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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고전적인 처방, 엄마의 답답함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Die Kinderfrage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지은이) | 이재원 (옮긴이) | 새물결 | 2000-09-27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한 조각’ 내 인생. 이런 말들이 아주 무겁게 내 귀에 들어오고, 아주 가볍게 내 입에서 흘러나간다. 과연 어떤 걸까, 21세기 초입, 한국 사회에서, 한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것은. 책은 독일 여성학자가 독일(주로 동독) 사회의 변화와 독일 여성들의 출산/육아문제를 검토해 쓴 것이지만 전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나는 20세기 한국의 여성이었다. 큰 고민 없이 결혼제도에 뛰어들었고 21세기 초에 아이를 낳았다. 좀 일찍 결혼했고, 좀 늦게 아이를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뒤늦게 어머니가 된다는 것/아이..

딸기네 책방 2005.03.25

외국인 환경운동가의 한국화장실 체험기

그린피스의 유명한 배 '무지개전사'호가 서해안을 돌고 있다. 그린피스 쪽 멤버 중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승선하고 있는 한 대학생과 위성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학생은 호주 출신 그린피스 환경운동가랑 같이 블로그에 항해일지를 올리고 있다. 한국 학생은 한국어로, 호주 사람은 영어로. 그런데 이 호주 분(여성)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 넘넘 재밌다. 아침에 한참 웃었다. 파란 글자는 내가 멋대로 번역한 것.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한국이 얼마나 선진국이며 최첨단 테크놀로지 국가인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글이다. ----March 21, 2005 An ode to Korean gadgets: confessions of a confounded westerner imgoVtHoz.jpg Slightly irrele..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글로벌 시대의 신랄한 풍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Patas Arriba: La Escuela Del Mundo Al Reves (1998)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은이) | 조숙영 (옮긴이) | 르네상스 | 2004-06-15 신랄함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흔히 말하는 ‘씨니컬’하다는 것, 냉소, 차가운 웃음, 이런 것이 신랄함의 한 종류가 된다. 냉소를 듣고 나면 씁쓸하다.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진다. 나는 그만 ‘너나 잘해보시지’ 하는 심사가 되어버린다. 냉소와 다른 맥락의 신랄함, 유쾌한 비꼬기도 있다. 갈레아노의 글이 그렇다. 비유는 비유이되 작은따옴표가 없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농담인지 새겨들어야 한다. 귀담아 듣다보며 모든 것이 농담 같으면서 동시에 진담이다. "이 책에는 공범이 많다. 그들을 고발하는 ..

딸기네 책방 2005.03.19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축구의 정치학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How Soccer Explains the World: An Unlikely Theory of Globalization 프랭클린 포어 (지은이) | 안명희 (옮긴이) | 말글빛냄 | 2005-03-11 “그놈들이 아이의 가슴팍에 불을 붙였죠. 그 괴물 같은 놈들이 아이를 죽였어요.” “그들의 손에는 쇠몽둥이와 나무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잔디 깎는 기계가 지나간 것처럼 부상자들이 널려 있었다.” 책은 옛 유고연방의 수도였던 베오그라드에서 시작된다. 수비에 능한 슬로베니아계, 공격성이 강한 크로아티아계, 날카롭지만 전술적인 예리함이 모자라는 보스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지금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공화국의 수도로 되어있는 베오그라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딸기네 책방 2005.03.17

2005 소설읽기 6/ 고리오 영감- 돈 毒 오른 사회

고리오 영감 Le Pere Goriot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은이) | 박영근 (옮긴이) | 민음사 | 1999-02-15 고리오 영감.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안 좋았다. 발음에서 '고리대금업자'가 연상되기도 하고, 어쩐지 구질구질하고 쪼잔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어느 분의 리뷰를 보니 '딸이 둘 뿐인 리어왕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리어왕은 리어왕인데, 영감탱이 날로 추락해 지지리 궁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선 리어왕이지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만한 최소한의 존엄성도 없다. 책 설명에 '부르주아의 몰락' '시대를 예견한 소설'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좀 뜨아했다. 굳이 '시대'를 운운한다면, 봉건귀족제가 끝나고 부르주아의 시대가 온 것이어야 할텐데(왕정복고시대가 있긴 했지만) 어째 소설..

딸기네 책방 2005.03.15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 멕시코시티, 마닐라, 라고스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유리, 캔, 종이를 찾아 모으고 음식 찌꺼기를 놓고 까마귀와 싸움을 벌인다▲ 진주를 찾아 자바의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콩고의 광산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선다.▲ 페루의 광산 갱도에서 어린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두더지가 된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폐가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묘지에 묻힌다.▲ 콜림비아와 탄자니아에서는 커피를 수확하다 살충제에 중독된다.▲ 과테말라의 목화밭과 온두라스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살충제에 중독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한다.▲ 미얀마에서는 철로를 놓는다.▲ 인도 북부에서는 유리 만드는 가마에서, 남부에서는 벽돌 굽..

농담, 치고는 지독한.

농담 Zert 밀란 쿤데라 (지은이) | 방미경 (옮긴이) | 민음사 "이 운동에서 무엇보다 나를 매혹시키고 심지어 홀리기까지 했던 것은 내 시대의 (또는 그렇다고 믿었던) 역사의 수레바퀴였다. 그 당시 우리는 정말로 사람이나 사물의 운명을 실제로 결정했다. (중략) 우리가 맛보았던 그 도취는 보통 권력의 도취라고 불리는 것인데, 나는 그러나 (약간의 선의를 가지고) 그보다 좀 덜 가혹한 말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역사에 매혹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 위에 올라탔다는데 취했고, 우리 엉덩이 밑에 말의 몸을 느꼈다는 데 취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결국 추악한 권력에의 탐욕으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모든 일에 여러 가지 면이 있듯) 거기에..

딸기네 책방 2005.03.08

★ 세계 **의 날, **의 해

★ 세계 **의 날 2월 21일 세계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 International Women's Day) 17일 세계 해양의 날 (World Maritime Day)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세계 시의 날 (World Poetry Day) 22일 세계 물의 날 (World Day for Water) 23일 세계 기상의 날 (World Meteorological Day) 24일 세계 결핵의 날 (World Tuberculosis Day)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 (World Health Day) 2..

수상한 과학- 과학은 언제나 수상했다

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은이) | 풀빛 | 2004-01-30 과학은 언제나 수상했다. 고대 중국인들에게 신농씨 하는 일은 그저 신화였을 것이고, 아크로폴리스의 평범한 ‘시민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하는 일을 이해했을 리 없다. 평범한 지식, 그냥 ‘상식’만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에게 과학은 언제나 수상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유사 이래 수상했던 과학은 그 비밀스러움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존재를 규정하고, 변화시키고, 때로는 편하고 행복하게, 때로는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어왔다. 과학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과학을 수상하게 여기는 시선도 오래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굳이 수상한 과학에 ‘윤리’의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있는가? 지금 우리가 과학에 들이대는 칼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