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어제의 오늘/ 1978년 DDD 전화기의 등장

딸기21 2009. 12. 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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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에…. 디디디, 디디디.”

1989년 가수 김혜림의 노래 ‘디디디’의 가사다. 1902년부터 시작된 한국 공중전화의 역사에서, 누구나 쉽게 먼 지방으로도 전화할 수 있는 장거리 DDD 공중전화기가 도입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휴대전화 없이 못사는 요즘이고 보면 공중전화는 고릿적 얘기로 들리겠지만 20년 전만 해도 공중전화를 노래한 가요까지 나와 히트를 칠 정도였다. 그 DDD 전화기가 처음 나온 것은 78년 12월 30일이었다.

처음 설치된 DDD 공중전화기는 동양정밀공업주식회사에서 만든 것으로 노란색 벽걸이 모양이었다. 10원짜리와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시내·시외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장이 많고 거스름돈도 잘 나오지 않아, 정작 이 전화기는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 
82년 말에 DDD 전화기들은 더 발전된 MFC 장거리 자동공중전화기로 바뀌었고 누런 DDD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장거리 통화’는 곧 DDD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인식돼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동식 공중전화제도가 실시된 것은 1954년이다. 전화국에서 관리자를 지정, 검은색 탁상형 전화기를 놓고 일반인들이 와서 쓸 수 있게 했다. 옥외 무인공중전화가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62년이었다. 당시 산업박람회장에 설치됐던 부스식 전화기를 가져다 서울 도심 10곳에 놓았다 한다. 거리 공중전화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사실상 이 때부터다.

무인기가 설치되기 전인 61년말에 680대였던 공중전화는 66년말에는 2588대로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몰려 있었다. 전국 곳곳에 공중전화를 늘리면서 81년에는 61,800대로 늘었다. 정점에 이르렀던 99년에는 56만4000대의 공중전화가 거리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대가 되면서 공중전화는 내리막을 걸었다. 2000년 14만7000대에서 올해는 9만7000대로 줄었다. 

앞으로 서울 같은 대도시 중심가에서는 공중전화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26일 “현재 운영중인 공중전화의 17.5%인 1만7000대를 3년간 점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중전화 요금은 62년 1도수 5원에서 지금은 7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돈 가치가 바뀐 것과 관리 인력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2007년의 경우 KT가 공중전화로 벌어들인 수익은 총 312억원인데 같은 기간 관리에 들어간 비용이 1046억원이라 한다. 이동전화가 없거나 긴급전화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적자 때문에 단계적으로 줄이지 않을 수 없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어느 나라든 사정은 비슷한 모양이다. 사라져갈 처지가 된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하는 재미난 아이디어들이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 중 한 예는, 공중전화 부스를 고쳐 ‘초미니 도서관’으로 만든 영국 사례다.


영국 남부 서머셋마을 사람들은 브리티시텔레콤에서 철거 예정인 공중전화 부스를 1파운드(약 2000원)에 사들여 책꽂이를 집어넣었다. 요리책, 동화책에서부터 고전소설과 DVD·CD까지, 작지만 구색을 갖춘 24시간 열람형 도서관이 탄생했다. 전화부스로 화장실을 만들거나 거리미술로 꾸민 곳도 많다. 한국의 공중전화 부스들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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