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김영랑 큰칼 쓰고 옥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는 옛날 성학사 박팽년이 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단심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뤘으랴 옥방(獄房) 첫날밤은 길고도 무서워라 설움이 사모치고 지쳐 쓰러지면 남강의 외론 혼은 불리어 나왔느니 논개! 어린 춘향을 꼭 안아 밤 새워 마음과 살을 어루만지다 오! 일편단심 사랑이 무엇이기 정절이 무엇이기 그 때문에 꽃의 춘향 그만 옥사하단 말가 지네 구렁이 같은 변학도의 흉칙한 얼굴에 까무러쳐도 어린 가슴 달큼히 지켜 주는 도련님 생각 오! 일편단심 상하고 멍든 자리 마디마디 문지르며 눈물은 타고 남은 간을 젖어내렸다 버들잎이 창살에 선뜻 스치는 날도 도련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