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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출근

모처럼의 연휴였다. 연말 수요일 야근이 들어있어서 목,금,토요일을 집에서 놀았다. 오늘은 새해 첫 출근. 할 일은 여전히 쌓여 있고. 약속도 많고. 내 책상 옆에 조르르 모아둔 난초들. 생각해보니, 난초를 처음으로 키워본 것이 중학교 때다. 仙玉 이라는 녀석이었다. 결혼하고 한동안 열심히 기르다가 나중에 다 죽여버렸고... 하지만 아예 죽이기로 작심하지 않은 바에야, 난초 키우기라면 자신 있다. 죽어가는 난초 살리기도 잘 하고... 사진의 맨 왼쪽은 작년 가을 인사철에 체육부에 들어온 것을 하나 얻어온 것.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데, 너무 잘 커서 어린 싹도 많이 돋아나고... 누구 말마따나 거의 밀림처럼 무성해져서, 오늘 일부를 분가시켰다. 저기서 갈라져나온 것이 오른쪽 두번째, 깜장 화분에 이는 녀석이..

바빌론, 사마라, 페트라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참 막막하다. 낯선 세계, 때로는 낯선 나와의 만남을 누군가에게 생생하게 풀어놓기란 힘든 법이다. 거대한 유적들과 만났던 순간들을 생생히 떠올려 말이나 글로 옮기는 것도 쉽지는 않다. 수천 년 역사의 무게가 던져준 압도감. 그런 감정을 되새겨볼 때 내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그다드, 그리고 바빌론이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7년 전 나는 이라크에 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사막, 고상한 이라크 사람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그리고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바빌론이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 싹텄던 그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 외국인들은 흔히 바빌론이라 부르고 이라크인들끼리는 바벨(바벨탑의 그 바벨이다)이라 부르는 사막의 쇠락한 유적. 전..

팔레스타인의 벽화 예술

이스라엘의 침공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은 여전히 처참하다. 전기도, 난방용 기름도, 물과 식량 등 생필품 공급도 모두 이스라엘군에 봉쇄돼 난민촌 주민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 그러나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저항의 의지와 함께 예술이 피어난다. 알자지라 방송은 30일 인터넷판에 미사일과 화학무기가 휩쓸고 간 가자지구의 폐허에서 빛을 발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벽화 예술’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인구가 밀집한 가자시티와 난민촌 골목 곳곳에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공격과 봉쇄, 그로 인한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묘사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스프레이로 서툴게 갈겨쓴 구호들도 있지만, 근래에는 정교하고 컬러풀한 벽화로 진화하는 추세다. 쿠파체, 디완체, 나크시체 등 아랍어의 여러 서체..

반가운 카드

어제 사무실로 우편물이 왔다. 책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영화에 대한 책. 갸우뚱하는 순간 번역자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전, 참 이뻐했던 한 후배의 이름. 혹시나 싶어 열어보니 역시 그 녀석이다. 영화판에 들어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한 몇년 궁금해하다가 졸업한지 오래되다보니 연락할 길도 없어져 인연이 끊겼나 했다. 손으로 만든 카드, 그리고 선물로 같이 보내준 책갈피, 빼곡한 손글씨. 마음이 따뜻해진다. 답장 써서 봉투에 넣어 가방 안에 넣어놓았다. 해 바뀌어 월요일에나 부치겠지만. 며칠 전에는 중국에 있던 룰루가 잠시 들어와 진주목걸이를 내게 주었고 마냐님 옆구리를 찔러 갖고 싶었던 동물 책을 선물받았고. 2009년, 수월치는 않았지만 좋은 인연들도 그만큼 많았던 한 해.

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차이나프리카 LA CHINAFRIQUE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공저/이희정 역/파올로 우즈 사진 | 에코리브르 중국인들의 이주 역사는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지만 19세기 말 유럽인들의 흑인 노예 대신 중국인과 인도인 쿨리들을 데려다 부리면서 이주민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호주의 광산, 파나마 운하, 벨기에령 콩고와 모잠비크의 철도 공사,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미국 센트럴퍼시픽 철도공사 등 당대의 대규모 토목공사에 200~800만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필요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2005년 중국 언론들은 명나라 시절 정화의 원정대 600년을 기념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 아프리카..

딸기네 책방 2009.12.30

예멘, '아프팍'의 데자뷔

지난 3월 한국인 여행객들을 폭탄테러로 살해한 예멘 알카에다 조직이 ‘성탄절 항공기 테러’ 미수사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예멘에서 대테러 전선을 넓혀가고 있지만, 예멘 친미정부는 알카에다 조직과 여러 갈래로 얽혀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예멘으로 번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 살해사건 주범이었던 예멘의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는 28일 웹사이트에 성명을 올리고 “우리가 나이지리아인에게 최신 장치를 내줬는데 기술적인 결함 때문에 폭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은 21일 미국이 예멘 정부를 시켜 자기네 본거지를 공습하고 있다면서 항공기 등에 대한 테러공격을 경고했었다. 예멘 정부도 28일 “항공기 테러를 저지르려다 붙잡힌 나이지리아인 ..

어제의 오늘/ 1978년 DDD 전화기의 등장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에…. 디디디, 디디디.” 1989년 가수 김혜림의 노래 ‘디디디’의 가사다. 1902년부터 시작된 한국 공중전화의 역사에서, 누구나 쉽게 먼 지방으로도 전화할 수 있는 장거리 DDD 공중전화기가 도입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휴대전화 없이 못사는 요즘이고 보면 공중전화는 고릿적 얘기로 들리겠지만 20년 전만 해도 공중전화를 노래한 가요까지 나와 히트를 칠 정도였다. 그 DDD 전화기가 처음 나온 것은 78년 12월 30일이었다. 처음 설치된 DDD 공중전화기는 동양정밀공업주식회사에서 만든 것으로 노란색 벽걸이 모양이었다. 10원짜리와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시내·시외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장이 많고 거스름돈도 잘 나오지 않아, 정작 이 전화기는 오래가지..

마뜨료시카

크리스마스에 꼼꼼이 마뜨료시카 선물해주려고 했는데, 맘에 드는 것은 너무 비싸서 못샀다. 게고 블로그에 가니까 마뜨료시카에 꽂혀서 이것저것 이미지들을 올려놓았는데, 덩달아 나도 전염이 되어 어제 이너넷 뒤지며 놀았다. 인형 디자인을 이용한 이쁜 것들이 참 많네. 요런 건 꼼꼼이한테 컬러프린트 해주면 좋아하겠다.

이란 또 유혈사태... 10명 사망

이란 반정부 시위로 또다시 대규모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이슬람 시아파 명절인 아슈라를 맞아 테헤란 등지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자 진압병력이 시민들에 발포, 10명이 숨졌다. 개혁파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조카가 저격수에 암살되면서 시위가 더욱 격해진 가운데, 희생자의 주검을 도둑맞는 일까지 벌어졌다. 6월 대선 때 미온적인 비판만 했던 미국은 이번에는 즉시 이란 강경파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반년만에 최악 유혈사태 프레스TV 등 현지 언론들은 27일에 이어 28일에도 반정부 시위대가 테헤란 시내 중심가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3명 이상 집결금지령’을 내린 이맘후세인 광장 등에 시위대 수천명이 나와 경찰과 대치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에 불을 붙이고 “(최고지도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