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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폴 빌라드, '안내를 부탁합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폴 빌라드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놓은 집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벽에 붙어 있던, 반질반질하게 닦은 참나무 전화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화기가 그 통 옆에 걸려 있었다. 전화번호까지 생각나는데, 우리 집은 109번이었다. 나는 워낙 꼬마라서 전화기에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거기 대고 말을 할 때면 홀린 듯이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들어 올려 지방에 출장중인 아버지와 통화하도록 해준 적도 있었다. 이거 참, 요술 같은 일이 아닌가! 이윽고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그 사람은 여자였는데, 이름은 ‘안내를 부탁합니다’였다. 그 사람은 무엇이든 알고 있..

딸기네 책방 2006.08.22

펼쳐놓은 책들

여전히 난삽한 나의 독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다 읽었는데 다시 뒤적이며 정리를 해야함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지하철 안에서 오며가며 읽기로. THE FUTURE OF LIFE- 푸켓에 바캉스가면서 무려 윌슨의 이 책을 들고갔다. 그것도 영어본으로... 웬일이니, 암튼 후까시하고는. 테러리즘의 문화- 이건 집의 전자렌지 위에. THE COMING ANARCHY - 이건 회사에서 영어판으로 강독 중. 감옥에서 보낸 편지- 카탈로니아 찬가 읽은 김에 읽으리라... 하면서 갖고는 다닌다. 우주의 구조- 사놓은지 언제인데... 요새 읽고있는 것 중엔 이게 젤 재밌다. 이 책은 회사 책상에. 만델라 자서전- 엄청 두꺼운데;;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는 중. 역시, 책상 위에. 장자- 이건 초장기 프로젝트 수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2004) Don't think of an elephant!: know your values and frame the debate : the essential guide for progressives 조지 레이코프 (지은이) | 유나영 (옮긴이) | 삼인 | 2006-04-14 미국 민주당은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한테 왜 깨졌을까. 부시는 전쟁광에다가 2000년 대선에서 고어보다 표를 못 얻고도 운 좋게 대통령이 된 녀석인데, 바보같고 무식하고 제멋대로 독불장군이고, 부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책의 의문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책의 결론은 제목에 나타나 있다. 코끼리는 공화당의 상징이다. 공화당은 유권자들 머리 속의 '프레임'을 선점해버렸다. '프레임'은 생각의 틀..

딸기네 책방 2006.08.13

70년 뒤에 읽은 '카탈로니아 찬가'

카탈로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 조지 오웰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민음사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는 책들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내 경우는 조지 오웰의 이 책 ‘카탈로니아 찬가’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존 리드의 ‘세상을 바꾼 열흘’ 같은 책들이다. 이제는 읽으리라 하면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산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읽겠다고 마음먹었던 때부터 치면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고, 그 긴 시간동안 왜 안 읽고 동경하면서 또한 피하면서 지나쳐왔는지 그 이유도 기억이 안 난다. 올해(정확히는 지난달 19일)가 스페인 내전 70주년이라고 해서 유럽 언론들이 크게 다루고 국내 신문들도 ..

딸기네 책방 2006.08.01

이브의 일곱 딸들 -완전 내 취향!

이브의 일곱 딸들 The Seven Daughters of Eve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은이) | 전성수 (옮긴이) | 따님 | 2002-02-20 딱 내 취향인 책이다. 요사이 과학으로 다시 쓴 역사, 혹은 거창한 말로 하자면 ‘과학과 역사의 만남’을 시도한 것들을 아주 재미있어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시초 격에 해당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명성은 들었지만 이제야 읽었다. 꽤 상당히 매우매우 재미있었다. 옥스퍼드대학에 있던 사이키스의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모계 유전된다는 점에 착안, 유전자 계보(클러스터)를 파악하고 돌연변이를 검사했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유럽인의 조상이 7명의 여성들(이브)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전세계로 치면 33명의 여..

