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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내 이름

빛은 내 이름 1, 2 veinte anos, Luz. 엘사 오소리오. 박선영 옮김. 대교북스캔 6/28 아르헨티나 ‘더러운 전쟁’ 때 벌어진 ‘도둑맞은 아이들’을 주제로 한 소설. 이사벨 아옌데의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이랄까. 정적이나 반대세력을 학살하는 군부독재정권. 여기까지는 수많은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 도둑질’에 이르면 ‘대체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반정부 세력으로 찍힌 사람들을 붙잡아 고문해 죽이는데, 그 중 임신한 여성 수감자들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군인 가정이나 부유층 가정으로 넘긴 것은 대체 어떻게 봐야 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가차 없이 죽였다니..

딸기네 책방 2012.08.22

이슬람의 세계사 1, 2

이슬람의 세계사 1, 2 A History of Islamic Societies 아이라 M. 라피두스. 신연성 옮김. 이산. 8/21 이슬람 세계의 역사에 대한 교과서라 할 만하다. 800쪽 가까운 분량의 책이 두 권이다. 이산 시리즈로 나왔는데, 이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게 알차고 방대한 책이다. 일단 책 두께가 눈과 손을 압도한다. 전철 안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가 많은데, 워낙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슬람의 태동에서부터 2001년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직후까지의 역사를 줄줄이 훑었다. 지리적으로는 가히 이슬람 세계 전체를 아우른다. 오늘날의 중동(아랍과 이란)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아프리카까지 망라했다. ..

딸기네 책방 2012.08.21 (2)

의혹을 팝니다-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의혹을 팝니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에릭 M. 콘웨이, 나오미 오레스케스.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5/16 정말 재미있었던 책. 일군의 미국 과학자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농락하려 하는지를 탐사보도처럼 추적했다. 냉전 시대에는 군비확산을 부추기면서 국방부와 손잡고 이익을 챙기다가, 냉전이 끝나니 잠시 끈 떨어진 신세가 되었던 ‘어용 과학자’들. 그러나 거대 기업들과 우익 언론들은 늘 이런 자들을 필요로 하게 마련. 이 못된 과학자들, 더 이상 ‘과..

딸기네 책방 2012.08.17

아서 쾨슬러, '한낮의 어둠'

아서 쾨슬러의 (문광훈 옮김. 후마니타스)을 읽었다. 지난해 가을, 마포의 후마니타스 책다방 주차장에서 열린 책 싸게팔기 행사 때 사다놓았던 소설이다. 피아노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다가 일본으로 가져와서는 다시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는 짓. 언제부터였을까? 소설이 아닌 책들을 주로 읽게 되면서부터 누워서 책 보는 것을 안 하게 됐다. 누워서 보는 책은 아주 재미있어야 하는데, 내가 보는 책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하더라도 대개 밑줄 쳐가며 읽어야 하는 '정보성' 서적들이다보니 버릇이 그렇게 바뀌어버린 것 같다. 엊그제는 꽤 피곤했다. 이틀 동안 하루 너댓시간씩 비포장 도로를 걷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고 집에 온 터..

딸기네 책방 2012.05.29 (1)

추억의 ABE 목록- 원제/작가/재출간

인터넷에서 퍼다 모으고, 제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원래의 ABE는 해적판(당시엔 저작권 개념도 없었지만)에다가 일어책 중역 의혹이 짙은 것들도 많아서, 책 이름 저자 이름이 좀 엉망입니다... 책이야 더할나위 없는 것들이었지만 ㅎㅎ ABE 1 : 나의 학교 나의 선생 (조반니 모스카, 허인 역) 추억의 학교 / 조반니 모스카 / 김효정 (옮긴이) / 우리교육 Ricordi di Scuola / Giovanni Mosca ABE 2 : 조그만 물고기 (에릭 크리스챤 호가드, 박순녀 역) The Little Fishes / Erik Christian Haugaard ABE 3 : 형님 (제임스 콜리어, 이가형 역) My Brother Sam Is Dead / James Lincoln Collier ABE ..

