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고급언론'은 없다-

딸기21 2002. 6. 2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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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스포츠신문들이 '피구, 담합 제의'라는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써서 나라망신을 시킨 요즘.
'고급언론'으로 평가받는 다른나라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그 잘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나, 공영방송의 대표격인 BBC방송도 '민족주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일컬어지는 월드컵 브라질-잉글랜드 경기를 앞둔 20일, 양국의 열성 축구팬들의 백태와 언론들의 '설전'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양국 가운데 더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그동안의 전적에서 브라질보다 아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영국. '고급언론'으로 정평나 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이 모두 나서서 브라질 대표팀의 약점 들춰내기에 나섰다. "브라질의 약점은 중앙에 있다" "브라질의 스트라이커들은 별로 영리하지 못하다"(FT), "벼랑에 몰린 브라질인들은 최악의 사태를 두려워하고 있다"(BBC) 등등의 말로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는 것.

★ FT는 브라질팀의 포메이션을 짚어가면서 "브라질은 과거의 포백 시스템으로는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지금과 같은 쓰리백 시스템으로 이긴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격형 축구의 대명사인 브라질팀의 경우 중앙 수비에 약점이 많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에 관해서는 "별로 영리하지 못하다(not brilliant enough)"는 다소 '인신공격성' 평가까지 서슴지 않았고, 이들의 놀라운 득점력에 대해서는 "역대 월드컵을 보면 득점왕이 나온 팀과 우승팀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통계자료를 덧붙였다.

★ 세계 제일의 공영방송이라는 BBC도 '국익'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여지껏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잉글랜드팀이 드디어 설욕을 할 기회가 왔다면서 "벼랑 끝에 몰린 브라질인들은 최악의 사태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대표팀감독의 방식에 반대해온 카세라와 자갈로 등 브라질의 옛 축구스타들의 말을 인용해가면서 현 브라질팀의 전술 부재를 지적하며 '우울한 전망'들을 내놓느라 분주했다.

★ 언론이 설전에 나선 가운데 영국에서는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고 열차 시간표가 축구시간에 맞춰 바뀌는 등 '미리 보는 결승전'을 둘러싼 열기가 한창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의 한 환전업체는 런던 도심의 트라팔가 광장에 대형스크린을 설치, 잉글랜드-브라질의 8강전을 중계하기로 했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축구경기가 중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광장에서는 경기 시작전 오페라 가수들의 공연도 있을 예정이어서, 마치 한국의 시청앞 광장 이벤트를 본뜬 듯한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 또 런던 교외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앞당겨 출근할 것으로 예상되자 런던지역의 철도회사들은 러시아워에 맞춰 열차편을 증편했다. 철도회사들은 각 역의 전광판을 통해 경기 진행상황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몇몇 열차에서는 아예 기관사들이 차내방송으로 경기 내용을 전할 계획이다. BBC방송은 학교들도 경기 시간 중에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 이런 축구열기는 정치권에도 파급돼, 토니 블레어 총리가 잉글랜드팀 결승 진출시 공휴일을 선포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하원 의원들의 이런 제안에 대해 "브라질과의 경기결과를 보고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처럼 긴장과 기대감을 오가고 있는 영국과 달리, 브라질은 훨씬 여유있는 분위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스포츠신문들은 이날 "영국 감자는 다 구워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전설적인 축구황제 펠레까지 나서서 "우리에게는 특출난 선수들이 있다"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브라질의 영자신문 브라질포스트는 경기를 앞둔 호나우두의 '겸손한' 코멘트를 소개한 뒤 "호나우두는 브라질인들의 심장 한가운데에 있다"고 보도했다.

★ 월드컵 때면 사실상 모든 직장이 휴무에 들어가는 브라질에서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축구를 둘러싼 얘깃거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최대 히트상품은 '축구 콘돔'. 크루제이루, 스포르트, 바스코다가마 등 브라질 프로축구팀들의 마크를 그려놓고 각 팀 유니폼 색깔의 비닐로 포장된 콘돔들이 출시돼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

★ 그런가하면 20일에는 지난 1970년 브라질-잉글랜드전에서 펠레가 입었던 티셔츠가 경매에서 근 3억원에 이르는 액수에 팔려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펠레의 셔츠를 사간 것은 영국인. 런던의 경매소에서 이날 등번호 10번이 표시된 펠레의 노란 티셔츠가 매물로 나와 15만7750파운드(약 2억8400만원)에 낙찰됐다. (정리=딸기)

재밌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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