달콤쌉싸름한 초컬릿- 인생은 마술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Como Agua Para Chocolate (1989)라우라 에스키벨 (지은이) | 권미선 (옮긴이) | 민음사 | 2004-10-20 아, 재미나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이 있는 걸 왜 그동안 몰랐지. 지하철에서 조금씩 읽으려고 가방에 넣었는데, 퇴근길 펼친 책을 놓지 못하고 집에 가서 내쳐 읽어버렸다. 소설책을 하루에 다 끝낸 것이 어언 얼마만인가. 책은 정말 달콤쌉싸름했다. 실은 ‘달콤쌉싸름한 초컬릿’이라는 것은 이 소설을 원작 삼아 만든 영화 제목이고 책의 원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초컬릿’이라는데, 영화의 제목이 훨씬 멋있다. 귀에 익기 때문만이 아니라, 책의 줄거리 자체가 정말 달콤쌉싸름하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울며 태어난 아이 티타는 ‘막내딸은 시집가지 말고 엄마를 모..

딸기네 책방 2006.07.25

게벨라위의 아이들- 너무 재밌고 무서운 소설

게벨라위의 아이들. 나집 마흐푸즈. 이두선 옮김. 하서. 소설을 멀리 하게 된 것이 좀 오래된 일이다. 재작년 한차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사 모으면서 다시 한번 소설의 세계로 빠져봐야지 했었지만 이게 또 쉽지 않은 일이어서, 몇 권 읽으며 감동했다가는 정신적 부담에 지레 눌려 포기했다. 소설을 멀리 하게 된 것은 내가 순전히 지식축적용으로, 지극히 목적지향적으로 책을 읽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결국 난 소설이 주는 그 무게감이 겁이 났던 것 같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어떤 넌픽션보다도 심각한 무게감을 준다. 차라리 현실의 일들, 내 것이 아니라고 맘편히 여길 수 있는 일들을 보는 게 낫지, 인간의 보편성을 건드리는 소설들은 너무 무섭단 말이다. ‘게벨라위의 아이들’은 처음 읽어본 이집트 ..

딸기네 책방 2006.07.21

아프리카의 역사- 낯선 역사에 대한 알찬 길잡이

아프리카의 역사 Africans: The History of A Continent | 히스토리아 문디 2 존 아일리프 (지은이) | 이한규 | 강인황 (옮긴이) | 이산 | 2002-12-27 '이브의 일곱 딸들'에서 넬슨 만델라까지 아프리카의 역사를 종으로 횡으로 엮은 이 책은 참 알차다. 맛뵈기 개론서로서 알찬 것은 좋은데, 책 읽는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리 속에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다. 세계 곳곳 낯설지 않은 땅이 어디 있으랴마는, 때로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역사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마는, 아프리카의 역사는 참 낯설었다. 낯선 고유명사들을 기억에 남기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머리 속이 복잡했던 것은 이 곳의 사정이란 것이 워낙 그동안 내가 몰랐던 것들인지라 이해하고 외우기에 벅찼기 ..

딸기네 책방 2006.07.21

노벨위원회의 나기브 마흐푸즈 공식 프로필

Biography Born in Cairo in 1911, Naguib Mahfouz began writing when he was seventeen. His first novel was published in 1939 and ten more were written before the Egyptian Revolution of July 1952, when he stopped writing for several years. One novel was republished in 1953, however, and the appearance of the Cairo Triology, Bayn al Qasrayn, Qasr al Shawq, Sukkariya (Between-the-Palaces, Palace of L..

콘돌리자 라이스- 별 하나? 별 둘?

콘돌리자 라이스 The Condoleezza Rice Story 안토니아 펠릭스 (지은이) | 정승원 | 오영숙 (옮긴이) | 일송북 | 2003-05-02 작년부터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관심이 많이 생겼다. 내가 뭐 콘돌리자 라이스를 아는 사이도 아니고(그렇게 위대하고 대단한 인물을 내가 어케 알겠는가? 영어도 못하는데...)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편의상 조지 W 부시가 부르는대로 ‘콘디’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책에서 하도 콘디, 콘디 해서 귀에 못이 박혔다). 부시 정권 들어서고 나서 콘디 빼놓고는 미국 뉴스 담기가 힘들 정도로 콘디라는 인물의 비중은 막대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일 때에도 부시가 귀담아듣는 건 콘디와 체니의 말 밖에 없다는 둥, 백악관에 살다시피 하며 말 그대로 지근거리에서 부시를 ..

딸기네 책방 200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