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 간만에 재미난 책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 클라이브 크리스티 (엮은이) | 노영순 (옮긴이) | 심산 | 2004-09-06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책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몇 해 전에 어느 서양 외교관이 쓴 ‘한권에 담은 동남아시아 역사’라는 것 한 권 보고 나서 적당한 교재를 찾지 못한 것도 있고 내 관심사가 아닌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치워놓고 있다가 이번에 세미나 커리큘럼으로 이 책이 들어간 덕에 읽게 됐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가 훌륭하냐면, 동남아시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모헨조다로 앙코르와트 이런 식으로 출발해버리면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김이 좀 빠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20세기에 초점을 맞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여러 지역들의 풍경을 전한..

딸기네 책방 2006.10.19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Long Walk to Freedom: The Autobiography of Nelson Mandela (1994년) 넬슨 만델라 (지은이) | 김대중 (옮긴이) | 두레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투사로 인종차별 철폐 투쟁을 벌이던 만델라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흑인 이웃나라들을 돌면서 지원을 호소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감옥에 가기 전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니에레레 대통령(탄자니아 대통령)은 내가 음베야로 갈 때 그의 전용기를 빌려주었다. 거기서 다시 로바체로 가는데 조종사가 내게 카니에에 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왜 계획이 변경되었는지 걱정스러웠다. 카니에에 내리니 지방 치안판사와 보안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백..

딸기네 책방 2006.10.16

노벨문학상은 오르한 파묵에게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합니다! '내이름은 빨강' 느무느무 좋게 읽었던지라, 파묵의 수상이 기쁘다. 올해도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바르가스 요사(어쩐지 정이 안 가는), 아모스 오즈(이 사람이 수상해도 굉장히 기뻤을 터이지만), 아도니스(통 접하기 힘들어서 잘 모르겠음), 고은 시인(문학성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걸 우리도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나;;)... 파묵의 수상-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이름은 빨강' 이외의 다른 소설을 사실 읽지 못해서 단언하긴 힘든데, 98년 작품으로 2006년 상받았으니 노벨상 싸이클이 엄청 빨라지긴 한 모양이다. 과학분야에서는 업적과 수상 사이 시차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젠 문학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

딸기네 책방 2006.10.13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칭기스칸 시대와의 낯선 대면

Genghis Khan and the Making of the Modern World (2004)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사계절출판사 | 2005-02-01 일단 재미있었다. 이런 종류, 잡학상식 역사책 즐겨보지 않을뿐더러 늘 평가절하해왔는데. 제임스 레스턴 ‘신의 전사들’에 이어 이번엔 칭기스칸 책을 읽게 됐다. 저자가 ‘야만과 문명 누가 승리하는가’의 잭 웨더포드이고 알라딘 서평들이 괜찮길래 덩달이처럼 사놓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처음엔 자리에 앉아 줄쳐가며 읽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읽었다. 제목이 좀 과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칭기스칸이 잠든 유럽을 어떻게 깨웠을까? 왜 깨웠을까? 이런 질문을 갖고 읽으면 ‘낚시질’에 속는..

딸기네 책방 2006.10.10

발칸의 역사- 언제나 어려운 이름, 발칸.

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이순호 옮김. 을유문화사 서양사람 멋대로 이리저리 흘러가게 글 쓰는 딱 그런 스타일의 문체다. 발칸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보니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책도 적당히 이뻐보이고 해서 세미나용으로 골랐는데 별 재미가 없었다. 발칸은 가난했지만 그래도 나름 발전을 추구했고(당연한 것 아닌가?)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원래 발칸사람들 인격이 폭력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이것도 당연하지 않느냐고;;). 이런 식으로 써놓으면, 시쳇말로 ‘야마’(핵심)가 없잖아. 접근 방식도 인구통계학적 관점, 정치사 일지처럼 보이는 약사(略史) 따위가 뒤죽박죽 중구난방이다. 보스니아 내전은 끔찍했다. 말 그대로 ‘화약고’에 화약이 터졌고, 그 폭력성 엽기성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다. ..

