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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도 단김에" 펠로시, 트럼프 '신속조사' 지시

딸기21 2019. 9. 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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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

 

펠로시 의장은 25일(현지시간) 탄핵 조사에 착수한 민주당 소속 6개 상임위원장과 중진의원, 참모진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전략을 논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회의에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한 참석자는 “쇠가 뜨거울 때 내리쳐라”는 말로 독려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연단에서 내려가고 있다.  유엔본부(뉴욕) 신화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이슈에 한정

 

펠로시 의장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담긴 5쪽 분량의 녹취록을 공개한 직후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탄핵조사의 범위를 넓히지 않고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에만 집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2년 반 동안 특검까지 동원해 조사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되면서 사실상 트럼프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된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제외하고, 트럼프의 통화 기록이 명백하게 남아 있는 이번 사안에만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하원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치고 연내에 트럼프 탄핵안 투표까지 마무리짓는 스케줄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의 대통령 탄핵안은 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으면 통과된다. 현재 하원은 민주 223명 대 공화 196명으로 민주당이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상원으로 올라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원 100석 중 공화당이 51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원에서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을 탄핵 위기로 몰고갔던 공화당은 클린턴에 대한 반감 때문에 극단적 공세를 펼치다가 결국 역풍을 맞았다. 개인 문제를 부각시켜 하원 탄핵안 통과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클린턴의 성추문 자체보다는 ‘거짓말’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번 트럼프 스캔들을 놓고서 민주당 내 젊은 의원들이 펠로시 등 당 지도부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반발하면서 적극적인 공세를 주문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애당초 ‘도덕성’으로 평가받기보다는 극렬 지지층에 기대온 트럼프의 경우,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먹힐 지는 알 수 없다.

 

보수파 지지 얻어낼 수 있을까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통화하면서 바이든 조사를 촉구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부인하지 않고 이 사실을 인정했다. 거짓말로 부인하는 대신에 “바이든이 아들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행사하며 권력을 남용했다”면서 타깃을 바이든으로 바꾸는 것이 트럼프의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트럼프를 탄핵할 명분을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선 캠페인 기간 러시아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모호한 의혹과 비교할 때 우크라이나 문제는 훨씬 간결하고 명확한 이슈다. 이 때문에 이 문제에 한정해 탄핵 절차를 진행하려 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분석했다.

 

양당 지지층은 물론, 사회적·경제적 배경에 따라 극명히 갈린 정치지형 속에서 공화당의 ‘반 트럼프’ 의원들과 공화당의 온건 지지자들이 탄핵론에 찬성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내년 대선 공화당 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에 도전장을 낸 빌 웰드 전 매서추세츠 주지사, 조 월시 전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이 트럼프 탄핵론에 동조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25일 두 사람이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주최로 대선 토론회를 가졌으나 별반 관심을 불러모으지 못했다.

 

공화당 안팎에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탄핵론에 의외로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NN 정치분석가 줄리언 젤리저는 공화당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에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는 이들이 탄핵에 동조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가 주도한 대북관계 개선이 핵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가 없었다고 믿는 북한 불신론자들도 국가안보 우선주의자에 들어간다. 법치를 중시하는 이들도 법률을 무시하는 트럼프의 행태에 등을 돌릴 수 있다. 트럼프조차 너무 온건하며 정통보수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고 젤리저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주류’들의 희망 섞인 예측일 수 있다. 25일 공개된 퀴니피액, 폴리티코 등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업무수행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최근 크게 늘기는 했으나 여전히 지지율은 40%대다. 트럼프보다는 의회에 대한 시민들 시선이 훨씬 냉담하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 조사에서 의회의 업무수행을 지지한 비율은 14%에 그쳤고 63%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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