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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

2005년이 끝나는 오는 31일 그리니치 표준시(GMT) 23시59분59초(한국시간 2006년 1월1일 오전 8시 59분 59초)를 기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협정세계시(UTC)에 1초를 더하는 윤초(閏秒)가 실시된다. 파리 천문대 소재 국제자전국(IERS)은 올해 마지막 초 다음에 23시59분60초를 삽입함으로써 1분을 61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윤초는 국제적 합의 하에 초정밀 원자시계에 맞춰 지구 전체의 시간을 조정하기 위해 1초를 더하거나 빼는 것. 지난 1967년 과학자들은 `1초'를 `세슘 원자가 9,192,631,770 번 진동하는 시간'으로 정의한 뒤 세슘원자의 진동수를 이용한 원자시계를 개발했다. 원자시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이지만, 지구의 자전이 약간씩 불규칙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2005, 토고] 오지마을 추장님 집에서.

바삼바 마을에서 제일 큰 집, 야판타 앙투안(60) 추장의 집을 찾아갔다. 집앞에는 `예침포게이'(도저히 이 발음을 따라서 한글로 적을 수가 없다;;)라고 부르는 액막이 흙무더기가 있었고, 그 위에 하얗게 바랜 소 머리뼈가 걸려 있었다. 마당에서는 한 청년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 채 음식을 저장하기 위한 커다란 토기를 만들고 있었다. 오지마을 촌장님을 만나다 야판타 추장은 1985년 추장이던 아버지가 숨진 뒤 자리를 이어받아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아버지의 아버지 대에 지은 것으로, 추장은 이 집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왔다. 마당에는 햇볕과 모래바람에 시달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여인들과 아이들이 있었고, 추장은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두꺼운 점퍼를 나름 멋내어 덧입고 있었다. ..

[2005, 토고] 탐베르마 마을에 갔던 이야기.

서아프리카 토고 북부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이 원시적인 모습으로 부족생활을 하는 원주민 마을이 있다. 14일 수도 로메에서 500㎞를 달려 탐베르마 지역에 있는 바삼바의 오지 마을을 방문했다. 바삼바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남단 해안에 있는 수도 로메를 벗어나자 겨울철 계절풍인 모래바람 하르마탄이 짙게 깔렸다. 북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하르마탄이 벌써 로메까지 이르고 있었다. 초원 저멀리 모래바람 속에 메마른 나무들이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바나에는 짙은 모래바람이 안개의 층을 이루듯 하얀색으로 초원을 한꺼풀 씌우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잘 뚫려있었지만 아무 제한표시도, 표지판도, 차선도 없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들을 스쳐지나며, 자동차는 갓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를 곡..

[2005, 토고] 냐마지히의 축구소년들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토고는 온통 축구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곳곳에 노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국가대표 축구팀을 파는 노점상들이 눈에 보였고, 거리의 빈터는 모두 축구장이었다. 13일(현지시간) 수도 로메시 외곽 헤지라나웨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밤늦게 도착해 마땅한 호텔을 찾지 못하고 현지 한국인 교회에 묵었다)를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토고 최대 축구장인 케게 국립경기장이 보였다. 수용인원 3만명의 케게경기장은 지난 10월8일 토고 국가대표팀이 아프리카 지역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인 콩고전을 치른 곳이다. 콩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헤지라나웨 일대는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함성으로 온 마을들이 들썩거렸다고 한다. 드문드문 나즈막한 집들이 있는 마을 한가운데에 덩그머니 경기장이 서있었다. 국..

[2005, 토고]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을 버려!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가 됐지만... 토고는 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나라다. 남북으로 길다란 칠레형 국토를 갖고 있고, 로메는 대서양과 면한 남단에 있다. 2005년12월12일. 토고 최고층 빌딩인 코린티아 뒤 페브리에르 호텔(2월 호텔) 35층 전망대에 올랐다. 이런 초고층 건물이 있으니 ‘미개 국가’는 아니다. 사람들은 자꾸만 토고가 얼마나 미개한지, 혹은 얼마나 개발된 나라인지를 묻는다. 미개발 국가가 맞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온 국민이 똑같이 가난하고 부자 나라에서는 온 국민이 똑같이 부자라는 환상을 버려! 우리나라는 비교적 ‘균등하게’ 발전해온 편이다. 하지만 모두가 우리와 똑같은 역사적 발전 경로를 갖고 있진 않다. 우리나라는 ‘일사불란 일사천리 싹쓸이 통일형’ 이런거 좋아하는데, 다..

