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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노우스키, '과학과 인간의 미래'

과학과 인간의 미래 A Sense of the Future: Essays in Natural Philosophy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임경순 옮김. 김영사 얼마전 읽은 '루시,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김영사에서 펴낸 '모던&클래식' 시리즈 중의 하나다. 그 시리즈의 '도도의 노래'나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오래된 책이다. 에세이 묶음집인데 처음 나온 것이 1977년. 국내에선 그 20년 뒤인 1997년 임경순 선생 번역으로 이미 한차례 출간됐다가 최근에 출판사와 포장이 바뀌어 다시 나왔다. 한글판에 적힌 저자 이름은 동유럽식의 '브로노프스키'에서 10여년 만에 영어식 '브로노우스키'로 바뀌었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오늘날의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한 과학자..

조너선 스펜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To Change China : Western Advisers in China (1969)조너선 스펜스. 김우영 옮김. 이산 조너선 스펜스다. 중국에 딱히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조너선 스펜스의 책을 나오는족족 모조리 읽고자 결심한 터라...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것은 무조건 사두고 보자는 심리도 있거니와) 이 책도 보이자마자 재빨리 업어왔다. 스펜스의 책이 굴러다니고 있는데 아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니, 복 받았다!!! 무려 1969년에 나온 책이다. 허나 스펜스의 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국내에 출판된 그의 책 중에서 이산에서 나오지 않은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한 권 빼고. '현대 중국을 찾아서' 2권은 정통 역사서에 가깝지만 그 나머지 책..

딸기네 책방 2012.04.03

루시, 최초의 인류

루시, 최초의 인류 The Beginnings of Humankind도널드 조핸슨. 진주현 해제, 이충호 옮김. 김영사. 미국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루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썰렁하다. 문제의 '루시'는,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존재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책을 읽고 있던 우리 딸도 "엄마가 읽던 책에 나온 '루시'가 여기에도 나왔어요!" 하면서 제 책을 들이밀 정도이니 말이다. 아파르 지역에서 나왔다 해서 '호모 아파렌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루시는 1974년 발굴됐다. 저자는 루시를 발굴하기까지의 과정, 루시의 발굴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고인류학..

읽은 책들, 그리고 요즘 생활

날이 화창하다. 집안에서 내다보기에는. 어제도 그랬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실제 기온은 쌀쌀하다. 서울보다야 도쿄가 따뜻하다지만, 바람이 많이 분다. 어제는 하루 종일 꼼양과 집안에만 있었다. 둘이 자전거 타고 나들이하는 것 외에는, 둘 다 집안에 콕 박혀서 지내는 지금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늘 가던 카페에도 책 읽으러 가지 않았고, 그 대신 '해품달'과 '하이킥 역습'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놀았다. 먹을거리는 계속 걱정이다. 며칠 동안 '물채소'라는 것을 많이 사다먹었다. 한자로 水菜라 써있는데 우리말 이름은 모르겠다.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 아무런 맛도 향기도 없어 오히려 아무 음식에나 넣어 먹기 편한 채소다. 그리고 늘 그렇듯 두부, 오뎅, 꼼양이 '유두부'라고 부르는 살짝 튀긴 두부..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인식을 호도하는 잘못된 제목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 그들이 세계를 돕는 이유 카너 폴리 저/노시내 역 | 마티 | 원서 : The Thin Blue Line: How Humanitarianism Went to War (2008) 책을 처음 접할 때부터 제목이 좀 지나치다 생각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은 인도주의 구호기구 활동가로 일해온 저자가 오랜 경험을 통해 '인도적 지원' '인도주의 구호활동'의 실상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유엔난민기구 등에서 일했다는 저자는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구호활동가'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생생히 전한다. 그 중에는 구호활동의 한계나 구호기구의 관료주의 문제, 구호기구의 예산 쓰임새, 구호기구에 대한 관리감독 문제, 기금을 ..