딸기네 책방 2012.05.22 (1)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Who Sings the Nation-state?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대담 | 산책자 | 2008년 07월 굉장히 어려우면서, 또한 재미있었다.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주디스 버틀러와 가야트리 스피박은 모두 여성이다. 버틀러는 젠더와 관련된 정치이론을 발전시켜온 사람이고, 스피박은 서발턴 문제에 천착해온 사람이다. 책은 '국가/민족국가/주권'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담을 싣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서발턴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소수자의 감수성이 물씬 묻어난다. 여성, 원주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긴 자들, 팔레스타인의 난민들, 이 모든 소수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젠더 문제에 대해 정색하고 고민하거나 공부해 본 ..

딸기네 책방 2012.05.19 (1)

사육과 육식- 내용도 번역도 엉망인 책

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리처드 W.불리엣 저 | 임옥희 역 | 알마 딱 내 취향 아닐까 생각했는데... 영 내용이 엄떠여. 상업적 대량사육시대(저자는 이걸 '후기사육시대'라고 마치 대단한 시대구분이나 되듯이 '후기' 붙여 이름지었다)가 되면서 동물의 생식과 도축 같은 원초적이고 피튀기는 장면을 사람들 눈 앞에서 사라진 뒤로, 오히려 사람들은 폭력이나 폭력적 섹스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식선에서의 추론 정도- 즉 저자의 '상상'에 머물 뿐, 근거 자료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가이자 작가라고 한다. 문제의식은 재미있으나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지, 그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포르노를 많이 봐서..

딸기네 책방 2012.05.13

복제양 돌리 그 후

복제양 돌리 그 후 AFTER DOLLY 이언 월머트,로저 하이필드 | 이한음 역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04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던 때가 기억난다. 멋모르고 국제부에서 텔렉스 받아 외신기사 훑어보는 당번을 하고 있었다. 과학 담당기자를 해서 과학 쪽 일을 많이 아는 여자선배가 계셨다. 나는 그때 정말이지 뭘 통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 것도 몰랐다. 과학도 몰랐고 영어도 몰랐고... 외국 통신 읽는 것도 서툴렀다. 더더군다나 '클론'이란 것은 몰랐다. 사전을 찾아보니 '쌍둥이'였다. 왜? 왜 쌍둥이가 문제가 되지? 돌리? 뭔 돌리? 양의 쌍둥이가 왜 문제야? 왜들 난리야?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이 그 유명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었다는 것을. 한 가지 위안이 있었다면, 아마도 나 뿐 아..

딸기네 책방 2012.05.06 (1)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현대사'

팔레스타인 현대사 : 하나의 땅, 두 민족 A History of modern Palestine일란 파페 저 | 유강은 역 | 후마니타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가 팔레스타인의 현대사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팔레스타인'은 오늘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지역과 동일시되는 곳 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만든 팔레스타인 '독립운동 세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포괄하는,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이라 불려왔던 지역'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중 어느 한 쪽을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 지역 '모든 가려진 사람들', '모든 빼앗긴 사람들'의 입과 눈이 되어 이 지역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시대적으로는 19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영국에 밀려나던 시기부터 시작해..

딸기네 책방 2012.04.09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최초의 3분 The First Three Minutes(1994)스티븐 와인버그. 신상진 옮김. 양문 책이 신간으로 회사에 갓 도착했을 때 그쪽 부서를 기웃거리며 주워온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나오기 전부터 다른 물리학 교양서들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몹시 궁금해하고 있었고, 잽싸게 집어오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더랬다. 그런데 아직까지 쟁여만 두고 있다가... 지금 확인해보니, 국내 발행된 것이 2005년이다. 그러니 쟁여두고 무려 7년을 열어보지 않았던 셈이 되네... 일단 펴든 뒤에는 죽죽 읽어나갔다. 책은 미국 핵물리학자인 와인버그가 1973년 하버드 대학 과학관 개관식에서 한 연설을 기초로, 빅뱅 이후 '첫 3분'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와 추측을 덧붙여 펴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딸기네 책방 201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