곰돌이 푸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캐릭터 중의 하나인 `곰돌이 위니 더 푸(Winnie the Pooh)'가 최근 80살 생일을 맞았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푸가 지난 24일(현지시간)로 세상에 태어난 지 80년을 맞았으며 곳곳에서 푸의 생일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마음착하고 따뜻하지만 다소 아둔한 이미지인 푸는 스코틀랜드 작가인 앨른 밀른이 만든 캐릭터. 1925년 12월24일자 런던 이브닝뉴스지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밀른은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런던 동물원에 갔다가 `위니펙'이라는 이름의 아기곰을 보고서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곰돌이 캐릭터를 창안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니더푸'는 숲 속에 사는 아기곰 푸와 분홍 돼지 피글렛, 호랑이 티거 같은 친구들과 지내며 겪는 에피..

바람 때문에 기차가 날아가다... 강풍으로 일본 열차 탈선

혹한과 폭설이 몰아치고 있는 일본에서 강풍으로 열차가 탈선, 3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5일 오후 7시20분쯤 아키타(秋田)현에서 니가타(新潟)현으로 향하던 JR 특급열차 `이나호 14호'가 야마가타(山形)현 쇼나이초(庄內町)에서 탈선하면서 승객 3명이 숨지고 3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고는 강풍으로 열차 차량 6량 중 5량이 선로를 벗어나면서 일어났다. 사고 당시 열차는 시속 100㎞ 속도로 철교를 건너고 높이 5~6m의 둑 위에 놓인 선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돌풍이 몰아치면서 철로에서 비껴 나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열차는 탈선하면서 선로 옆 경사면에 있던 철골 주택을 들이받았으며, 이 충격으로 차체는 < 모양으로..

북일 교섭 재개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이 내년 1월 재개된다. 북한과 일본 협상팀은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이틀째 회의를 갖고 지난 2002년10월 이래 중단됐던 국교 정상화 협상을 내년 1월말부터 재개하기로 한다는데에 합의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양측은 그동안 일본이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던 북측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돚미사일 등 안보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정상화 협상과 병행해 교섭을 진행한다는데에 의견을 모았다. 다음달 협상은 북한과 일본이 아닌 제3국에서 일주일 정도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9월 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당시 발표한 `북일 평양선언'에서 납치문제를 포함한 `제반 현안'과 `과거 청산'을 포괄적으로 ..

50년간의 잡동사니 발명품 Best 50

워크맨, 아이팟(iPod), 폴라로이드 카메라... 현대인의 가방 속, 호주머니 속은 각종 휴대용 전자제품들로 가득하다. 미국 컴퓨터잡지 `PC월드'는 25일자(현지시간) 인터넷 판에서 지난 50년간 세계인을 사로잡은 `주머니속 잡동사니 50가지'를 꼽았다. `잡동사니(gadget)'라고는 하지만 상당한 고가품에 해당되는 휴대용 전자제품들이다. 1위는 휴대용 테이프레코더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일본 소니의 워크맨이 차지했다. 지금은 어린아이들도 주머니 속에 디지털 제품 하나씩은 갖고 다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워크맨은 `돈 있는 집 자식들'에게만 허용되던 사치품이었고, 워크맨 도난사건이 심심찮게 화제에 올랐었다. 파란색과 은색의 외장을 갖춘 워크맨 TPS-L2 모델은 1979년 출시됐을 당시 선풍적인 ..

베들레헴의 슬픈 크리스마스

해마다 12월25일 성탄절이 되면 교황청 특사가 이스라엘에 점령된 동예루살렘을 거쳐 고대부터 존재해온 오래된 길을 따라 베들레헴을 찾는다. 그러나 올해에는 교황청 특사도 예수 탄생 성지인 베들레헴에 들어가려면 육중한 금속탐지기 엑스레이 검색대, 보안요원들의 수색을 거쳐야 한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봉쇄작전으로 평화와 축복 대신에 경계와 적대 속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 베들레헴의 분위기를 전했다. 베들레헴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는 성지이고,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에게도 성탄절은 축복받은 날이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베들레헴은 이스라엘령이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립과 공포 분위기에서 성탄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