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불쌍한 마사코

딸기21 2006. 2. 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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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의 차남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40)의 아내 기코(紀子·39)가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 일본 황실의 `아들 부재' 때문에 여성 천황을 허용하자는 황실 전범(典範) 개정안이 추진돼왔는데, 기코의 임신은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여성천황에 반대해온 보수 우파들은 당장 `전범 개정 신중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범 개정을 밀어붙여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일본 궁내청은 7일 오후 천황의 둘째며느리 기코가 셋째 아이를 가졌으며, 오는 9월말 출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990년 결혼한 아키시노노미야와 기코는 마코(眞子·14)와 가코(佳子·11) 두 딸을 두고 있다. 황태자인 나루히토(德仁·46)는 아내 마사코(雅子·42)와의 사이에 딸 아이코(愛子·4) 하나만을 뒀다. 차

남 부부의 셋째 아이가 남자이면 아이코를 제치고 나루히토와 아키시노노미야에 이은 황위 계승서열 3위가 된다. 하지만 황실 전범이 `제1자 우선'으로 개정되면 황태자의 딸 아이코가 2위로 올라서고, 새로 태어날 아이는 성별에 상관없이 6위로 밀린다.





일본 정부는 아키시노노미야 이래 40년간 황실에 남자가 태어나지 않자 여성과 여계 천황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황실 전범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실 직속으로 `황실전범에 관한 전문가회의'라는 기구를 두고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와 천황 간에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었다.

천황 부부와 나루히토 황세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 중인 마사코 황태자비의 압박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범 개정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도 마사코에 대한 동정론이 상당히 크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성 천황을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황실 일부의 보수파와 우익 정치인들, 산케이신문 등 우익언론들은 전범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나루히토 황태자 다음에는 딸 아이코가 천황이 되고, 아이코가 결혼해 낳은 아이가 다음 계승자가 된다. 일본 황실이 한번도 단절된 적이 없는 `만세 일계(万世一系)의 혈통'이라고 주장하는 보수파들은 "여성-여계천황이 용인되면 황실 혈통이 바뀐다"며 반발해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7일 오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금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국회에 제출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자민당내 보수파 모임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소속 의원들은 "황실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국회에서 이를 무시하는 것은 실례"라면서 개정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신문들은 통상 16~20주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 성감별이 가능하다며 새로 태어날 아이의 성별이 고이즈미 총리의 개정안 추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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