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란 대통령 '악마 만들기'

딸기21 2005. 6. 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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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이란 관계에 또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이란 대통령 당선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 뒤 테헤란에서 벌어진 미국인 인질사건에 가담했었다는 주장이 나온 것.
미국 언론들은 4반세기 전의 낡은 사진들을 들추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미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조사에 들어가기로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의혹이 많다"면서 "만일 그(아마디네자드 당선자)에 대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많은 문제들이 파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그의 행적을 둘러싼 문제들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해 미 정부가 조사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79년 테헤란에 인질로 잡혀있었던 미국인들 중 일부가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를 인질범 중 하나로 지목했다고 보도했었다.

테헤란 인질극사건은 지난 1979년 11월 일군의 대학생들이 미국으로 망명한 팔레비 전 국왕의 신병을 인도하라며 미 대사관에 진입, 직원 52명을 444일간 억류한 사건.
미국은 팔레비 왕조 치하의 이란을 중동의 `경찰국가'로 만들어 아랍 민족주의 확대를 막는 보루로 삼아왔으나 이슬람 시아파 혁명이 일어남과 동시에 양국 관계는 원수지간으로 바뀌었다. 테헤란 인질 사건은 이후 25년여에 걸친 양국의 적대를 예고한 사건이었다.

당시 인질로 잡혀있었던 퇴역 대령 척 스콧은 AP 인터뷰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이 사람이 금발로 염색을 하더라도 나는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인질 중 한명이었던 도널드 셰어러는 NBC방송에 출연해 "아마디네자드는 우리 인질들에게 `돼지들'이라고 욕을 했었다"며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었다. 그러나 AP가 만난 피해자 6명 중 1명은 "그런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증언이 엇갈렸다.
미국언론들은 아마디네자드 당선자의 젊은 시절 모습과 옛 인질들이 주장하는 인질범의 사진을 비교해 보여주며 의혹을 보도했지만, 사진 상으로는 동일인인지 알 수 없다. 영국 BBC 방송은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단신인데 사진 속 인질범은 키가 크다"며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이란의 인질극 가담자들은 미 언론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79년 학생운동 지도자로 인질사건을 주도했던 압바스 아브디는 테헤란에서 외신들과 만나 "아마디네자드는 미 대사관에 있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는 인질사건에 가담하고 싶어했지만 우리가 거부했기 때문에 그는 대사관에 들어올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압바스를 비롯해 인질극 주모자였던 모흐센 미르다마디, 하미드 레자 잘라이에푸르 등 이란에서 지금도 유명한 `학생운동 3인방'은 현재 개혁파 진영에서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를 필두로 한 보수세력에 맞서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당선자의 측근들도 미 언론 보도를 "터무니 없는 소리"라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자 본인은 과거 이란 언론에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인질극은 국제여론의 비난을 이란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반대했었다"고 말한 적 있다.

만일 아마디네자드 당선자가 인질극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미-이란 관계에는 큰 악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테러와의 전쟁'에 정치생명을 건 부시대통령에게 `인질범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과의 협상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란을 `악의 축'으로 공언하고 미국내 자산 추가동결 조치 등으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백악관이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를 사담 후세인에 이은 또다른 `테러의 수장'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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