딸기네 책방 2006.10.07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장은 괜찮은 책

Curious Global Culture Guide 44. 남아프리카 공화국 디 리식 (지은이) | 이은주 (옮긴이) | 휘슬러 | 2005-10-30 큐리어스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첫째 다른 여행서 시리즈에는 없는 나라·지역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 둘째 쓸데없이 두껍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는 것.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다른 지역에 대한 것들은 별로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밀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남아공을 이해하는데 절반 정도 도움 되고, 남아공을 여행하는 데에는 다시 그 절반 정도만 도움이 된다. 역사에 대한 설명은 좀더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남아공에 이주하거나 최소한 몇 년 살러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남아공 사람들하고 같이 살려면 이러저러해야 해요..

딸기네 책방 2006.09.15

러시아 경제사- 이게 무슨 명저야?

러시아 경제사 ЭКОНОМИЧЕСКАЯ ИСТОРИЯ РОССИИ 따찌야나 미하일로브나 찌모쉬나 (지은이) | 이재영 (옮긴이) | 한길사 | 2006-03-30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돼 있는데 ‘학술명저’라 보기엔 뭣하다. 그래도 명색이 한길사에서 나왔는데, 이게 뭔 명저래? 그냥 러시아 경제를 줄줄이 쓴 것인데... 러시아 대학 교과서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교과서같다’. 울나라 교과서들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런 것은 학술명저번역총서로 한길사에서 나올 것이 아니라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서 ‘러시아사’ 편으로 내놓으면 딱 될 것 같다. 정치사회적 맥락이 거의 없이 지나치게 ‘경제사’라는 말에 국한되게 역사를 서술했기 때문에 영 재미가 없다. 뭐, 읽기에 그닥 나쁘진 않다. 왜냐? 역사에..

딸기네 책방 2006.09.13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그녀의 투쟁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무크타르 마이 (지은이) | 조은섭(옮긴이) | 자음과모음(이룸) | 2006-08-24 무크타르 마이에 대해 끄적거린 적도 있고, 파키스탄 여성 문제에 대한 글을 때 무크타르 사건을 인용한 적도 있고 해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놨다. 마이는 이혼하고 친정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던 여성인데, 어린 남동생이 동네 유력한 집안 딸과 말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 성폭행’이라는 ‘징벌’을 당한다. 이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외신에서 유독 많이 다뤄진 것은 사건 자체의 끔찍함을 넘어 마이의 투쟁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키스탄에서 어느 집안 딸네미가 성폭행 당했다고 유력자들을 고소하고 법정투쟁을 벌이는 것은, 그것도 대법원까지 가는 가열한 싸움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딸기네 책방 2006.09.09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이젠 정말 뭘 먹나?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Aus Teufels Topf Die neuen Risiken beim Essen한스 울리히 그림 (지은이) | 오은경 (옮긴이) | 모색 | 2001-08-30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거 읽다보니 정말 무서워졌다. 책 편집이... 꼭 팜플렛처럼 어설프고 촌스럽다. 우리말 문장이 깔끔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식품 전문가인 번역자가 한국 상황과 (출간당시를 기준으로) 최근 뉴스들까지 모아준 덕에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저널리스틱한 르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지만 촌스러운데 번역자 덕에 책이 더 유용해진 것 같다. 식품안전문제는 항상 고민거리다. 특히 나같은 아이엄마에게는 ‘가장 큰 고민..

딸기네 책방 2006.09.07

감옥에서 보낸 편지- 읽기에 괴로운 편지

감옥에서 보낸 편지 Lettere dal Carcere안토니오 그람시 (지은이) | 린 로너 (엮은이) | 양희정 (옮긴이) | 민음사 이 편지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람시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그람시라는 이름이 던져주는 무게에는 질식할 것만 같은 것이 내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람시, 그람시, 그람시. 그람시는 철옹성같은 자본주의 앞에서 지레 질식하지 말라고, 냉철한 지성으로 철옹성을 뚫는 방법을 연구했던 사람인데 정작 나는 그 이름 앞에서, 장르가 편지가 됐건 문학이 됐건 숨막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조금은 괴로워했다. 그람시는 많이 잊고있었던 무언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포기해버린 무언가를 아쉬워하게 만들고, 게으르고 나약한 자신을 질타하게 만든다. ..

딸기네 책방 200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