽길 걷기

금요일에 북한산 성곽길을 걸었다. 한성대입구 역에 내려서 혜화문 지나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 분위기가 좋았다.한 10분 걸으니 성북동 왕돈까스집과 마전터 있는 곳 나옴.거기서 와룡공원 쪽으로 올라감. 가는 길에 풀꽃도 보고. 성곽 따라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시작. 애기똥풀이랑 못 먹는 딸기같이 생긴 것도 봤음. 산등성이에 산책로로 잠시 빠져들었다가 다시 성곽길로. 가는 길에 내내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못 찍었음. 말바위 안내소 근처에 전망대가 있는데 시원하고 좋았음.거기서 숙정문까지 가는데 좀 힘들어지기 시작.언제 생전 성곽길같은 걸 걸어봤어야 말이지. 사실은 휴무인 날은 늘 그렇듯 이날도 늦도록 딩굴딩굴하다가 남편이 성곽길 간다고 해서 급히 따라나섰는데안 하던 짓을 하면 고생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