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윤동주 시를 좋아하지만, 그의 짧은 글들에는 시와는 또다른 정취와 맛이 있지요. 연희전문 재학시절 수업 땡땡이 치고 쓴 글이나 이 '달을 쏘다' 같은 글들입니다. 역시나 많이 베껴써봤던 글입니다. 마지막 구절,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가 가슴에 콕 박히는 것 같아서요. 달을 쏘다 - 윤동주 번거롭던 사위(四圍)가 잠잠해지고 시계 소리가 또렷하나 보니 밤은 저윽이 깊을 대로 깊은 모양이다. 보던 책자를 책상머리에 밀어놓고 잠자리를 수습한 다음 잠옷을 걸치는 것이다. 「딱」 스위치 소리와 함께 전등을 끄고 창녘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때까지 밖은 휘양찬 달밤이었던 것을 감각치 못하였었다. 이것도 밝은 전등의 혜택이었을까. 나의 누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슬..