딸기네 책방 2012.03.06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나일등 옮김. 후마니타스. 지난해 말부터 이것저것 일처리할 것들이 많아...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 책을 좀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왔다갔다 할 때부터 손에 들고 다녔고, 서울 집에서는 바닥에 굴려두고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읽었는데... 548쪽에 이르는 얇지 않은 책이라 쳐도, 몇달에 걸쳐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미국 저술가들의 '저널리스틱한 글쓰기'와는 좀 다르다. 앨런 와이즈먼 같은 재미는 없지만, 좀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천착한다는 느낌이랄까. 책에는 미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오만가지 '가난하게 되어버린 이유'들이 백과사전처럼 펼쳐진다. 진보-보수(민주-공화)의 진영논리를 떠나 가난에..

딸기네 책방 2012.03.01

'알파레이디 리더십포럼'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바로가기 포럼을 기획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이 포럼을 기획한 것은 경향신문 유인경 선임기자와 인터랙티브(interactive) 팀입니다. 인터랙티브팀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함께 (미디어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팀입니다. SNS(소셜네트워크) 활동과 블로그 운영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중의 한 축이 독자와 함께 하는 ‘인터랙티브 기획’이었습니다. 시민들과 기자가 함께 참여해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해본 ,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과 취업준비에서 최종면접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 했던 , 그리고 이 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은 단순했습니다. 알파걸, 알파걸 하는데 왜 ‘걸(girl)’에서 그치는 걸까. 알파 레이디로 성장하..

[스크랩] 기러기 가족

기러기 가족 이상국 -아버지 송지호에서 좀 쉬었다가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오랜만에 읽는 시다. 함민복 시인이 엮은 를 득템한 기념으로, 간만에 시를 읽는다. 주루룩 훑어보다가 눈에 들어온 첫 시. 나는 하염없이 날아야 하는 새일까, 저 밑의 날개도 없는 존재일까? 아무 상상력 없이 고른 그림 하나. 아버지 브뤼헬의 Winter Landscape With A Bird Trap. 아버지가 됐든 아들이 됐든, 브뤼헬은, 내게는, 어떤 상상력도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작가. 그렇지만 그림을 보면 싫지 않은, 희한한 작가.

아침의 낚시질- 건져올린 책들

아침형 인간이어서 좋은 게 많다. 아침에 남보다 살짝 일찍 출근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책정리'를 한다. 큐티양에게 온 책들을 뜯어서 여행관련된 것은 큐티 몫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중 몇권씩 골라오는데, 건질 것들이 적지 않다. 오늘아침 낚아온 것들. 백만년만의 시집이다. 함민복 엮음, . 일단 엮은이가 함민복이고... 이성복 나희덕 이규보 곽재구 프리모 레비... ㅎㅎ . 목차가 빽빽해서 일단 집어왔다. 그 다음 두 권은 나하고 영 궁합이 안 맞을 것이 확실하지만 갖고다니면 폼 좀 날법한 책들. , 슬라보예 지젝의 . 지젝의 책은 오래전 일본에서 놀 때 읽은 것이 전부다.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난 이렇게 복잡한 건 못~해! 그런데 는 로쟈님이 옮긴 것이고, 또 부제가 '9.11 테러 이후의 세계..

인종주의에 대한 책들

인종주의라는 주제 자체를 전면에 내세워 분석한 책들이 국내에 많이 출간돼 있지는 않다. 박경태의 《인종주의》(개념사, 2009)는 인종·인종주의의 정의와 역사를 소개한 책으로, 한국 사회에서의 다문화주의 논의와 인종주의적인 양상 등을 덧붙였다. 폴 C. 테일러의 《인종: 철학적 입문》(강준호 옮김, 서광사, 2006)은 인종주의의 철학적 측면을 다루면서 인종주의-반인종주의 사이의 윤리학을 다루고 있다. 인종주의가 힘을 발휘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때로는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노골적인 학살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계급적-성적-지리적 차별구조 속에 뒤섞여 있어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인종주의의 얼굴과 그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차별구조들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