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경제가 침체를 벗고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고용시장에도 봄이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직접 인력을 찾아나서는 풍경이 오랜만에 등장했고, 일본에서는 대기업들의 신규 채용 붐이 일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3일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곳곳에서 구인난 조짐까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설노동자, 간호사, 공인회계사 등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가리지 않고 신규 인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몇몇 주(州)에서는 취업 희망자가 기업체에 문의전화를 걸기만 해도 인사담당자들이 나서 적극적인 회사 홍보를 벌인다. 미국에서 기업들이 구직활동에 팔을 걷어 부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른바 `신(新)경제'의 거품이 꺼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개월간 미국에서는 월평균 새 일자리 22만6800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의 경우 새 일자리 24만3000개가 나왔다. 선트러스트뱅크의 경제분석가 그레고리 밀러는 CSM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회복에 장애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인플레 방지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경제는 FRB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전체의 실업률은 4.8%로, 전달보다 오히려 조금 높아졌다. 이는 취업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취업시장의 활황을 반영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자 구직 포기자들이 다시 취업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한 것.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178개 대도시 지역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고, 33개 중소도시 실업률은 더욱 낮은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소도시와 대도시 순으로 고용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건설노동자 품귀현상까지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고용시장을 살리는 동력은 중소기업들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AT&T 같은 거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잇달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대량해고가 일상화됐는데도 새 일자리들이 늘어나는 것은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보험회사 같은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플로리다주가 장기적 고용확대 계획을 밝힌 외국계 기업에 주 내의 보험회사 인수를 허가하는 등, 각 주정부들이 고용 우선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CSM은 전했다.
"내년 채용 늘리겠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4일 경제침체기에 크게 늘어났던 실업보험 수급자 수가 지난해 말 13년 만에 6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취업난과 중소기업 경영불안 때문에 디플레 시기에 대폭 확대했던 사회안전망 이용자 수가 경기회복 덕에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업보험 수급자수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에 비해 5% 줄어든 59만 명을 기록했다. 경기가 바닥을 쳤던 2001년 한때 수급자수가 110만 명까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떨어진 수치다.
전날 요미우리(讀賣) 신문 조사에서는 주요 100개 기업 가운데 87개 기업이 내년도 신규 채용을 올해보다 늘리거나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곳 뿐이었다. 일본 경제가 반짝 상승이 아닌 지속적인 성장세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늘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을 기점으로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의 은퇴가 예정돼 있어 당분간 고용시장 활황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요미우리는 "대학 졸업생들이 오랜만에 원하는 회사를 골라 취업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바와 혼다는 각각 13년, 16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에 1000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며 후지쓰, 소니 등 대기업들도 올해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들은 극심한 취업난의 산물이었던 임시자유직들, 이른바 `프리터족(族)'들이 사라질 지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