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불쌍한 건 언제나 민중들

딸기21 2005. 6. 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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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외국이 아닌 예루살렘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이·팔 정상회담이라고 관심을 모았지만 양측은 평화정착의 단계별 조치를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샤론 총리는 이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일부를 무력점령하고 건설했던 유대인 정착촌 철수방안을 내놓은 만큼 이제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무력화시킬 차례라고 압바스 수반에게 강조했고,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추가 철수계획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맞섰다. 


기대를 모았던 회담은 이견만 확인된 채 끝났고, 가자지구 유대계·아랍계 주민들의 고통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텐트촌의 팔레스타인 난민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안에는 이스라엘에 무력점령된 땅이 있다. 유대인들을 위한 정착촌이 세워져 있는 칸유니스 같은 곳들이다. 

지난 2000년9월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가 시작된 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아랍계 주민들을 쫓아내고 정착촌을 계속 확대했다. 이 때 쫓겨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텐트촌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크로니클이 21일 보도했다.


칸유니스로 가는 길목인 카라라 마을 천막촌의 다섯 가구는 나라 없는 설움을 겪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티파다 직후 이스라엘군이 쳐들어와 마을을 부술 때 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집단시위나 무장단체 공격이 발생할 경우 `테러범의 은신처'라며 마을 전체를 파괴하는 `집단적 징벌'을 가하고 있다.

이런 `징벌'로 마을에서 쫓겨난 주민은 모두 23가구. 이스라엘의 봉쇄조치로 돈벌이 수단까지 끊긴 이들은 난민 아닌 난민이 되어 구호기구의 도움으로 연명하고 있다. 젊은 남자들은 이미 떠났고, 여성과 아이들, 노인들만이 남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엔난민보호기구(UNRWA)가 식량을 나눠주고 임시 거주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섯 가구는 신청을 늦게 해 그런 도움마저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심지어 이스라엘군은 UNRWA에도 수시로 압력을 가한다. 인티파다가 격렬했던 2002년에는 이스라엘군이 유엔 요원 3명을 사살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외부의 적극적인 도움이나 감시조차 기대하기 힘든 형편인 것. 

지난해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주거지역을 파괴함으로써 유엔 인권헌장을 위반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총을 든 군인들 앞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호소도, 유엔의 보고서도 소용이 없었다.


가자지구 떠나는 유대인들


가자지구 유대인정착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유대계·아랍계 주민들이 직접 맞부딪치는 충돌의 최전선이다. 

영국 BBC방송은 21일,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철수될 예정인 가자지구 정착촌의 유대인들이 아리엘 샤론 총리에 대한 배신감과 좌절감에 휩싸여 있으며, 정착촌을 떠나기 앞서 스스로 집과 가구들을 부수고 있다고 전했다.

칸 유니스 정착촌의 한 주민은 “내 집을 아랍인들에게 고스란히 넘기기 싫다”면서 옮기기 힘든 대형가구나 집기를 부수고 있었다. 이미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물러나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이스라엘 내의 다른 지역이나 가자지구 외곽의 다른 유대인마을들로의 강제이주를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뒤 아랍계에 맞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동유럽과 남미 등지의 유대인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샤론 총리는 80년대 주택부장관 시절 “이스라엘로 돌아온 이들에게 땅을 줘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고 무력점령지에 정착촌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군인들의 보호 속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정착촌 주민들에게 샤론 총리는 ‘아버지’나 다름없었고, 샤론 총리의 지지기반 또한 이런 가난한 유대인들이었다. (노동당-좌파-서유럽계-지식인에 반대되는 이스라엘 내부의 '2등국민들', 이들의 적개심을 아랍 쪽으로 돌리고 계속 부추기는 정치인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지난 2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서 1단계로 가자지구, 2단계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팔레스타인의 거센 저항으로 4년 반동안 수천명의 사상자가 난 이상 평화조치를 더 미룰수는 없다는 입장. 이스라엘 여론은 “불가피한 평화조치”라는 찬성론과, “아랍인을 위해 유대인을 버리는 짓”이라는 반대론으로 갈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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