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리프 대사는 지난 2일 밤에 바그다드 시내 알 자미야에 있는 자택에서 신문을 사러 나갔다가 납치됐다고 합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무장괴한들이 BMW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샤리프 대사를 둘러싼 뒤에 총으로 위협해 끌고 갔다는 겁니다. 외신들은 괴한들이 대사에게 "미국의 스파이"라 외쳤다는 목격담을 전했습니다.
이집트는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에 이라크 주재 대사를 철수시켰습니다. 그랬다가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자 공관을 다시 열었지요. 대표부 정도 위상을 갖는 공관이었는데요, 샤리프 대사는 지난달 바그다드에 부임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이라크 대표부를 곧 대사관으로 격상시킬 계획이었습니다. 아랍권 맹주 격인 이집트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반면 이라크에는 현재 시아파 정부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집트가 이라크의 새 정부를 `공인'해준다면 이라크 내 수니파들의 저항도 명분이 없어질 것이고, 더불어 새 정부를 미국의 앞잡이로 보는 이라크인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사 납치사건으로 희망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지난해 7월에도 이집트 외교관이 바그다드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사흘만에 석방된 적이 있지요.
마침 이라크를 방문 하고 있는 알베르토 곤잘레스 미국 법무장관은 "이라크에서 민주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다시 주장했습니다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전세계에 몇 명이나 될까요.
미국은 그간 "이라크와의 외교관계를 재개하라"며 아랍국들에 압력을 넣어왔습니다. 반면 아랍국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해, 이라크 새 정부와 관계를 트는 데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고요. 자국 내에서 반독재 시위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미국의 압박에 `바그다드 대사관 격상'을 결정하긴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상황이 꼬이게 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중동 민주화 구상'을 내걸고 이라크를 `민주주의의 모델'로 격찬했던 백악관이 체면을 구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집트 대사 피랍 외에도 지난 주말 내내 이라크 전역에서는 저항세력들의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 폭탄테러로 30여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라마디와 키르쿠크, 힐라 등지에서 시아파 정치인과 이라크 경찰들이 피살됐습니다. 지난 4월말 이라크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 폭탄테러 등등으로 숨진 이라크인은 1400명이 넘습니다. 미군 공격으로 숨진 이들도 몇백명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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