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달콤쌉싸름한 초컬릿- 인생은 마술이다!

딸기21 2006. 7. 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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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Como Agua Para Chocolate (1989)

라우라 에스키벨 (지은이) | 권미선 (옮긴이) | 민음사 | 2004-10-20


아, 재미나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이 있는 걸 왜 그동안 몰랐지. 지하철에서 조금씩 읽으려고 가방에 넣었는데, 퇴근길 펼친 책을 놓지 못하고 집에 가서 내쳐 읽어버렸다. 소설책을 하루에 다 끝낸 것이 어언 얼마만인가. 

책은 정말 달콤쌉싸름했다. 실은 ‘달콤쌉싸름한 초컬릿’이라는 것은 이 소설을 원작 삼아 만든 영화 제목이고 책의 원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초컬릿’이라는데, 영화의 제목이 훨씬 멋있다. 귀에 익기 때문만이 아니라, 책의 줄거리 자체가 정말 달콤쌉싸름하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울며 태어난 아이 티타는 ‘막내딸은 시집가지 말고 엄마를 모셔야 한다’는 희한한 ‘가문의 전통’ 때문에 사랑했던 남자를 큰언니에게 빼앗긴다. 오로지 부수고 가르고 파괴하는 데에만 능력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엄격한 권위주의자 어머니는 언제나 티타를 억압하며, 행여 티타가 언니와 옛 사랑 형부 사이에 끼어들지나 않는지 감시한다. 

티타의 사랑을 축으로, 티타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과정이 실로 마술적이다. 피가 흐르고 흐르고 또 흘러서 마을을 휘감고 내를 만들었다는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처럼 티타의 눈물은 흐르고 흐르고 또 흘러서 계단을 따라 강물을 만든다. 욕정은 훨훨 피어올라 샤워장에 불을 붙여 티타의 언니를 핑크빛 불덩어리로 만들어 집 나가게 하고, 사랑은 모닥불처럼 활활 타올라 몸을 불태우고 모든 것을 잿덩이로 만든다. 

사랑도 마술이고 인생도 마술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닥의 진실과 비밀과 슬픔과 향기를 안고 산다. 티타의 슬픔과 사랑, 두근거림, 불안, 분노, 열정에 따라 펼쳐지는 것은 찬란한 음식의 향연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단락을 붙여, 작가는 열 두 가지 화려한 요리들을 펼쳐보인다. 요리의 복잡한 레시피만큼이나 심리묘사는 오묘하고 감칠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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