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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 붕괴 뒤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던 일본이 `호리에 충격'에 휩싸였다. `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 `경제계의 신(新)인류'로 각광받던 벤처기업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3) 전 사장이 분식회계와 장부조작 등의 혐의로 23일 검찰에 전격 체포된 것. 경제부흥을 꿈꾸는 일본의 분위기와 맞물려 스타로 부상했던 호리에의 몰락은 한 기업가의 실패 사례를 넘어 일본 전반의 배금주의에 대한 질타로 받아들여지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도쿄(東京) 지검 특수부는 지난 2004년 계열사를 통해 한 출판사를 인수하면서 허위정보를 공시하는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호리에 전 사장을 비롯한 라이브도어 간부 4명을 체포했다. 라이브도어는 당시 인수 대상인 출판사의 주가를 부풀린 뒤 곧바로 매각해 8억 엔의 차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호리에를 태운 차량이 도쿄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라이브도어의 홍보담당자는 분식회계와 허위사실 유포, 주가 조작 혐의가 드러난 뒤에도 호리에가 "죄를 지었다는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 벤처기업가의 망상이 빚은 헤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번 사건이 일본 전역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이면에는, 여론을 양분시켜온 호리에의 바로 그런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1996년 도쿄대 재학시절 600만 엔을 들고 인터넷업체 `에지(Edge)'를 창업, 10년 만에 도쿄증시 신흥시장에 상장시키고 업계 총아로 부상한 호리에는 드러내놓고 `배금주의'를 선언한 인물로 더 유명하다. 그는 재작년 출판된 자서전에서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썼다. 같은 해 7월에는 "세계제일의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포하면서 "그것은 정해진 노선이며 골을 향해 달려가는 주사위놀이 같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호리에가 프로야구 오사카(大阪) 긴테쓰(近鐵) 버팔로스 인수를 선언하고 오사카 돔에 섰을 때에는 1000명 넘는 팬들이 모여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영업이익이든 시가총액이든 무엇이든 좋으니 세계 제일이면 된다"고 했던 그의 꿈은 목전에 와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쿄 시민들이 23일 호리에의 구속 소식을 담은 호외를 받아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는 호리에 등 젊은 기업가 7명이 감수를 맡은 `인생게임 M&A'라는 게임이 발매됐다. 재무 전문가들을 측근으로 두고 적대적 M&A를 통해 기업 자산을 불리는 이 게임은 10만개 이상 팔렸다. 승자는 수조 엔의 자산을 갖게 되지만 사업에 실패하면 `좌절의 땅'에 코마(혼수) 상태로 눕혀진다. 아사히신문은 "에지(첨단)를 걸었던 호리에는 지금 좌절의 땅에 눕혀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라이브도어와 제휴했던 후지TV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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