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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범죄 사죄” 아기 안고 법정 나온 콜롬비아 옛 반군지도자

딸기21 2019. 9. 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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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를 50년 넘게 내전 상황으로 몰고 갔던 옛 반군 지도자가 특별법정에 나와 인질 납치 등 과거 범죄에 대해 사죄했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을 이끌었던 로드리고 론도뇨(60)가 23일(현지시간) 보고타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깊이 반성한다”며 과거 납치범죄 등을 사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FARC는 반세기 넘게 정부군과 내전을 벌인 반군 조직이다. 좌파 무장혁명 게릴라로 출발했으나 마약거래에 깊이 관여하고 인질들을 붙잡아 몸값을 뜯어내는 ‘납치 비즈니스’로 악명을 떨쳤다. 지금까지 FARC와 관련된 분쟁으로 최소 25만명이 사망하고 8만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

 

콜롬비아 반정부 무장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사령관이었던 로드리고 론도뇨가 아내 호아나 카스트로와 함께 23일(현지시간) 보고타에서 열린 특별평화재판소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론도뇨는 이날 과거의 납치 범죄 등에 대해 사죄했으며, 갓난아기까지 데리고 나와 ‘진실성’을 호소했다.  보고타 AP연합뉴스

 

론도뇨는 이날 특별평화재판소 재판에 나와 “내전 기간의 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우리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옛 반군 동료 10명과 함께 과거 납치 범죄에 대한 서면증언도 제출했다. 재판소는 반군의 반인도적 범죄 가운데 1993년부터 2012년 사이에 저질러진 522명의 납치 사건들을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론도뇨는 증언에서 “수십년에 걸친 골육상잔의 폭력에서 승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모든 세대가 온갖 종류의 비인도적인 폭력으로 비난받아야 하며, 우리 모두가 패자”라고 했다. 반군뿐 아니라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서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납치를 “불행한 관행”이었다고 묘사하면서 “전쟁의 역학” 때문에 민간인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진실성을 보여주려는 듯, 론도뇨는 이날 재판에 아내 호아나 카스트로와 함께 얼마전 태어난 아기도 데리고 나왔다.

 

‘티모첸코’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론도뇨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1982년 FARC에 들어갔으며 반군 사령관을 지냈다. 2012년 11월 정부와 휴전협상을 시작했고 2016년 11월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과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이뤄냈다. 세계에 몇 안 남은 장기 분쟁이 해결하는 조치로 환호를 받았지만, 과거의 폭력 범죄 때문에 그해 노벨평화상은 산토스 대통령이 단독 수상했다.

 

평화협정에 따라 과거사 규명과 화해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귀순한 반군’이 처벌을 면제받는 것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정부는 반군을 사회에 통합시키기 위해 1만명 규모였던 FARC 조직원들 중 9700명의 처벌을 면해줬다. 론도뇨는 2017년 9월 ‘공동의 대안 혁명을 위한 힘’이라는 정당을 만들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는데, 새 정당의 약칭이 똑같이 ‘FARC’여서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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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일부 반군 잔당이 무장투쟁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보고타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론도뇨가 이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설득작업을 하고 있으나, 폭력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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